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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의료

  • 관심 0
대여
권당 15일
4,600원
소장
전자책 정가
9,400원
판매가
9,400원
출간 정보
  • 2025.09.19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PDF
  • 109 쪽
  • 0.8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74210258
UCI
-
국경 없는 의료

작품 정보

인간애의 가장 순수한 형태로 불리는 “국경 없는 의료”. 그 이름이 지닌 숭고함 뒤에는 과연 어떤 얼굴이 숨겨져 있을까. 박진영의 『국경 없는 의료』는 이 질문을 움켜쥐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과 피 말리는 외교의 테이블 사이에서 한 줄기 빛이 되고자 몸부림치는 인도주의의 맨얼굴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인다. 이 책은 의료라는 본연의 사명을 넘어, 인간적인 연대와 거대한 현실 논리가 부딪히는 치열한 기록이자,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심장 울리는 현장 보고서다.
책은 ‘총알과 백신 사이’에서 펼쳐지는 극한의 풍경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총성이 멎지 않는 곳에서 의료팀은 감염병이라는 더 은밀하고 잔혹한 적과 싸운다. ‘중립’이라는 고귀한 외침은 총을 든 이들 앞에서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얇은 유리 조각처럼 부서진다. 누구를 먼저 치료하고 어떤 마을에 먼저 닿아야 할지, 한 걸음 한 걸음이 생사를 가르는 윤리적 딜레마로 점철된 전쟁터의 의료는 인도주의의 근원적 한계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하지만 의료의 전장은 총알이 오가는 물리적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는“인도주의 외교의 최전선”에서 의료 지원이 외교 협상 카드로 변질되는 냉정한 현실을 파헤친다. 국경 없는 의료의 협상가들은 때로는 군벌 앞에서, 때로는 정부의 철문 앞에서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한다. ‘중립’은 더 이상 보편적 가치가 아닌, 상황과 현장 권력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통행증에 불과하며 협상 실패의 대가는 늘 무고한 이들의 죽음으로 지불되는 비정한 외교의 민낯이 펼쳐진다.
이 책의 가장 도발적인 질문은 인도주의 활동마저 상품화되는 지점에서 터져 나온다.“의료봉사, 관광, 그리고 휴먼 사파리”라는 칼날 같은 시선은 봉사활동이 때로는 “인도주의 셀피”를 위한 ‘경험의 소비’로 전락하는 모순을 지적한다. 환자의 존엄과 지역 사회의 필요보다는 봉사자의 ‘진귀한 경험’이 우선시될 때, 장기적인 자립과 지속 가능한 치유는 좌절되고, 현지 의료 체계는 오히려 퇴보하는 쓰디쓴 현실을 고발한다. 더 나아가 “하얀 가운 속의 스파이”라는 불편한 진실은 의료진의 숭고한 신분이 첩보 활동에 악용되면서 의료 중립성이 위협받고, 그로 인해 환자들의 불신이 확산되어 가장 기본적인 치료마저 거부당하는 참담한 결과를 낳는 역사를 증언한다.
특히 저자는“치료할 것인가, 증언할 것인가?” 라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의료인에게 주어진 가장 가혹한 딜레마를 심도 있게 천착한다. 폭격으로 무너진 병원,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이들, 무자비한 학살을 피해 피신하는 가족들 앞에서 의사들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과 목격한 참상을 국제사회에 폭로하는 의무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비아프라 전쟁, 르완다 학살, 시리아 내전, 예멘 내전 등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침묵이 불러온 수많은 죽음과 증언이 가져온 위험천만한 결과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이러한 도덕적 부담(Moral Load)이 의사들에게 어떤 트라우마를 남기는지 헤아리게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디지털 국경 없는 의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미래의 희망과 도전을 동시에 조망한다. 원격의료, 인공지능(AI), 드론과 같은 첨단 기술은 물리적 국경을 허물고 의료 자원의 분산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수준의 긴급 구호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전력망 불안정, 통신 단절, 문화적 괴리, 데이터 편향, 프라이버시 문제 등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의 벽과 윤리적 딜레마 역시 명확히 드러낸다. 결국 ‘디지털 국경 없는 의료’는 기술 혁신이 인간의 합리적인 판단, 현지 사회의 연계, 그리고 신뢰와 협력이라는 고급 시스템과 융합될 때 비로소 그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국경 없는 의료』는 인간 존엄성을 지키려는 처절한 노력 뒤에 숨겨진 정치적 계산, 경제적 이해관계, 그리고 문화적 편견이라는 거대한 벽을 냉철하게 직시하게 한다. 국경을 넘어 고통받는 이들을 보듬고자 하는 인류의 깊은 열망이 현실의 장벽 앞에서 어떻게 좌절하고 변형되는지 생생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우리가 이 길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의 ‘국경 없는 의료’란 무엇이며 그 길 위에 놓인 윤리적 질문과 실천적 과제는 무엇인지 끈질기게 묻는다.

작가 소개

박진영은 의학을 전공하며 인도주의적 의료 활동의 실제와 이론 사이의 괴리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강사이자 작가인 그는 전쟁과 재난 상황 속에서 의료진이 직면하는 윤리적 딜레마와 복잡한 국제 정세가 생명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탐구하고 있다. 한때는 학교에서 교육자의 길을 걷고자 했으나 뒤늦게 커리어를 전환해 의과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현재는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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