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곽재식 작가, 궤도 작가 추천
“변화무쌍한 날씨를 클래식 음악의 선율로 다룬 과학책이 있다면 어떨까?”
“이 책은 과학이 알려주는 단서를 따라 평범한 상상을 넘어, 삶에 대한 신선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태풍에서 열대 정글의 공기 냄새를 맡고, 무지개 색깔을 이야기하면서 베토벤의 사연을 들려준다. 시집보다 시적이면서 주가분석보고서보다 과학적이다.”
― 곽재식(작가,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저자)
“음악의 오중주라는 형식을 광활한 우주에 투영한 것처럼, 변화무쌍한 날씨를 클래식 음악의 선율로 다룬 과학책이 있다면 어떨까? 예술적 조예가 깊은 저자가 만들어낸 과학과 음악의 새로운 심포니가 몹시 기대된다.”
― 궤도(과학 커뮤니케이터, 《과학이 필요한 시간》 저자)
기후 위기 극복이 국제사회의 당면 과제가 되면서 기후변화와 날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책이 다수 출간되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한반도 날씨 변화의 원리와 작동 방식을 친절히 설명해주는 책이 나왔다. 기상학자이자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평소 본인의 관심사인 클래식 음악과 날씨를 접목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날씨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건조한 먼지바람이 불어오는 봄, 강물처럼 비가 내리는 여름, 맑고 파란 하늘의 가을, 춥고 건조한 겨울까지. 한반도 날씨는 대기와 땅, 햇볕이 만들어내는 4악장의 아름다운 협주곡이다. 책에는 고기압, 저기압 등 날씨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에 대한 자세한 개념 설명이 들어 있으며, 곳곳에 그림을 곁들여 한반도의 기상 현상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돕는다.
날씨는 대기와 땅, 햇볕이 만들어내는 음악 같다
기상학자가 들려주는 과학과 음악의 심포니
한반도는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해, 북쪽에 있는 육지와 남쪽에 있는 바다의 영향을 번갈아 받는다. 여름이면 북태평양의 바다에서, 겨울이면 시베리아의 육지에서 고기압이 생기고 한반도는 그 영향권 아래에 들어간다. 또 한반도는 북반구의 중위도 온대 지방에 위치한다. 산에서 계곡을 내려갔다가 다시 능선을 타고 오르기를 반복하듯이, 중위도 온대 지방에서는 저기압과 고기압이 짝을 이루어 동서로 반복하여 이어지고 이것들은 편서풍을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간다. 이렇게 이동하는 저기압과 고기압이 한반도의 날씨에 변주를 만들어낸다.
책은 한반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날씨 현상을 사계절로 묶었다. 1부 “햇빛에 깨어나는 봄”에서는 변화무쌍한 봄 날씨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시기에 한반도를 흐르는 대기의 강물은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다. 찬 공기가 시베리아에서 적도를 향해 흐르다가, 중국 양쯔강 자락에서 햇빛을 받으며 자라난 따뜻한 기운이 북상하면서 아직 가시지 않은 한기와 부딪혀 요란하게 비를 쏟는다.
“일기도는 느리거나 빠른 리듬이 뒤섞여 있는 악기의 경연장이다. 겨우내 우리나라에 머물렀던 시베리아 동장군은 말발굽 소리를 내며 잰걸음으로 달아나다 점차 둔탁한 북소리를 내며 사라진다. 저 멀리 오키나와 남쪽에서 북상할 시기를 엿보는 북태평양고기압은 라르고에 저음의 콘트라베이스로 속삭인다.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온대저기압은 고음의 바이올린이 되어 알레그로 템포로 경쾌하게 읊조린다.”
2부 “물길 따라 젖어드는 여름”에서는 물기 물씬한 여름의 날씨 이야기를 다룬다. 장마철이 되면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쪽으로 확장해 오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대양의 수증기 물길이 한반도까지 이어진다. 그러면 길목을 따라 비구름대가 계속 만들어지면서 많은 비가 내린다. 하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더욱 확장해 한반도를 덮으면, 수증기의 물길은 한반도를 비켜간다. 한반도 상공의 대기가 정체하며 안정한 구조를 형성하고 위아래로 공기의 순환이 막히면서 열대야가 찾아오는 것이다.
“장맛비는 대양의 수증기가 계절풍을 타고 아시아 대륙의 열기를 찾아가는 대규모 지구촌 행사다. 여름이 되면 태양의 남중고도가 높아지고 열의 적도는 북반구로 옮겨온다. 육지가 많이 몰려 있는 북반구는 바다가 많은 남반구보다 빠르게 달아오른다. 특히 아시아 대륙은 광활한 만큼 다른 지역보다 더욱 빠르게 달아오른다. 더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이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주변에서 바람이 모여든다.”
3부 “구름 사이로 흘러가는 가을”은 사계절 중 가장 쾌적한 가을의 날씨 이야기를 다룬다. 남쪽 바다의 고기압 세력이 물러가면 한반도에는 다시 북풍이 분다. 북쪽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많이 내려올수록 따뜻한 공기를 높은 곳에서 만나게 되어 구름의 고도가 높아진다. 고도가 높으면 수증기는 적어져서 구름층이 엷어진다. 하지만 가을의 초입에는 우박이 내리고 소나기가 쏟아지기도 한다. 한낮 태양이 아직 뜨거워서 지표면에서 달구어진 공기가 상층에서 찬 공기를 만나, 대기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4부 “밤과 꿈에 빠져드는 겨울”에서는 뼛속 깊이 춥고 건조한 겨울의 날씨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제 대기는 완전히 방향을 바꾸어, 북쪽의 육지에서 남쪽의 바다를 향해 간다. 시베리아에서는 한기 가득한 고기압이 세력을 크게 키우고, 호시탐탐 팽창할 기회를 엿본다. 그러다가 한반도를 지나가는 온대저기압이 작은 소동을 일으키면, 그걸 핑계 삼아 북풍을 타고 한반도로 밀려온다. 삼한사온은 온대저기압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한반도 주변을 지나갈 때, 저기압이 접근하기까지 나흘 정도는 남풍 계열의 바람이 불면서 기온이 조금 오르다가 저기압이 통과하면 북풍을 타고 한기가 남하하면서 사흘 정도 기온이 떨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다.
계절을 악장으로 태양을 선율로,
날씨의 음악을 듣고 이해하는 법
저자는 날씨의 다양한 현상과 원리를 음악에 비유하는데, 계절이 클래식 음악의 악장과 같은 것이라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악장의 길이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그 결과 봄을 노래하는 1악장은 짧아지고 대신 2악장의 여름은 점점 길어진다. 태양의 동선에 따라 기온이 오르내리며 낮과 밤의 주제 선율이 흐르지만, 여기에 대기가 쉴 새 없이 변주곡을 연주한다. 계절의 변화가 저음의 반주를 지속적으로 연주하는 가운데 매일의 날씨가 다채로운 변주곡으로 음악을 풍성하게 장식해준다.
여기에 더해 독자는 학자이자 현장 전문가로서 저자의 경험도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다. 대기과학 박사인 저자는 기상청 예보국장, 수치모델관리관을 역임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기후센터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지금은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오랫동안 기상학자이자 기상 전문가로 일하면서 날씨를 예측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고된 일인지 경험했다.
“기상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갈 것 같으면 평소보다 서둘러 야간 근무지로 향한다. 낮에 잠깐 선잠이 들었다가 깨어서인지 머리는 둔기로 얻어맞은 듯이 여전히 멍하다. 밤새 자료와 씨름하며 여기저기 기상특보를 발표하고 새벽 5시에 정규 일기예보를 내보내고 나면 무거워진 눈꺼풀 사이로 졸음을 참느라 또 한 차례 전쟁을 치러야 한다.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애써 태연하게 일근 조와 교대하면서도 속으로는 다음번 야근에는 어떤 날씨가 괴롭힐지 걱정이 앞선다.”
날씨는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리듬이 되고 시작과 끝이 된다. 경칩이나 춘분, 추분 같은 절기는 아직도 한국인의 일상에서 중요한 기준점이다. 우리가 하루하루 접하는 날씨는 지구라는 더 큰 공간에서 연주되는, 더 큰 음악의 일부분이다. 날씨를 한 곡의 음악처럼 느끼고 그것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더 입체적이고 흥미롭게 여길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상의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도와줄 것이다. 날씨에 인생을 바친 과학자가 풀어내는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유이다.
추천의 말
뜬구름 같은 이야기라고 하면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구름이 비를 내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뜬구름만큼 현실적인 문제도 별로 없다. 예부터 비는 농사에 가장 중요한 문제였고, 지금은 산업과 경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미래에 가장 중요한 문제로 기후변화를 따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날씨에 인생을 바친 과학자가 들려주는 이 책만큼 구름 같은 책도 드물다. 여유 가득한 산문으로 쓰였지만, 그 속에 담긴 상상력은 날씨의 내면을 연구하는 과학이어서인지 결코 뻔하지 않다.
막연히 혼자 상상하기만 한다면, 구름에서 떠오르는 생각이란 천사들이 뛰어노는 솜뭉치 같은 진부한 생각에 그치기 십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이 알려 주는 단서를 따라 평범한 상상을 넘어 삶에 대한 신선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태풍에서 열대 정글의 공기 냄새를 맡고, 무지개 색깔을 이야기하면서 베토벤의 사연을 들려준다. 시집보다 시적이면서 주가분석보고서보다 과학적인 책이다. 더없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줄 책인 동시에 생각해보기 시작하면 끝없는 배움의 기회를 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 곽재식(작가,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저자)
밤하늘의 페가수스 별자리 방향에는 프랑스 천문학자 스테판이 발견한 다섯 개의 은하가 보인다. 3억 광년 거리의 먼 은하부터 3천만 광년 떨어진 가까운 은하까지 다양하지만, 우리는 이들을 ‘스테판의 오중주’라고 부른다. 음악의 오중주라는 형식을 광활한 우주에 투영한 것처럼, 변화무쌍한 날씨를 클래식 음악의 선율로 다룬 과학책이 있다면 어떨까? 일상과 닿아 있어 친숙하지만, 슈퍼컴퓨터로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날씨의 과학을 이제 음악과 함께 즐겨보자. 예술적 조예가 깊은 저자가 만들어낸 과학과 음악의 새로운 심포니가 몹시 기대된다. ― 궤도(과학 커뮤니케이터, 《과학이 필요한 시간》 저자)
본문 중에서
날씨도 마찬가지다. 폭풍우라는 것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다. 폭풍우가 다가올 때 어떤 사람은 구름색이 짙어지고 하늘이 어두워지는 걸 느끼고, 어떤 사람은 갑자기 강해진 남풍에 촉촉한 수분기가 섞여 있는 걸 감지할 것이다. 폭풍우가 바짝 다가오면 누군가는 두 뺨에 보드라운 빗방울을 맞을 것이고 누군가는 목적지로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그러다 폭풍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면 우산으로 장대비를 받아내며 가까운 카페로 서둘러 들어가겠지.
우리나라에서는 한 달에 몇 차례 기압의 파동이 지나가지만, 매번 주기나 크기나 강도나 모양이 다르다. 봄가을에는 특히 저기압과 고기압의 리듬이 뚜렷하고 고기압이 빠르게 이동하므로 고기압에 ‘이동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이동성고기압’이라고도 한다. 여름과 겨울에는 계절풍의 세력에 가려져서 저기압과 고기압의 패턴이 희미해진다. 여름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상하여 우리나라를 차지하고, 겨울에는 시베리아고기압이 남하하여 우리나라에 뻗쳐 있어, 이보다 세력이 작은 저기압이나 이동성고기압은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마음으로 느끼는 봄에는 개인차가 있다고 대충 넘어가더라도 기상학적으로 봄이 오는 시기가 매번 다른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바람은 단순히 내 앞에서만 불어대는 대기의 속삭임이 아니라 지구를 뱅 두르고 이어져 있는 커다란 매듭 같은 것이다. 이 매듭은 단순한 모양의 머리띠라기보다는 여기저기 복잡하게 꼬여 있는 라면 가닥에 가깝다. 내게서 물러가는 찬바람이든 나에게 다가오는 따뜻한 바람이든, 바람을 거슬러가 보면 다른 운동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음악은 시간 속에서 흐른다. 흐름 속에서만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그 아름다움을 붙잡기 위해 흐름을 멈추면 음악도 끝난다. 하나의 강은 대기의 물길을 통해서 또 다른 강과 이어져 흐른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더 이상 강이 아니듯이, 바람이 불지 않으면 대기의 강물을 따라 흐르는 음악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강이 흘러왔듯이, 대기의 물길도 오랜 세월 강과 강을 건너고 바다와 바다를 건너 지금까지 흘러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한여름에는 가을을 기다리며 덥고 습한 찜통더위를 이겨내야만 한다. 여름에는 태양이 머리 위를 지나고 낮이 길어 어느 때보다 일사량이 많다. 게다가 계절풍이 남쪽에서 더운 바람을 몰고 온다. 여기에 봄부터 햇빛을 받아 축적된 열기로 토양과 주변 바다의 온도도 올라간 상태다. 그래서 여름은 으레 더운 계절이지만 유난히 더위가 심해지는 것은 대기의 흐름이 막혀 있어서다. 우리 몸에 흐르는 피는 영양분도 공급하지만 체온도 조절한다. 혈관이 막히면 열을 필요한 곳에 전달하기 어렵다. 대기도 더운 곳에는 찬 공기를 보내고 추운 곳에는 따뜻한 공기를 보내, 지구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간혹 대기의 흐름이 정체하면서 이러한 조절 기능에 장애가 생기고 이것이 특정 지역에서 이상 고온이나 저온으로 나타난다.
겨울철에는 강물이 마르듯이 대기의 강물도 바짝 말라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그러다 장마철이 되면 어느새 한반도에 남서풍을 따라 기다랗고 좁은 대기의 물길이 형성된다. 자연이 연출하는 놀라운 마력이다. 한반도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걸리면 남서풍을 타고 온종일 습하고 더운 기류가 들어온다. 바람이 부는데도 습도가 높아 전혀 시원하지 않다. 마치 한증막에 들어간 것처럼 땀을 흘려도 잘 마르지 않고 땀방울이 피부에 맺힌 채로 줄줄 흘러내린다. 옷깃이 스치면 끈적거린다. 한밤중에도 기온은 떨어지지 않고 열대야로 숨이 턱턱 막힌다. 이런 느낌이 들면 대기의 물길을 타고 수증기가 대거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대기 중에 금방 물이 될 것처럼 수증기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 것이다.
열대와 극지 사이의 중위도 지역은 동서를 막론하고 살기 좋은 온대기후를 갖고 있지만 늘 햇빛이 일으킨 풍파의 중심권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는 온대기후권 중에서도 유별나다. 겨울에는 편서풍이 티베트고원의 북쪽을 돌아 한반도로 내려오면서 시베리아기단을 함께 끌고 오므로 차고 건조한 칼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든다. 반면 여름에는 티베트고원으로 향하는 기류가 바다의 수증기를 끌어오면서 북태평양기단이 한반도로 확장한다. 그러면 비가 많고 습도가 높은 푹푹 찌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