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협력, 그거 가당키나 해?』 : 냉혹한 현실을 꿰뚫고 희망의 물꼬를 트는 선구안
오태협의 『사회적 협력, 그거 가당키나 해?』는 인류 공동체의 가장 오래된 숙제이자 현대 사회의 가장 절박한 과제인 ‘사회적 협력’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담아낸 역작이다. 이 책은 협력이라는 숭고한 가치에 대한 막연한 이상론을 벗어던지고 인간 본성의 이기심부터 사회 구조적 한계, 그리고 기술의 양면성까지, 협력을 가로막는 냉혹한 현실을 비판적이고 다각적인 시선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이 모든 회의와 좌절 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력을 추구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와 실천적 지혜를 제시하여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새로운 관점을 선물한다.
책은 “과연 사회적 협력이라는 것이 애초에 가당키나 한 일일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 질문은 아름다운 정의 속에 감춰진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파헤치며, 신뢰의 부재가 사회를 병들게 하는 근원적인 이유를 짚어낸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인간 내면에 깊이 자리한 '이기심'이 진화론적 제약과 연결되어 협력을 가로막는 본성적 한계라는 점을 냉철하게 직시한다.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모여 공동의 자원을 황폐화시키는 ‘공유지의 비극’은 현대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 문제에까지 확장되어 인간의 단기적 만족 추구 본능이 초래하는 파멸을 경고한다.
저자는 협력을 저해하는 거대한 사회 정치적 요인들 또한 피하지 않는다. 4장 ‘권력과 이데올로기의 그림자’는 권력 투쟁이 이데올로기의 맹신과 결합될 때 어떻게 사회를 분열시키고 불신을 조장하는지 날카롭게 분석한다. 정치적 갈등과 확증 편향이 빚어내는 파국은 사회적 협력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아주 현실적인 장벽이라는 점도 분명히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좌절을 이야기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5장에서 다루는 성공적인 협력 사례는 이로쿼이 연맹의 장기적 비전, 유엔과 유럽연합의 국제적 합의, 그리고 몬트리올 의정서와 같은 역사 속 협력의 ‘빛과 그림자’를 세세히 탐색한다. 이 성공 사례들이 ‘특정 조건과 환경 속에서 인간의 이기심을 통제하고 조절하려는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었다는 걸 밝히며, 협력이 순진한 이상이 아닌 현실적인 조건 위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다시 한번 전달한다.
특히, 6장 ‘기술은 협력을 촉진하는가, 갈등을 심화하는가?’는 ‘디지털 시대의 양면성’을 깊이 파고든다. 기술이 오픈 소스 운동이나 재난 구호처럼 전례 없는 협력의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필터 버블, 가짜 뉴스, 혐오 표현, 그리고 감시와 통제 수단으로 변질되어 불신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저자는 기술 자체가 중립적인 ‘양날의 검’이라는 걸 우리에게 강조하며, 이를 어떻게 휘두를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손에 달렸다’는 진진한 어조로 우리의 능동적인 대응을 촉구한다.
사실, 비즈니스 세계는 협력 불가능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7장 ‘제로섬 게임에서 윈-윈으로’는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가장 창조적이고 치열한 협력의 씨앗”들을 발견한다. 전략적 제휴와 플랫폼 경제가 ‘파이 자체를 키우는’ 윈-윈 전략이라는 걸 제시하면서 각자의 이기적인 목적을 공동의 이익과 교차시키는 냉철한 기획이 곧 가장 확실한 협력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모든 논의는 결국 ‘사회적 신뢰’라는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수렴된다. 9장‘모두의 이익을 향해’에서는 투명성과 책임성, 공정한 시스템, 시민 참여, 그리고 성공 경험의 축적이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리고 마지막 10장 ‘가당키나 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협력을 추구해야 하는가?“에서 저자는 ’이기심과 연대를 갈망하는 모순된 존재‘로서의 인간의 본성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팬데믹과 기후 위기가 보여주듯, 협력이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제‘이며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창조적 동력‘이자 ’인간 존재의 깊은 의미와 행복을 채우는 길‘이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역설한다.
『사회적 협력, 그거 가당키나 해?』는 인간 본성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현실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적 시각을 바탕으로 협력이 지닌 이상적 가치를 재확인하고, 그 가능성을 현실의 조건 속에서 어떻게 꽃피울 것인지 깊이 있게 탐구하는 책이다. 이 책은 ‘사회적 협력’이라는 질문에 대한 정교한 분석과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고 독자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행동과 성찰의 동기를 부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