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세상은 ‘황금빛 환영 속 속삭임’에 취해 있었다. 모두가 영원할 거라 믿었던 번영의 축제는 실상 ‘유리궁전의 파멸’ 속에서 벌어진 소수의 탐욕과 광기가 지어낸 위험한 가면극이었다. 『착한 녀석, 나쁜 녀석, 금융위기, 그리고 개미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거대한 재앙을 배경으로 인간 본연의 욕망이 어떻게 시스템을 통해 증폭되어 파국을 맞이하는지, 그리고 그 혼돈의 한복판에서 평범한 영혼들이 겪어야 했던 처절한 고통을, 그리고 마침내 폐허 위에 희망의 새싹을 틔우는 회복의 드라마를 한 편의 자연스러운 이야기로 그려낸 소설이다.
소설은 먼저 ‘황금빛 환영 속 속삭임’이 어떻게 수많은 이들의 눈을 멀게 했는지 추적하며, 그 이면에 ‘유리궁전의 방탕’ 속에서 은밀히 권력을 휘두르던 ‘나쁜 녀석들’의 오만과 냉소를 생생하게 조명한다. 시스템의 탐욕이 빚어낼 비극을 알지 못한 채 각자의 삶을 묵묵히 살아내던 ‘개미들의 소박한 노래’는 곧 다가올 파국과의 비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점차 ‘메마른 대지 위에 드리운 먹구름’처럼 위기의 전조가 드리우고 저신용 대출이라는 작은 균열이 MBS와 CDO라는 복잡한 ‘금융 공학’의 미로를 통해 전 세계적 파국을 초래하는 과정은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독자를 몰아간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파생상품들이 한순간에 ‘껍데기만 남은 빈 껍질’로 전락하고 ‘시스템이 자아낸 광기의 멜로디’가 절정을 향해 치닫는 장면들은 압권이다. 이 광기는 ‘AAA’ 등급의 찬사를 받았던 상품들이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고 탐욕에 눈먼 자들이 공포에 질려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열한 추태로 이어지며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낸다.
소설의 핵심부는 ‘신뢰가 휩쓸려 간 자리’를 직시한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유대, 약속,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마저 모조리 휩쓸어 가는 ‘대홍수’의 시작이었다. 금융기관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면서 ‘유동성이 말라붙고 돈의 흐름이 멈추는’ 경색은 사회의 모세혈관을 따라 평범한 이들의 삶을 질식시킨다. 택시 운전사 피터와 주부 사라 씨의 절절한 몸부림을 통해 금융위기가 숫자로 된 통계가 아니라 ‘개미들의 절규와 파편’으로 비참하게 부서져 내리는 한 인간의 인생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세상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뒤집힐 줄 누가 알았겠어…’라는 허탈한 탄식과 ‘법률은 언제나 힘 있는 자’에게 유리하다는 깨달음은 시스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넘어 세상과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독자를 이끈다.
그러나 소설은 절망의 노래로만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파국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 정신의 숭고함과 연대의 힘을 역설한다. ‘착한 녀석들의 조용한 저항’은 위기 속에서도 탐욕에 물들지 않고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의의 길을 택했던’ 인물들의 고뇌와 용기를 조명한다. 그들은 침묵했던 다수의 양심을 깨우고, ‘과거와 마주하는 용기’를 통해 파국을 초래한 원인들을 직시하며, 개인적 책임뿐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적 책임까지 묻는 성찰의 여정을 떠난다. 이를 통해 고통스러운 진실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향한 귀한 교훈을 얻어내는 과정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킨다.
마침내 소설은 ‘폐허 위에 다시 쓰는 이야기’로 독자들을 안내하며 감동적인 희망을 선사한다. 택시 기사 피터가 ‘사람’을 향하는 새로운 나침반을 찾고 주부 사라가 자신의 아픔을 ‘진정한 지성’으로 승화시켜 새로운 금융 문화를 창조하는 과정은 절망의 그림자 속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움트는 순간을 포착한다. 유리궁전의 썩은 냄새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더라도 ‘착한 녀석들’의 불꽃과 깨어난 대중의 날카로운 시선은 새로운 시스템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작가 소개
김다니엘은 영문학을 전공했다. 20대에는 잠깐 연기에 몸을 담았었고 30대에는 보안업과 건설업에 종사를 했었다. 현재는 소설을 쓰고 시나리오를 집필한다. 다큐멘터리와 실화에 관심이 많고 그걸 토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는 걸 선호한다. 언젠가는 영화 제작을 꿈꾸며 오늘도 다락방에서 열심히 창작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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