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김화진, 조너선 프랜즌, 수전 최 추천!
“미국문학사에 몇 안 되는 실로 위대한 데뷔작이다.”
_수전 최(전미도서상 수상 작가)
시그리드 누네즈의 첫 소설 국내 첫 출간
누네즈 문학의 기원이 담긴 강렬한 자전소설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 시그리드 누네즈의 데뷔작 『신의 숨결에 날리는 깃털』이 국내 최초로 출간되었다.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허무는 글쓰기와 지적이고 정밀한 사유로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아온 작가 시그리드 누네즈의 출발점이자 기원이 된 작품이다. 이 책에 수록된 추천의 말을 쓴 작가 수전 최는 이 작품을 가리켜 “미국문학사에 몇 안 되는 실로 위대한 데뷔작”이라 언급하며, “토니 모리슨의 『가장 파란 눈』이나 필립 로스의 『굿바이, 콜럼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품”이자 “누네즈가 2018년에 발표한 『친구』와 2020년에 발표한 『어떻게 지내요』의 토대”가 된 소설이라 밝히기도 했다.
『신의 숨결에 날리는 깃털』은 누네즈의 데뷔 소설인 만큼, 작가 자신의 성장 배경과 자전적 요소가 짙게 배어 있는 작품이다. 누네즈와 마찬가지로 중국계 파나마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화자 ‘나’의 성장 과정과 기억들이 담겨 있다. 말없이 자신을 닫아버린 아버지와 늘 고향을 그리워하며 불행에 잠겨 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 ‘나’가 답답한 가정으로부터의 도피처로 삼았던 ‘발레’라는 세계, 러시아계 이민자 남성과의 사랑 이야기 등을 다룬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지닌 가족 구성원들이 겪는 단절과 갈등, 그런 환경 속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갈망과 자의식을 형성해가며 예술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해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그려낸다.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문장들이 서늘한 섬광 같은 사유를 일깨우며, 기교를 부리지 않고 가차없이 툭툭 던지는 듯한 간결한 문체가 압도적인 진실성을 확보하며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나를 만든 가족이라는 세계,
그 상처의 근원을 들여다보는
이토록 내밀한 문학적 탐구
“‘나를 이룬 것’과 ‘내가 이룬 것’ 사이를 오가는 작가의 잰 손놀림을 바삐 훔쳐보며 나는 이런 것들을 다시 생각한다. 자신을 묶고 지탱해온 뿌리 같은 밧줄들 사이에서도, 그 밧줄이 팽팽해지거나 느슨해지는 사이사이마다 생겨나는 나 자신의 갈래, 나 자신의 목소리, 내 이야기 같은 것들을. ‘그건 원래부터 내 안에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거기에 힘을 얹어주는 신의 숨결 같은 것을.” _김화진(소설가)
이 소설은 총 네 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장」과 2부 「크리스타」는 각각 화자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기록으로, 본래는 독립된 단편으로 집필되었던 글들이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지닌 두 사람의 이야기, 불화하던 두 세계는 이 책에서 나란히 한데 엮이며 폭발적인 긴장과 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1부와 2부에서 심겨진 씨앗들은 화자의 성장담과 이후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3부 「신의 숨결에 날리는 깃털」과 4부 「이민자의 사랑」으로 이어지며 미학적인 완성을 이룬다. 서로 다른 언어와 상처를 품은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탐구는 그 속에서 자란 화자 ‘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한 여성이 소통 불가능한 세계에서 발레라는 예술로 스스로를 구원하는 이야기, 성장 배경의 트라우마가 사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성찰로 확장된다.
1부 「장」은 화자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과 정보들을 추적한 기록이다. 화자가 아버지의 과거나 내면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들은 그리 많지 않다. 중국계 파나마인인 아버지는 말이 없고 과묵한 사람이었다. 영어가 서툴러 길게 말하는 법이 없었고, 동양인을 무시하는 풍조 속에서 가족들 사이에서조차 소외당하곤 했다. 화자는 아버지에 대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수많은 빈칸들에 대해, 숨을 거둘 때까지 그가 평생 동안 서툰 언어와 침묵 속에 가만히 가둬두고 있었던 부분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어쩌면 “말을 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에 도달한다.
2부 「크리스타」는 화자의 어머니에 대한 회고이다. 일평생 아버지를 원망하고 무시하며 살았던 어머니는 “스스로를 인생에 속은 사람으로 여겼다.” 언제나 고향인 독일을 그리워했고, 늘 벗어나고 싶어했던 빈민가의 임대아파트 단지를 거의 평생 동안 전전하면서 살았다. 무뚝뚝하고 날이 서 있던 어머니의 사랑은 때로는 속정 어린 다정함이었으나 때로는 가학이기도 했다. 집안엔 대체로 긴장이 가득했고, 폭력과 욕설이 끊이지 않았다. 한참 성장하고 나서야 화자는 “누구나 머리 위에 칼이 매달려 있는 기분으로 사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자각한다.
3부 「신의 숨결에 날리는 깃털」에서 화자는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발레’라는 비현실 세계로 도피하던 소녀 시절을 이야기한다. 학교가 끝나면 집에 돌아가지 않고 발레 수업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일상의 유일한 위안이 되어주던 시절이었다. 발레는 화자가 무용수로서 “비록 잠깐 동안이나마 세상이 단순한 곳이자 기하학처럼 꾸밈없고 명료한 곳이라고 믿을 수 있”게 해준 세계다. 또한 “스스로를 중요한 존재로 여겨도 좋다고 허락받는다는 것” “내 삶의 다른 면면에서는 끊임없이 훼손당한다고 느꼈던 존엄을 일부나마 되찾아주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4부 「이민자의 사랑」은 화자가 미국 이민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로 일하던 시절 만난 러시아계 이민자 남성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유부남인데다 알코올중독과 마약 전력, 범죄 경력도 있는 남자지만, 화자는 계속 그와 헤어질 것을 고민하면서도 만남을 지속한다. 그가 외국인이 아니었다면, 그의 영어 억양이 서툴지 않았다면 그를 만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화자는 그의 서툰 영어를 교정해주고, 그가 ‘밋밋한’ 영어보다 훨씬 ‘풍요로운’ 언어라고 주장하는 러시아어를 그에게서 배우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처럼 임대아파트 단지의 이민 가정에서 매일 싸우는 부모 밑에서 살아가는 그의 딸의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서로의 의미를 확장하며 하나의 완결된 서사를 이룬다. 서로 분리된 듯하면서도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 글들로 이루어진 이 책의 독특한 형식은 이 작품만의 강렬한 미학을 탄생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