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치유할 수 있는 질병이다
늙는 것이 질병이라면, 그것도 치유할 수 있는 질병이라면 선뜻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누구든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노화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인 빌 앤드루스 박사는 단호하다. ‘노화는 자연의 섭리가 아니다. 치유할 수 있는 질병이다.’ 다소 과격해 보이는 주장을 내놓는 지은이는 현대과학의 동향을 보면 전혀 허무맹랑하지 않다고 말한다. 현대과학의 커다란 수수께끼 중 하나였던 노화의 비밀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으며, 실제로 노화를 늦추거나 치유할 수 있는 방법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모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왜 늙는가? 인간은 왜 영원히 살 수 없는가?”
현대과학이 풀지 못한 수수께끼, 노화. 그 수수께끼의 답은 ‘텔로미어’에 있다!
“100년 전, 누군가가 매독, 위궤양, 농양, 렙토스피라증(leptospirosis), 라임병, 클라미디아(Chlamydia), 패혈성 인후염, 장티푸스, 괴저가 모두 근본적으로 동일한 질병이며, 약 하나로 이 질병을 모두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하자”(119쪽). 말도 안 되는 억측이며 사기꾼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이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탄생했다. 바로 페니실린이다.
지은이는 이런 논리가 정확하게 노화의 과학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인간의 노화와 그로 인한 다양한 질병은 “모두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발생한다”라는 것이다. 1990년대 민간 기업 연구원으로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인간 텔로머라아제 발견’을 보고해 파문을 일으킨 지은이는 암과 같은 질병과 인간 노화의 비밀이 염색체 말단에 있는 텔로미어에 있으며 텔로미어의 길이를 길게 하는 텔로머라아제로 인해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텔로미어는 무엇일까? 우리의 유전자들은 세포핵 내부에 있는 염색체라 불리는 이중 나선 구조의 DNA 분자들을 따라 배열되어 있다. 각 염색체의 끝 부분에는 텔로미어라고 하는 DNA가 우리의 유전 정보를 보호하고 세포가 분열할 수 있도록 해주며, 우리가 어떻게 노화하고 암에 걸리게 되는지에 대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이 해어지고 서로 엉겨 붙는 것을 막아서 한 생명체의 유전적 정보가 파괴되거나 마구 뒤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신발끈의 플라스틱 끝 부분에 비유된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는 짧아진다.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게 되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그 세포는 비활성화 되거나 ‘노화’되거나 죽게 된다. 이렇게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과정은 노화, 암, 그리고 더 높은 사망 위험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생명과학계에서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노화는 쓰고 남은 핵무기일 뿐
현대과학이 노화의 비밀을 차츰 밝혀가면서 노화의 의미 또한 달라지고 있다. 노화는 무엇일까? “노화는 질서가 파괴되는 불가피한 과정도, 환경적 손상이 서서히 누적되는 것도 아니다. 노화는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수단도 아니다.” 지은이는 이렇게 비유한다. 노화는 “기나긴 생물학적 전쟁에서 쓰고 남은 핵무기다. 노화는 다른 종과의 경쟁에서 생존상의 이득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프로그램이다. 인간이라는 종이 수백 년 동안 생존하고 현재와 같은 존재가 되도록 만들어준 도구이다”(34쪽). 영양을 예로 들어보자. 노화과정이 없으면 영양은 다음 후손으로 교체될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의 후손이 교체될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자식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보다 더 오래 사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아무런 이득이 없고 오히려 단점만 있다”(33쪽). 그 때문에 앤드루스 박사는 “노화는 쓰고 남은 핵무기”라고 비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고 무기는 더 이상 아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에 노화를 치유하고 정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왜 노화 연구는 지지부진했나?
2009년에야 텔로미어 연구가 노벨상을 받은 이유
지은이가 노화가 치유 가능한 질병이라는 폭탄 발언을 하는 근본적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노화와 늙음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편견을 깨기 위한 것이다. 노화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인 텔로미어에 대한 생물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에게 노화에 대한 편견이 강력한 이유를 알 수 있다. 1938년 유전학자 헤르만 뮐러가 염색체 끝 부분에 있는 텔로미어를 발견한 이후 텔로미어와 노화에 대한 연구는 지지부진하다 근 70여 년이 지난 2009년에야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아제 효소가 염색체를 보호한다는 발견으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게 된다.
텔로미어에 대한 연구, 아니 노화에 대한 연구가 이토록 최근에야 주목받게 된 이유는 텔로미어와 노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과학적 한계뿐만 아니라 종교적 철학적 편견이라는 장애물 때문이었다. 지은이는 책 후반부에서 노화 연구와 관련한 편견도 하나둘 반론한다. 이를테면 ‘노화를 치유하면 인구과잉이 일어나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쌓이는 지혜와 연륜을 보면 어떤 면에서 노화가 좋은 것 아닌가?’, ‘사회보장 재정 문제나, 노화 연구가 부유한 자들에게만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닐까?’, ‘자연법칙에 어긋나거나 신성을 모독하는 것은 아닌가?’, ‘불멸은 이기적인 목적 아닌가?’, ‘독재자의 장수와 같이 우리가 피할 수 있는 문제를 도리어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문제들을 책 후반부에서 조목조목 지적하며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은이는 노화 연구는 이제 현대과학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노화에 대한 기존의 종교적 윤리적 철학적 편견을 깨는 메가톤급 폭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