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다 안고 가’라는 말을 코트 속에 품고, ‘흰 달빛처럼 혼자서 걷는’ 사람의 책”
_한강(소설가)
“지금 다시 조동희라는 아름다운 언어가 막 도착한 것처럼”
_박준(시인)
“어김없이 흐르는 시간과, 그 사이사이에 소중히 꽂아놓은 갈피 같은 이야기들.”
_정승환(가수)
■ 책 소개
“어김없이 흐르는 시간과 그 사이사이 꽂아놓은 갈피 같은 이야기들” _정승환(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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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순, 조규찬, 이효리, 더클래식, JK김동욱 등
한국 포크계의 숨은 빛, 작사가 조동희 산문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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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마에스트로 조동희의 언어로 기록한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크고 작은 순간의 질감들
한국 포크의 걸작이라 불리며 성시경, 윤도현 등 수많은 가수의 사랑을 받아온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의 노랫말을 쓸 당시 작사가 조동희의 나이는 스물넷이었다. 20대라고는 믿을 수 없는 감수성과 예술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저자는 포크 음악의 대부 故조동진과 전설적인 듀오 ‘어떤날’ 조동익의 동생이다. 음악계의 별이었던 두 사람 사이에서도 자기만의 세계를 온건히 다져나간 조동희는, “큰 나무 아래 시들지 않고 또 다른 나무를 심었다”라는 평을 받은, 명실공히 한국 음악계의 숨은 빛이다.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를 누구보다 시적으로 노랫말에 담아내는 조동희는 ‘애정’을 작사가의 일 순위 자질로 꼽는다. 라임과 훅 이전에 삶과 사람에 대한,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에 대한 지난한 관심과 사랑이 노랫말을 쓰게 만드는 동력이라고 말한다.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는 그렇게 ‘28년’간 노랫말로 품어온 무한한 애정에 관한 이야기다. 그 안에는 작사가의 언어로 기록된 일상이 있고, 삶의 태도가 있고, 행복과 슬픔을 향한 다독임이 있고,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은유와 고찰이 있다. 이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노랫말이 되기 전에 쓰인 메모나 에피소드, 베테랑 작사가의 작사법을 살펴보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 모든 것은 무릇 노래가 그러하고, 박준 시인의 추천사가 “낯설고 캄캄한 먼 길 위에서 우리의 언어는 말이 아니라 노래”라고 밝히듯, 지친 하루 끝 ‘포기’라는 단어가 떠오를 때, 또는 나의 ‘삶’에 대한 애정 전선에 적신호가 드리울 때 건네어지는 따듯하고 포근한 위로의 손길로 우리를 일으킨다.
작사란 나만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방법
작사가 조동희의 노래가 된 순간들
가사에는 설레는 첫사랑이 있고, 잠 못 드는 밤이 있고, 혼자 견디며 마시는 술이 있다. 그리고 그 노래가 어떤 삶의 배경음악이 되기 전까지 작사가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수많은 문장을 쓰고 지운다. 이 책에는 아버지를 여읜 어린아이의 결핍과 외로움, 수년간 작사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들, 세 아이의 엄마로서 버텨내고 붙잡아야 했던 삶, 누군가의 안전과 행복을 바라는 더없이 아름다운 사랑의 형태 등 가사가 되기 위해 작사가 조동희가 끝없이 돌아봐야만 했던 생의 이력이 담겨 있다. 애써 외면하고 싶은 삶의 크고 작은 아픔과 슬픔까지 마주하는 일은 녹록지 않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돌보지 않은 생의 조각들 사이에서 비로소 사금처럼 반짝이는 보석이 발견된다고, 그렇기에 그 순간을 보듬어내는 작사란 “나만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방법”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에 담긴 이야기는 저자 고유의 것이면서도, 작사가의 언어로 여과되어 그리움, 슬픔, 사랑, 이별과 같은 보편의 감정과 현상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다. 더욱이 가사와 산문이 대칭적으로 교차하는 글의 짜임은, 모든 글이 한 곡의 노래처럼 읽히며, 조동희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작사가라는 자아를 통과해 노랫말로 변하는 과정을 더욱 흥미롭게 그려낸다.
우리 모든 슬픔은 길어봐야 2주뿐,
당신의 슬픔을 위로해줄 꿈결 같은 이야기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
슬픔은 아름다웠기 때문에 오는 것
빛이 있기에 생겨난 그림자 같은 것
_본문에서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 “내 슬픔은 바다로 흘러”, “거리에 넘치는 수많은 슬픔들” 등 작사가 조동희에게 슬픔은 무기다. 그것은 그가 슬픔에 천착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극복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고, 소설가 한강은 추천사에서 “‘네가 다 안고 가’라는 말을 코트 속에 품고, 흰 달빛처럼 혼자서 걷는 사람”으로 묘사한 바 있다. 오늘날 작사가 조동희를 있게 한 힘이자, 한국 음악의 큰 버팀목이었던 조동진의 별세는 책 전반에 걸쳐 커다란 슬픔으로 나타난다. 또한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부터, 세월호 사건까지 ‘상실’에 예민하게 공명하는 작사가 조동희에게 슬픔은 “아득하고 차갑고 구석 같은” 것으로 체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는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힘, 그 단단한 마음도 함께 보여준다. 투명한 강물 아래 슬픔을 담아두고 그 위를 거니는(〈유리강〉, 조동희, 2015) 작가의 의연함을 공유하면서, “우리 모든 슬픔은 어쩜 길어봐야 2주뿐이래, 어떻게든 시간은 가고 내 가슴은 굳어져”라는 가사와, ‘바다로 흘러간 슬픔 위에는 무지개가 뜬다’라는 표현을 차근히 음미해보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던 슬픔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멀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당신을 버티게 하는 중력은 무엇인가요?
매 순간 떠나고만 싶은 보통의 존재들에게
떠나고 싶게 만드는 건 중력이 있기 때문이에요.
중력이 없으면 막 휙휙 겉돌기도 하죠.
그 중력이 당신의 힘이에요.
_본문에서
작사가, 가수, 음악 감독, 작가 등 다양한 타이틀을 가진 조동희는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그는 1990년대 수많은 명반에 작사가로 이름을 올리고서 불현듯 자취를 감춘 이유 역시 연년생에 쌍둥이로 태어난 아이들의 육아 때문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는 조금 느릴지라도 음악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았다. 이 책에 나오는 〈꽃사과〉라는 곡의 에피소드에서 조동희는, 치열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나날들을 뒤로하고 지금은 아이들과 보내는 하루가 “진공관 속의 투명한 시간”처럼 유일하고 소중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에게 아이들이 음악을 포기하고 싶게도, 더욱 갈망하게도 만들었던 생활의 무게였듯이, 우리가 이고 지는 일상의 고단함,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생활의 짐이 언젠가는 삶에서 튕겨 나가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중력이 될 거라고 다독인다.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때에, 깊이 호흡한 뒤 “우리가 가진 일상의 중력이 언젠가 우리 삶에 추(錘)가 된다”라는 문장을 따라 걸어보자. 비 온 뒤의 산책처럼 청량한 기운으로 오늘을 버텨낼 수 있도록.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는 않아도 완전한 ‘최소우주’다.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에서 저자는 모두의 삶, 각자의 이야기가 노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작사가가 노랫말로 만드는 것들 역시 결국 한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신의 삶이 그 누구보다 무미건조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힘내어 살 이유를 찾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는 사람에게, 그 삶이 유일하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무해한 울림이 된다. 고된 밤 들려온 한 곡의 노래가 내일을 여는 또 다른 멜로디가 되는 것처럼, 이 책 역시 지친 하루 끝에 누군가의 침대맡에서 한 곡의 노래처럼 스며드는 운명이 되기를 바란다.
■ 추천사
빛을 등지면 그림자가 보입니다. “빛이 있기에 생겨난 그림자”지만 정작 빛은 조금도 그림자를 침범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기억과 마음 뒤편에도 음영 같은 것이 있습니다. 잡을 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는. 그러니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러다 슬쩍 한번 걸어 들어가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 낯설고 캄캄한 먼 길 위에서 우리의 언어는 말이 아니라 노래입니다. 지금 다시 조동희라는 아름다운 언어가 막 도착한 것처럼. _박준(시인)
난 내가 바랐던 멋진 사람은 아니예요.
그대 생각처럼 나는 강하지 않아요.
그저 가끔 울고 가끔은 웃는
그게 나예요.
_조동희, <그게 나예요>, 2011
처음 조동희라는 뮤지션을 알게 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새로운 음악과 뮤지션을 발견하는 것이 그날의 가장 큰 행복이었던 때. 우연히 들은 〈어린 물고기〉를 시작으로 몇 개의 앨범, 그 속에 담긴 음악들,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를 엿들으며 당시의 어린 나는 참 많은 위로를 얻곤 했다. ‘위로’라는 말. 어째선지 나는 그 단어를 썩 좋아하진 않지만 그때의 감정을 달리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난 지금의 나 역시 여전히 그녀의 이야기에 남몰래 기대는 날이 많다. 그사이 우리는 조용히 응원하던 팬과 가수에서 함께 음악을 하는 동료가 되었지만, 그녀의 음악을 들을 때만큼은 언제나 교복을 입고 집으로 돌아가는 꿈많은 소년이다. 어김없이 시간은 흐르고, 그 사이사이에 소중히 꽂아놓은 갈피 같은 이야기들. 나에게 그녀의 음악이 그랬듯 이번엔 그녀의 갈피를 하나하나 꺼내 펼쳐볼 차례다.
내가 바란 만큼 그리 멋지지도 강하지도 않은, 그저 가끔 울고 가끔은 웃는 무수한 ‘나’에게 이 책이 또 한 번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_정승환(가수)
‘네가 다 안고 가’라는 말을 코트 속에 품고, ‘흰 달빛처럼 혼자서 걷는’ 사람의 책 _한강(소설가)
■ 본문에서
이것은 애정이다. 음악과 사람에 대한.
가사의 걸음에는 아이의 시작이 있고
설레는 첫 편지가 있고
잠 못 드는 밤이 있고
혼자 견디며 마시는 술이 있다.
낡은 책상 하얀 종이 위 생각이 떨어진다.
어떤 날은 사각사각 물 흐르듯 쓰이던 글이
또 어떤 날은 나를 떠나 허공에 맴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슬픔’이란 단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니다. 그때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아득하고 차갑고 꿈결 같고 구석 같고 껍질 벗겨진 삶은 달걀 같고…….
작사는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이 모든 디테일을 그러쥐고 단순한 삽화를 그리는 일이다. 많은 것을 알지만 말을 아끼는 사람처럼 고고한, 아름다운 노래가 그리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것부터 반복하여 생각하고, 쓰고, 지우다 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이야기가 생기고 나만의 언어가 몸에 배게 된다. 작사의 매력은 그렇게 체화된 언어로 그 누가 부른대도 이질감이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
슬픔은 아름다웠기 때문에 오는 것,
빛이 있기에 생겨난 그림자 같은 것.
사람들이 섬처럼 가깝고 멀어지고 태어나고 떠나갈 때 우린 어떤 마음을 준비해야 할까.
세상의 끝처럼 외로웠다가 사막의 중간처럼 외롭고 싶다가, 그 감정의 조율에 실패한, 어느 유난히 머리 지끈하고 체력이 바닥인 날이면 전쟁터에서 시를 쓰는 기분으로 혼잣말을 한다.
어쩌면 세상, 숨 쉬는 모든 건 사랑을 원하죠.
그저 아름답기만 한 사랑은 없어
아름답게 기억하는 사랑이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