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과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번째 장소, 과학실
과학실 실험 기구들에게도 세대교체가 있다는데……
낯선 과학 실험 도구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나는 아직도 쓸모가 있다고!”
버려질까 봐 괴로워하는
알코올램프 군에게 예전처럼 대활약을 할
기회가 다시 찾아올까요?
과학실에 들어가 본 적이 있나요.
실험 기구들이 왠지 까다롭게 여겨지지 않았나요.
항상 변함없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은
그들에게도 다 속사정이 있답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들어볼까요.
초등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과학 실험 기구들은 조심스럽고 쉽게 다다가기 어려운 것으로 느껴지지요. 이번에 한겨레아이들에서 새로 나온 《알코올램프 군과 과학실 친구들》은 과학을 가깝게 느끼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에는 참 많은 실험기구들이 나옵니다. 귀여운 캐릭터로 변신한 실험 도구들은 평소 가지고 있던 거리감을 무너뜨리고 편안하게 다가가게 합니다.
학교에서 과학실은 어린이들이 처음으로 생생하게 과학을 경험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늘 조심해야할 곳으로 인식됩니다. 교사들 역시 긴장하며 주의를 기울이는 곳이지요. 예비 초등생뿐만이 아니라, 과학실을 경험하면서 이곳을 그저 조심스러운 곳으로 느끼던 어린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과학실의 후미진 구석이나, 다양한 여러 실험 도구들에 대해 세세하게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쓰임이 없다고 버려질 운명에 처한 실험 도구들의 운명은?
과학 실험 여기저기에서 활약하던 알코올램프 군은 어느 날 위기의식을 느낍니다. 새로 들어온 가스레인지가 어느새 자신을 대신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혹시, 쓸모가 없어진 기구들이 모인다는 과학실 구석의 ‘열리지 않는 선반’에 가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알코올램프 군은 기존 칠판 대신 바뀌어 있는 멋진 전자칠판을 보며 “어쩌면 새로운 것이 더 좋을지 몰라.”라고 변화를 수긍하기도 하고, “나는 아직도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면 버려질 수밖에 없다는 건가? 안 돼!” 하고 갈등하기도 합니다. 과연 알코올램프 군은 시대가 가져오는 차가운 흐름 속에서 어떻게 될까요?
과학실의 실험기구들도 세대교체가 있다는 것을 생각을 해보셨나요. 이 책을 보면서 부모 세대는, ‘익숙했던 알코올램프가 지금 아이들에게는 낯선 것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나는 알코올램프 세대인데…’ 하며 왠지 추억의 한 자락이 사라지는 것 같은 허전함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이 책은 과학실의 과거와 현재를 느끼게 해줍니다. 예전에는 많이 사용했지만 이제는 더 성능이 좋고 사용이 간편한 새로운 기구들이 나오면서 기존의 기구들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이유로 뒤안길로 사라지는 안타까운 현실이 그려집니다.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면 버려질 수밖에 없는 건가요?”라는 알코올램프의 외침처럼 이런 고민이 비단 과학실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삶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에 이르면 왠지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씁쓸하지만 받아들여야할 과학실의 세대교체
그렇지요. 도구나 사람이나, 어느 날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없을 때가 오고,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새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무가치해져서 사라진다기보다는 릴레이 경기에서의 주자끼리의 바통 터치 같은 것이 아닐까요?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던 기구들이 보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다른 주자로 바통을 넘겨주면서 과학이 발전해 온 것처럼요. 그럴 때 이미 뛰었던 자도, 지금 달리고 있는 자도 또 응원을 하는 자도, 모두 한 가지 목표를 향해서 가는 길의 참가자이자 한 팀인 거지요. 마치 이 책에서 오래된 기구들의 노련함과 새로운 기구들의 패기가 힘을 합쳐 과학실에서 일어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우리 삶도, 인류가 이뤄낸 값진 문화유산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이 책은 초등학생들이 평소에는 거의 접하지 못하는 다양한 실험 기구들이 친근한 모습으로 등장하여 안타가운 속사정을 털어 놓는 바람에, 이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또한 알코올램프 군과 뚜껑 군 콤비처럼, 삶의 끝자락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다면 우리의 삶도 그렇게 쓸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위로까지 담겨있어,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읽으면서 “이건 뭐지?”라고 생각이 드는 실험기구들도 있지만, 책 앞뒤 면지에 이름과 용도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해설이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원래 과학실에서 사용하는 여러 도구들을 귀엽고 친근한 캐릭터로 표현하여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은 《비커 군과 방과 후 과학실》 그림책과 같은 시리즈의 책으로 기획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