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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인간 선언 상세페이지

탈인간 선언

기후위기를 넘는 ‘새로운 우리’의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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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40원
출간 정보
  • 2023.12.01 전자책 출간
  • 2023.11.10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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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7.8만 자
  • 16.4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60407303
ECN
-
탈인간 선언

작품 정보

책 소개

“나르시시스트 인류가 초래한 기후위기 시대,
나는 어제의 인간이기를 단호히 거부한다”


인간중심주의에서 탈인간중심주의로,
공멸을 막는 전환적 감각에 대하여

환경운동가이자 저서 《아무튼, 비건》으로 한국 독서시장에 비거니즘 물결을 일으킨 작가 김한민이 생태·기후위기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첫 칼럼집 《탈인간 선언》을 선보인다. “세계의 절망을 목격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냉소와 포기만이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느껴질 지경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시인 김선오는 이렇게 말한다. 저자는 이 절멸의 시대를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약 3년간 〈한겨레〉에 연재했던 칼럼 ‘탈인간’을 바탕으로 못다한 이야기를 새로 덧붙이면서 이 책을 엮었다.
폭염, 수몰, 이상 기후, 빙하 유실, 산불…. 기후위기는 이제 모두가 피부로 느낄 정도로 실재하는 위기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변화에 둔감하다. 식당에 다회용 용기를 가져가 음식을 포장하거나 텀블러를 챙겨 외출하는 이에게 ‘그런다고 뭐 얼마나 달라지느냐’ 쉽게 냉소하고, 비거니즘이나 기후정의행동에 동참하는 선택지는 ‘어차피 내가 죽을 때까지 지구는 망하지 않으니까’ 하며 슬쩍 포기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에도 ‘오염되기 전에 얼른 회 많이 먹어두자’ 식의 농담만이 오간다. 환경 관련 정책과 사회적 논의는 개발·성장의 가치에 쉽게 밀려 무너진다. 인류세마저 종말을 앞둔 이 시점에, 세계의 절망을 ‘목격하고만’ 있기란 얼마나 쉬운가.
하지만 이어 김선오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탈인간 선언》은 그런 냉소를 냉소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아직 남아있음을 알려준다”고. 이 책은 생태·기후위기를 초래한 인간중심주의적 가치와 관습으로부터 과감히 탈피해, 절멸 대신 공생으로 나아갈 것을 호소한다. 1부 ‘기후위기, 인류세의 끝에서’에서는 생태·기후위기의 실상을 진단하고, 2부 ‘탈인간중심주의’에서 생태적 파국을 불러온 인간적 가치와 관습들을 비판한다. 마지막 3부 ‘환상, 그 너머로’에서 탈인간중심주의와 교차주의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포기와 낙담 대신 책임과 변화를 택하는 힘을 독자에게 전해준다. 그간 기후와 관련된 이야기는 대부분 인간 편리의 관점 혹은 윤리적 차원에서 말해졌다. 이 책은 저자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과 첨예한 문장으로, ‘인간’의 영역을 기꺼이 허물고 종을 초월한 연결에 대해 말한다는 점에서 생태·기후위기에 대한 관점을 확장시키고 기존의 담론을 넘어선다.

이제 인간은 기록적 가뭄이나 폭우,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을 겪어도 하늘이 아니라 스스로를 원망해야 할 판이다. 불가항력으로 여겼던 자연재해에 대해 인간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건 실로 파격적인 사고의 전환을 요한다. (중략) 유독 호모 사피엔스가 추구해온 삶의 양식만 생태적 파국을 불러왔다. 인간중심주의를 어떻게 해보지 않고서 이 수렁에서 빠져나가긴 불가능해 보인다. 바로 이 문제의식에서 ‘탈인간’이 등장한다._들어가며 중에서


‘우리’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면…
탈인간중심주의, 새로운 세계로의 변화

저자는 지금껏 인간이 생태·환경에 미친 영향을 되짚어보고 ‘탈인간중심주의’에 대해 고민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탈인간’은 탈인간중심주의의 준말로, ‘인간’이라는 개념에 스며들어 고착화된 관념으로부터의 탈피를 의미한다. 오늘날 ‘인간중심적’인 세태와 가치는 농업-산업 혁명을 통해 “무수한 기계를 발명하여 자연에 대한 유례없는 통제력을 맛보고, 돈을 최우선시하는 자본주의의 확산”과 기술만능주의·성장지상주의의 흐름 속에서 구성되었다. 고등한 지능을 가진 인간이 스스로 우월하고 예외적인 존재로 군림해 살아오는 동안, 그 외 비인간 존재들은 인간 사회의 발전을 위한 자원이 되거나 자원·도구로서의 쓸모를 입증받지 못해 제거되었다. 저자는 육식주의, 벌목, 포획과 낚시, 도시 개발 등 생태·기후위기와 맞닿은 모든 인간중심적 문화를 각각 비판한다.
나아가, 저자는 탈인간을 통해 기후위기를 넘어설 뿐 아니라, 비로소 유연한 공존이 가능한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과 비인간 존재(동식물·자연) 사이의 위계질서에서 “인간이란 대개 서양의, 근대의, 산업사회의, 도시의, 중산층 이상의, 비장애인 백인 남성이라는 특징을 은연중에 전제한다”. 이렇게 구성된 ‘인간’은 동식물·자연을 포함한 ‘타자’들을 억압해왔다. 인간이 자연을 멋대로 재단하여 이용하고 파괴할 수 있다고 바라보는 관점은 서구가 비서구를, 도시 문명인이 미개(야만)인을, 남성이 여성을,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백인이 유색인을 구분해온 차별적 위계질서와 닮았다. 인간중심적 가치로 쌓아올린 사회에서조차 인간은 안팎으로 끊임없이 배제하고 억압해온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인간이 추구해온 것들을 반성하고, 폭력의 역사로부터 변화하려는 태도는 곧 ‘우리’의 테두리를 넓혀 타자와의 이해·공존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낙담과 포기 대신, 책임과 변화라는 선택을 할 때 비로소 ‘새로운 우리’, 새로운 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

탈인간의 가장 큰 적은 상상과 희망의 고갈이다. 인간조차 아무렇지 않게 무시당하는 시대에 과연 탈인간이 가능키나 하느냐는 비관이다. 하지만 역사상 인간의 외연을 넓히는 그 어떤 일도 저절로, 자연스럽게, 순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여성·유색인종·성소수자·장애인·약자의 권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투쟁의 각축장에서 ‘1보 전진 2보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결국, 탈인간에 대한 시대적 요구도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다 같이 이뤄지거나,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중략) 미셸 푸코의 말처럼 “이제 목표는 우리가 누군지를 발견하는 게 아니라, 우리라는 존재를 거부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어제의 인간이기를 단호히 거부한다._들어가며 중에서


“지구 종말보다 자본주의 종말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도 이젠 옛말”
인류세의 끝에서 기후위기를 말하다

이 책은 총 세 부로 구성되어 기후위기의 현주소를 짚어내고 지금까지의 세태 분석을 토대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안한다. 가장 먼저 1부 ‘기후위기, 인류세의 끝에서’는 생태·기후 위기에 대한 정책·사회적 대응을 특히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예컨대, 더 오래 일하거나 더 오래 놀기 위해 주초부터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도시의 ‘빛 공해’는 어스름한 달빛에 의존해 길을 찾는 나방, 쇠똥구리, 거미, 철새 등 수많은 동물과 일정량의 어둠을 필요로 하는 식물의 생존과 섭식에 치명적이다. 특히 배추좀나방은 빛 공해로 호르몬 교란이 일어나는 종 중 하나이고, 부화한 바다거북 새끼들은 해변의 환한 조명을 바다로 착각해 뭍으로 향하다 죽는다. 종 하나가 인간의 연장된 밤 덕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으나, 정작 인간은 그 변화가 자신을 포함한 전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영양분 순환과 탄소 저장 등 해양생태계에 매우 큰 역할을 하는 고래 역시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에선 그저 큰돈 벌어다주는 “로또”일 뿐이다. 불법 포경은 금지되었지만 정부는 혼획(의도 없이 함께 잡힌 경우)에 대한 적극적 제지를 가하지 않고 있다. 한편 탄소 배출은 어떤가. 대기 오염의 큰 원인인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 탄소배출권을 사고파는 사이에, 기업은 돈만 내면 쉽게 면책할 수 있게 되었다. 미지근한 정부의 대응과 허술한 시스템은 그 어떤 유의미한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한 셈이다.
이어 2부 ‘탈인간중심주의’에서는, 1부에 언급된 생태·기후위기의 배후에 존재하는 인류세의 면면을 집는다. 구체적으로 결과중심주의, 기술만능주의, 물질주의, 성장·발전에 대한 예찬 그리고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판한다. 이를테면, 저자는 관심 경제의 흐름 속에서 인간은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1차원적인 메시지에만 기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결국 이러한 ‘자기중심적 나르시시즘’은 결국 나 이외의 모든 존재에 대한 단절로 이어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생태계 위기와 기후위기라는 공동체적 차원의 문제를 둔감하게 받아들이는 현상 또한 관심 경제 속 나르시시즘 현상과 맞물린다는 것이다. 또 메탄 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축산업에 대해 보수적이고 관용적인 기득권의 입장 역시 ‘나’의 식습관·경제적 이해관계와 밀접하다. 나아가 소비주의와 자본주의는 현대인으로 하여금 ‘제 몫의 파괴’를 거뜬히 해나갈 수 있도록 돕고, 기술만능주의는 미래에 상용화될 에코 테크가 단숨에 문제 상황을 해결할 것이라는 헛된 희망에 기대게 한다. 이처럼 오직 ‘나’에게 이득이 되는, 혹은 기득권이 칭송하는 가치만을 환대하고 다른 존재를 누락시키고 배제하는 사회에서는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비인간 동식물, 자연 환경이 존재할 틈이 없음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3부 ‘환상, 그 너머로’에서 저자는 지금까지 환상으로 치부되어온 ‘타자와의 연대’를 지금의 생태·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안한다. 고탄소 비필수 산업 폐지, 신공항 건설 중지, 숲 보전, 포획 금지 구역 설정과 같은 구체적인 방법들과 더불어, 고래·소·나무와 같은 다른 존재를 인류 발전을 위한 자원이 아닌 생태계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함께 강조한다. 확실한 변화를 통해 문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적응하는 소극적이고 관성적인 방법을 뛰어넘는 접근이 필요하다. 저자는 전환적 사고를 통해 타자와의 긴밀히 연결되고 함께 그 너머를 상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공생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인류는 본래 육식을 했기에 근본을 바꿀 수는 없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류는 95퍼센트 이상을 채식에 의존한 다른 영장류들처럼 진화하는 과정에서 적은 양의 고기를 먹기 시작하다가 근대로 오면서 육류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상기하자. 특히 산업화 이후 포드 자동차 생산 라인에서 영감을 받은 공장식 축산이란 발명을 통해 육류 소비는 폭발적 증가세를 맞이한다. (중략) 이제 소는 자동차가 아니며 포드주의는 동물 ‘생산’에 적용할 게 아니라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뭘까? 그 대답은 “우리가 누구였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질문할 때 나올 것이다._〈육식을 즐기는 지식인을 의심하라〉 중에서


“어떻게 내가 아닌 타자로서 꿈꾸는 법을 배울 것인가”
‘환상’ 그 너머를 향한 연대의 고민들

“넌 환상에 빠져 있어!” “꿈꾸는 소리 하지마.” 기존의 사회 체제에 의문을 갖고 변화를 일으키는 많은 사회운동을 향하는 말들이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움직임뿐 아니라, 사회적 공론장으로부터 벗어난 존재들(약자, 장애인, 성소수자, 홈리스, 이주민 등)을 사회 안으로 불러오거나 사회적 사고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자리에서 특히 자주 들린다. “누군가의 생각을 깎아내릴 때 우린 환상이라고 칭한다. 그 대척점에는 현실, 이성, 합리성이 있다.” 그렇다. 기존 규범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논리와 ‘현실적’인 한계는 번번이 시급한 의제들을 막아서고 변화의 움직임을 터무니없는 ‘환상’으로 치부해왔다.
하지만 환상은 정말 나쁜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결국, ‘기꺼이 환상하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환상은 사회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근본적 방향 전환을 위해서는, 현실에 적응하는 논의로 나아가기보다 계속해서 선제적으로 화두를 던지며 사회적 합의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기후위기에 있어서 “지금의 시스템에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향후 10년은 적응론을 피해야 한다. 그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저감과 적응을 병행하더라도 말이다. 당장은 숫자 놀음이 아닌 최대치의 비타협적 저감을 위해 체제 전환 혹은 그에 준하는 변화에 목을 매야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탈성장 추구나 고탄소 비필수 산업의 폐지처럼 지금으로선 과격해 보여도 실제 저감을 위해 필요한 변화들에 매달려야 한다.”
더 나아가 ‘환상’의 사회적 의미와 규정 자체에 이 책은 본질적인 의문을 던진다. 과연 현실적 대안과 환상은 누가 정하는가? 절멸의 위기 앞에서, 지구는 유한한데 경제 성장은 무한히 지속된다는 생각, ‘녹색 투자’로 공항 신축하는 게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안일한 생각, 빈부격차와 소수자 권리는 외면하며 임기가 지날 때까지 버티면 넘어갈 수 있다는 발상이 오히려 말도 안 되는 ‘환상’임을 꼬집는다.
김한민은 비거니즘에 이어, 이번 칼럼집 《탈인간 선언》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 속 ‘탈인간중심주의’라는 ‘환상’적 파동을 일으킨다. ‘급진적’이고 ‘환상적’이어 보이는 논의들은 또 한번 생태·기후위기와 관련된 논의를 견인할 것이라 기대한다. 절멸의 위기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환상적 현실의 도래로 이끄는 더 많은 상상과 연대이다. 환상 없이, 변화는 절로 오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주입된 환상에서 깨어나 환상이라 치부된 꿈을 회복할 것인가. 어떻게 내가 아닌 타자로서, 개인이 아닌 사회로서 꿈꾸는 법을 배울 것인가. 그 꿈을 어떻게 환상적 현실로 만들 것인가. 무너질 걱정, 자빠질 두려움을 넘어 같이 환상해보자._〈환상하고 자빠지자〉 중에서


본문 중에서

탈인간은 먼저 탈인간중심주의의 준말로, 말 그대로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그것이 몸부림인 이유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 벗어남을 완벽히 성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세의 비극을 탄생시킨 인간에 대한 반성과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목표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다._들어가며 중에서

변화의 큰 방향에 동의하긴 쉽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다. 철학자 폴 비릴리오의 표현처럼 “속도를 정치화”하려 할 때 종종 맞닥뜨리는 역설은, 정말로 가장 급한 문제가 뭔지 알려면 가장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략) 그렇다. 나는 지금 기후위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정치적·물리적 수명이 길지 않은 현 권력자들의 말만 믿고 오직 그들에게 기후에 대한 책임을 맡기는 건, 그래서 극히 위험하다. 기후에 관해 그들이 하는 약속은 말뿐일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그 진정성을 확인할 지표는 약속을 이행하는 속도뿐이다._〈참 좋겠구나, 안 급해서〉 중에서

거의 모든 식물은 일정량의 어둠이 반드시 필요하며 동물 종의 절반 이상은 야행성이다. 만약 생태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동물인 인간이 야행성이었다면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행성인 인간은 본능적으로 밤을 두려워하고 경계해 최대한 없애려는 방향으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다. 그 결과 지구 역사상 오늘날처럼 밤이 밝은 적은 없었다. (중략) 우리나라는 이미 싱가포르·홍콩과 더불어 세계에서 빛 공해가 심한 국가 중 하나다. 우리 삶에 어둠이 필수적이란 사실을 인정한다면 어둠의 문제는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한다. 그리고 그 ‘우리’는 비인간 동식물을 포함하는 광의의 우리여야 한다._〈어두움이 있는 삶〉 중에서

유엔사무총장이 “지구가 온난화 단계를 넘어 끓어오르는 시대다” “인류가 지옥의 문을 열었다”라고 외치고 다닐 만큼 기후 사정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 일로를 걷고 있고, 우리가 손써볼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중략) 그래서 충언하지 않을 수 없다. 축산은 기후·생태 위기의 원인으로 수위를 다투는데도 변화에 가장 둔감한 분야 중 하나다. 지금 시급한 건 축산의 전환, 특히 생산·소비의 대폭적 감축이란 방향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지구를 구할 순 없지만, 먹는 방식을 바꾸지 않고 구하기란 아예 불가능하다.”_〈소는 (진짜로) 억울하다〉 중에서

자본주의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웬만한 문제는 자본주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체제 변화를 주장하는 근본주의자는 거의 없다. 커다란 변화를 상상하는 능력도 고갈됐다. “지구 종말보다 자본주의 종말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도 이젠 옛말, 단순히 현실 정치 너머의 상상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조차 드물다. 불평등, 기후위기 등 문제가 넘쳐나도 근본적·급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일 만큼 자극의 역치가 높아졌다._〈무증상-자본주의〉 중에서

그린 워싱의 원조 격인 이명박의 녹색성장 정책부터 시작해, ESG 경영을 외치면서 환경·사회적 비용을 만만한 곳들에 외부화해온 대기업들은 물론,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십수 년간 바다와 대기를 오염시키는 크루즈 선상의 ‘친환경’ 투어를 팔아온 국내 대표격 환경단체까지… 일일이 처벌했다간 과잉범죄화 현상이 일어날 만큼 가짜가 넘쳐난다. 바로 이것이 그린 워싱의 치명적 폐해다. 가짜들이 자꾸 회색을 녹색이라 속이면 사회 전체가 하강한 기준에 적응해버리는 것이다._〈가짜 ‘그린’도 처벌한다면〉 중에서

〈씨스피라시〉의 결론처럼 수산물을 안 먹으면 바다를 살릴 수 있을까? 대규모 보이콧 운동으로 업계를 압박해 ‘노테이크’(조업 금지) 해양보호구역 지정이나 강력한 보호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그래도 의미 있는 시작이다. 바다 생물을 보는 관점을 바꿔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도 어류의 고통을 부정하는 시각이 팽배한 사회 속에, 산낙지의 살육 과정을 보며 입맛 다시는 걸 ‘존중’하는 문화 속에, 신비로 가득한 ‘물살이’의 세계를 ‘물(의) 고기’로 축소하는 언어 속에 갇혀 있다. 과거의 지혜가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쳐줘라”였다면 이 시대엔 물살이를 안 잡고 사는 지혜가 절실하다, 낚시 프로그램 따위가 아니라._〈아낌없이 죽는 바다〉 중에서

너는 어떻게 낙담과 냉소와 체념의 행렬에 동참하지 않았어? 어떻게 최종적으로 희망을 택했어? 그렇게 혼자 물으면서도, 물어볼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답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녀는 희망을 의식하지도, 굳이 찾지도 않았으리라. 단지 너무도 중요하고 긴급해서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게 스스로 희망이 된 것이리라. 이것이 내가 희망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전부이다. 남은 건 무엇을 하느냐뿐이다._〈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중에서


추천의 말

세계의 절망을 목격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오늘 치 기사의 헤드라인 몇 개만 읽어도 절망감으로 몸이 얼어붙는 것 같다. 냉소와 포기만이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느껴질 지경이다. 그러나 《탈인간 선언》은 냉소를 냉소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아직 남아있음을 알려준다. 인간이 인간됨을 소망하며 만들어온 세계의 모습이 이러하다면, 이제 ‘인간적’이라는 수식의 의미를 바꾸면 된다. 인간으로서의 특권을 거절하고 다른 종과의 긴밀한 연결이 가능함을 믿기.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는 일을 새로운 인간됨의 양상으로 전환하기.
인간 밖의 생동하는 모든 것들을 ‘우리’의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그러니까 ‘나’와 ‘우리’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면, 그러한 실천을 새로운 인간됨이라 부를 수 있다면, 냉소와 포기라는 간편한 선택 대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탈인간의 자리에서 새로운 인간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얼굴이다.
-김선오(시인)

작가 소개

김한민
작가. 《착한 척은 지겨워》 《비수기의 전문가들》 등의 그림소설과 《아무튼, 비건》 《페소아》 등의 에세이를 썼다.
기후/생태 이슈를 다루는 창작집단 ‘이동시’의 일원이고, 리스본 고등사회과학연구소(ISCTE)에서 아마존 원주민 공동체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www.hanmin.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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