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자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2년 텍스트형 전자책 제작지원’선정작입니다.'
대한민국 직장의 민낯
가장 최신의 직장갑질 리포트
임금꼼수, 부당지시, 무한야근, 은따·왕따, 직장인 미투, 황제의전, 코로나 갑질… 직장인을 울리는 갑질이 넘쳐난다. 직장인 7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 갑질을 당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굳이 신문과 뉴스에서 보도되는 극적인 사례를 찾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에서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억울함을 당해보지 않은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 ‘직장갑질’이란 말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보통명사가 되었다.
2017년 11월 1일 갑질당한 직장인들이 부담 없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첫발을 떼었다. 노무사, 변호사, 노동전문가 140명으로 구성된 스태프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이메일을 통해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준다. 하루 평균 100여 건의 제보가 접수되고 있으며, 생생한 여러 제보는 언론을 통해 알려져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림대성심병원 간호사들의 강요된 춤 노역이다. 그 밖에도 쿠쿠전자 직원 마라톤대회, 성균관대 대학원 교수 자녀 논문 대리 작성, 금호고속 신입사원 군대식 교육, SBS 상품권 페이 관행 등 직장갑질119를 통해 알려져 공분을 산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 책은 바로 직장갑질119가 출범한 첫날부터 현재까지 3년여, 수많은 직장인들에 의해 제보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쓰였다. 곧 우리 일터의 민낯을 보여주는 가장 최신의 직장갑질 리포트다.
입사부터 퇴사까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갑질 사례 총망라
36개 유형별로 살펴보는 갑질 타파 가이드북
롯데택배에 입사한 성민 씨는 거의 매일 점심도 거르며 늦게까지 일했다. 1분만 지각해도 5만 원, 물건을 남겨놓으면 퀵서비스로 보내고 개당 1만 5,000원을 물어내야 했다. 한 달 일한 월급이 138만 원이 찍혔다. 원래 250만 원을 주기로 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팀장은 책임을 위로 떠넘겼다. 도저히 먹고살 수가 없어 사직서를 제출했다. 며칠 뒤 회사로부터 내용증명이 날아왔다. 출근하지 않은 날수에 15만 원씩을 곱해 총 1,095만 원을 물어내라고 했다. 계약서에 따라 90일 동안은 절대 퇴사할 수 없고, 퇴사하면 하루 15만 원씩 물어내야 한다고 했다. 일을 했는데 급여도 못 받고 되레 회사에 돈을 내야 하는 기막힌 상황. 이런 일은 대체 어디서 도움을 받아야 할까? (27쪽 〈택배기사 노비문서〉).
직장생활에 필요한 노동법을 알려주는 책은 많지만 이 책은 다르다. 그 사례의 생생함, 법 적용 가능성 여부, 노동법의 실질적인 쓸모와 한계까지, 철저하게 현장을 중심으로 쓰여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다. 직장갑질119 제보 중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갑질 사례를 모으고 크게 10개 영역, 작게 36개 유형별로 분류했다. 취업사기, 노예계약, 임금체불, 폭언·폭행, 따돌림, 부당지시, 성추행 등 직장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갑질 사례를 총망라했다. 당사자의 상황을 가감 없이 묘사하고, 사건의 경과와 구체적 대응법, 법적 해결 방안 등을 담았다. 나아가 입사부터 임금, 괴롭힘, 여성, 사각지대 등을 거쳐 퇴사에 이르는 10개 영역마다 Q&A 챕터를 따로 마련해 반드시 알아야 할 노동 상식을 꼼꼼히 짚어주었다. 마지막에는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그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사를 앞둔 취업준비생이라면 이 책을 통해, 나는 일터에서 어떤 갑질을 당할 수 있는지 ‘감’을 잡고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 갑질을 당한 직장인이라면 앞선 이들의 사례를 통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법을 안다고 모든 갑질이 해결될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다고 괴롭힘이 사라질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가해자 처벌조항이 없고, 5인 미만 사업장과 간접고용 노동자는 적용되지 않으며, 처벌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낮다. 법의 경계를 교묘히 피해가며 임금을 떼먹는 사장님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억울한 직장인들의 편을 들어줘야 할 정부기관은 대기업의 편을 든다. 저자는 여성 직장인들의 미투 사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4인 이하 사업장, 파견법을 악용하는 악덕 업체 등 법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유명무실하거나, 법이 필요한 곳에 법이 없는 여러 사례들을 언급하며 조목조목 실행 가능한 대안들을 제시한다.
“월급 떼이는 직장인. 정부가 먼저 체불임금을 주고, 사업주에게 받아내면 된다. 월급 도둑 사업주에게 200퍼센트 부과금을 징수하고, 임금채권 소멸시효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면 된다. 갑질당하는 직장인. 갑질 가해자 처벌조항을 만들고, 근로감독해서 노동법 위반 잡아내고, 임기와 권한을 가진 근로자대표를 직접·비밀선거로 뽑도록 법을 바꾸면 된다. 해고당하는 직장인. 사업주가 용역·하청 못 쓰게 하고, 용역업체 변경하면 고용승계하게 하고, 불법파견하면 처벌받게 하면 된다. 좋은 정부라면.” _245쪽
저자의 메시지는 날카롭고도 분명하다. 직장갑질 문제를 기업인의 ‘양심’에 맡겨놓지 말고 정부가 바로잡아야 한다.
■ 추천의 말
온 국민의 일상을 옥죄는 직장갑질 문제가 한반도 평화, 재벌개혁, 검찰개혁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행동하지 않으면 직장갑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훌륭한 가이드북이다.
_정관용 시사평론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분위기 깨지는데, 한 번인데, 나만 참으면 되는데, 경미한데, 여성인데, 남성인데 하면서 ‘갑질 괴물’에 침묵한다. 이 책에는 휴머니스트 박점규의 인간, 노동, 평등에 대한 따뜻한 공감과 법, 제도, 관행에 대한 날 선 비판이 함께 녹아 있다. 누구나 갑질 괴물이 될 수 있음을 소소한 일상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갑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더불어 평등한 세상을 지향한다면 이 책을 통해 ‘과거’를 성찰해야 한다.
_조영선 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