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디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강제 새로 고침(Ctrl + F5)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를 진행해주세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디 접속 테스트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드리겠습니다.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하기

김대중의 국정 노트 상세페이지

김대중의 국정 노트

DJ 친필 메모로 읽는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

  • 관심 0
소장
종이책 정가
20,000원
전자책 정가
20%↓
16,000원
판매가
16,000원
출간 정보
  • 2025.04.18 전자책 출간
  • 2025.03.25 종이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10.8만 자
  • 14.0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72132576
ECN
-
김대중의 국정 노트

작품 정보

■ 책 소개

대통령이 지녀야 할 자질과 역량은 무엇인가?
무엇이 성공하는 대통령을 만드는가?

22년 만에 공개되는 27권의 DJ 친필 메모
그 속에 담긴 어른의 품격과 대통령의 철학
시대가 다시 ‘김대중’을 호명하고 있다!

대통령은 어떠해야 할까?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다시 한번 이 질문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대통령이라면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법 집행에 저항하며 “끝까지 싸우자”고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해 온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다. 반면 나라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시대의 어른으로서 인정과 존경을 동시에 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DJ 김대중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정부’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과 전자정부 구축, 일본 대중문화 개방, 기초생활보장법 제정,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부 설치, IMF 극복과 남북 정상 회담 성사 등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밑거름이 된 성과들을 쌓았다. 시대를 앞서는 혜안과 성찰, 실용주의적 외교와 국정 운영, 정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정적들을 끌어안는 관용과 자기 절제까지 역량과 인격 면에서 탁월한 리더였다.
김 대통령은 재임 5년간 거의 매일 국정 노트를 썼다. 각종 회의나 인사와의 만남, 기자 회견과 발표를 앞두고 각 부처 및 청와대 비서실이 올린 자료를 대통령의 언어와 비전으로 재정리했는데 그렇게 쓴 노트가 무려 27권이나 되었다. 그의 친필 메모에는 당시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주요 정책과 국정 이슈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고민과 선택은 얼마나 치열했는지가 담겨 있다. 때로 어떤 구절에서는 내밀한 심경과 진솔한 고백을 엿볼 수 있고, 다른 구절에서는 일상적 감정과 인간적 면모가 드러나기도 한다.
이 국정 노트는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 이후 김대중평화센터에 보관되었다가 22년 만에 처음 공개되었다. 2000~2002년 청와대 출입 기자로 근무하며 가까이서 김대중 대통령을 지켜봤던 저자도 DJ의 국정 노트를 살펴볼 수 있었다. 김 대통령은 한자 흘림체와 한글을 혼용해 적었기 때문에 읽어 내기가 쉽지 않다. 저자는 국정 노트 사본에서 한자를 해독하고 내용의 맥락을 조사한 후 여기에 자신의 해설과 단상을 더했다. 이 책은 김대중 탄생 100주년이었던 2024년 한 해 동안 《한겨레》에 연재했던 글을 모으고 다듬어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국정 노트를 통해 다시 만나는 김대중은, 대통령이 지녀야 할 자질과 역량은 무엇이며 국민에게 보여야 할 태도와 철학은 무엇인지 알려 준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라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자리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해 준다.
김대중 정부에서 공보수석비서관, 문화관광부장관, 정책기획수석비서관,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박지원 의원은 지금의 대한민국이 IMF 못지않은 큰 위기에 처했으며, 다시 일어나 희망을 만들어야 하는 때에 이 책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당신의 고민이 이렇게 새 시대에 활용되는 것을 보시고 참으로 흐뭇해하실 것이다”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은 김대중 정신과 유산을 되새김으로써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우리에게 어떤 리더가 필요한지에 대한 힌트를 선사한다.


시대를 앞서간 혜안으로 선진국의 청사진을 그리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 노트와 주요 국정 사안의 막전막후를 통해 그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살펴본다. 1장에서는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DJ의 선견지명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정책들, 그리고 그와 관련된 내용을 적은 메모를 소개한다.
2001년 5월 17일, 김대중 대통령은 전자정부특별위원회 보고회의를 앞두고 국정 노트에 “21세기는 지식 기반 교육 시대이고, 우리 민족에게는 절호의 기회”라고 메모하며 정보화 정책과 전자정부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초고속 인터넷 보급에 따른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정보 격차) 문제를 우려하면서 “인터넷 사용자와 못 하는 자, 계층 정보 격차 해소”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적었다.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정보화 시대를 준비해 왔다. 1981년 군사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조사를 받던 도중 잠시 쉬는 동안 수사관에게 ‘세계가 정보화 시대로 갈 것이고 우리도 여기에 뒤처져선 안 된다’며 인터넷의 중요성을 설파했을 정도다. 이런 관심과 노력 덕분에 대한민국은 IT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미래 산업을 내다보는 그의 탁월한 식견과 통찰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정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99년 3월 22일, 문화관광부 보고회의를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은 “20세기에는 공업과 노동력이 국력이었다면, 21세기에는 지식과 문화가 중요하다. 문화 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 되어야 한다. 21세기는 한국의 세기다. 왜냐하면 문화는 한국인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또 영화·애니메이션·비디오·게임·음반·출판 등 분야별로 한국과 세계 시장 규모를 비교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 대중문화 개방 문제는 정치적으로 ‘뜨거운 감자’였다. 하지만 DJ는 문화 쇄국주의를 배제하고 우리 문화의 저력과 잠재력을 믿었다. 그래서 일본 대중문화를 국내에 개방하는 동시에 국내 문화예술 산업 육성책도 병행했다. 이러한 노력이 K-콘텐츠의 경쟁력을 키웠고 지금의 한류로 이어질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 목표뿐 아니라 당면 과제 해결도 중요하다. 1998년 IMF 외환 위기는 한국전쟁과 비견될 만큼 치명적이었는데, 국민 대다수가 고통과 불안 속에서 좌절과 슬픔을 감내하고 있었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은 9월 28일 열린 ‘경제 특별 기자 회견’ 준비에 특히 공을 들였다. 한국 경제가 IMF 관리 체제에 들어간 지 10개월 만에 정부의 평가와 입장을 공식 표명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DJ는 예상 질문과 답변을 무려 15장에 빼곡히 정리했는데, 한 사안에 대해 이렇게 많이 쓴 건 이때가 유일하다. “외환 위기 수습과 금융·기업 구조 조정으로 내수 경기 위축이 불가피했지만 내년엔 달라진다. 재정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내수 진작책을 총동원하겠다”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김 대통령은 ‘이제 고통은 끝났다. 경제는 좋아질 것이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려 했다. 그리고 독자적 주권 국가로서 경제 정책을 스스로 해 나가겠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 외에도 김대중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복지·인권·성평등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염원과 의지를 품었고 착실하게 실현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국정 노트는 가장 친밀하면서도 든든한 파트너였을 것이다.


용서와 타협, 실용주의 정치로 민주주의를 완성하다

1988년 4월, DJ는 한 인터뷰에서 “멋진 정치란 용서하는 정치다. 역지사지하는 정치라야 비로소 여유가 생기고 화해와 협력의 정치로 승화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 정치에 크나큰 울림을 주는 말이다. 2장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과제였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용서와 타협의 정치를 살펴본다.
1998년 5월 13일, 김대중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방문해 대구·경북 핵심 인사 30여 명과 저녁을 함께했다. 그는 만찬을 앞두고 작성한 메모에 솔직한 심경을 담았다. “박 대통령과 나는 한국 정치의 두 축이었다. 서로 미워하고 싸웠던 적대적 관계였지만 이제 그런 과거를 훌훌 털고서 화해하겠다.” 또 생전에 박정희 대통령과 단 한 번도 대화하지 못한 것을 떠올리며 “그때 면담을 받아들였다면 박 대통령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는 데 도움이 됐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과 국가 통합을 위한 의지 때문에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결심할 수 있었다.
사실 DJ는 1960년대 후반부터 ‘민주주의 정착과 평화적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정치 보복을 하지 않는 게 필수’라고 밝혀 왔다. 또 ‘용서와 사랑은 진실로 너그러운 강자만이 할 수 있다’는 오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사형시키려 했던 신군부의 전두환·노태우 두 사람을 사면하고, 재임 중 자주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1998년 7월 31일, 김대중 대통령은 4명의 전직 대통령(전두환, 노태우, 최규하, 김영삼)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열었다. 만남을 앞두고 DJ는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지 않은 채 오히려 “역대 대통령 모두의 노력과 공헌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졌다. 전직 대통령 4명 모두가 역사의 증인이자 주역”이라고 적었다. 또 IMF 극복을 위한 국정 운영에 “특별한 지원을 부탁한다”고 썼다. 김대중 대통령의 포용력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국정 운영의 성공’을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 그의 정치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야당과 소통하고 협조를 얻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제1야당 대표와 영수 회담을 가장 많이 한 이는 총 8번의 김대중이다. 김 대통령은 중요한 정책이나 외교 문제를 야당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봤다. 그 점에서 DJ는 철저한 의회주의자였던 셈이다. 2001년 1월 4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의 여섯 번째 만남을 앞두고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보고 정도로 대응하자. 그리고 할 말은 하자”라고 적었다. 영수 회담의 목적은 정치적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정을 같이 협의하는 데 있음을 되새긴 것이다. 그러고 보면 대화의 손은 대통령이 먼저 내밀어야 한다. 대통령에게는 국정 성과를 내야 할 1차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명을 DJ는 몸소 실천해 보여 주었다.


혼란의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어른, 진실한 대통령

우리는 그를 ‘어른’이라 칭했다. 연만(年滿)해서가 아니었다. 마땅히 달리 부를 호칭이 없었다. ‘대통령님’으로는 부족했다. ‘VIP’는 불경했다. 그는 대통령이기에 앞서 어른이었다. 어른다운 어른, 시대의 어른이었다. _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저자

‘국민의정부’ 연설비서관실에서 근무한 강원국 작가의 말처럼 김대중이 ‘시대의 어른’으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특별한 사명감과 품격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3장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소개한다.
“첫째, 사랑과 관용으로, 그러나 법과 질서를 엄수하자. 다섯째, 대통령부터 국법 준수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여섯째, 불행한 일도 감수해야 한다. 다만 최선을 다하자. 열다섯째, 나는 할 수 있다.” 1997년 12월, DJ가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쓴 ‘대통령 수칙’이다. 대통령으로서의 태도와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 스스로 다짐한 글귀를 15개 항으로 정리한 것이다(박지원 의원은 이 ‘대통령 수칙’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꼭 읽어 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 중에서 “국회와 야당의 비판을 경청하자. 일반 시민과의 접촉에 힘쓰자. 언론 보도를 중시하되 부당한 비판에는 소신을 바꾸지 말자”는 내용은 김대중 대통령의 소통 스타일과 언론관을 잘 보여 준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이다. 그래서 자신이 모든 사안을 다 꿰뚫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대통령은 자신의 말보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불통 논란에서 그나마 벗어날 수 있다.
김대중은 노무현과 함께 재임 중 가장 많은 기자 회견을 한 대통령이다. DJ는 기자 회견을 국민과 세계에 정책 어젠다와 비전, 메시지를 제시하는 장으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 주려고 했다. 반대로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사과하고 해명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상세하게 설명했다. 실제로 2000~2002년의 신년 기자 회견은 모두 국민에게 사과하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 일류 국가가 될 절호의 기회다. 화합과 협력 속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후손에게 물려주자.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마무리했다. 이처럼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에게 고개 숙이는 데 인색하지 않았고,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항상 국민에게 부족하다는 마음을 가진 지도자였다.
DJ의 소통과 화합의 정치는 국민, 야당, 정적을 넘어 이념을 아울렀다. 덕분에 분단 이후 55년 만에 최초로 남북 정상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었다. 2000년 4월 11일, 김 대통령은 4·8 남북 정상 회담 합의에 대해 “이번 합의가 박정희 정권의 7·4 남북 공동 성명, 노태우 정권의 남북 기본 합의서 채택의 연장선에 있다”고 적었다. 자신만의 공이 아니라 역대 정부의 성과 위에 서 있다는 겸손과 객관화를 나타낸 것이다. 또 4월 26일 언론사 사장단과의 만찬을 앞두고 “만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이것만으로 평화와 협력의 물꼬를 트는 것. 통일보다 냉전 종식·평화 선언이 있어야 한다”고 썼다. 남북 정상 회담 성과에 너무 큰 기대를 갖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통일이라는 감상적 목표보다 평화 선언이라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목표에 집중한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 관계는 어느 때보다 냉랭해졌고 전쟁의 위험은 도리어 커졌다. 김대중 대통령의 유산은 오롯이 이어질 수 있을까? 시대가 다시 ‘김대중’을 호명하고 있다. 어른이 없는 시대에 지도자다운 지도자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도 이런 지도자가 있었다고, 아직 우리에게 기회가 있고 모든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고 일러 준다.


추천의 글

이 책은 옥동자와 같다. 세상에 뒤늦게 나왔지만 그만큼 귀하고 귀하다. 지금은 IMF 못지않은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이다. 다시 일어나 희망을 만들어야 하는 이때, 이 책은 큰 힘이 되고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정치 지도자를 꿈꾸는 이는 DJ의 통찰력과 국가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김대중의 국정 노트》를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당신의 고민이 이렇게 새 시대에 활용되는 것을 보시고 참으로 흐뭇해하실 것이다. _박지원, 제22대 국회의원

이 책의 저자와 나는 2000년부터 김대중 대통령 임기 말까지 청와대에서 동고동락했다. 저자는 청와대 출입 기자로서 찌르는 창의 역할을, 나는 연설비서관실 행정관 자리에서 막는 방패 임무를 담당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친필 메모에 덧붙인 저자의 해설을 읽으며 부끄러웠다. ‘그때 그 말씀이 그런 뜻이었구나.’ 새삼 깨달은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책으로 그를 만나게 해 준 저자에게 감사한다. 국한문 혼용체로 쓴 그의 친필을 보며 반가웠다. 국민을 위하는 절절한 마음이 읽혀 그가 그리웠다. 그리고 읽는 내내 행복했다. _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 책 속에서

집권 초기인 1998년 6월 18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빌 게이츠와 손정의를 만났다. (중략) 손정의 회장의 기억도 비슷하지만 좀 더 구체적이다. 손 회장이 몇 년 뒤에 기자들에게 설명한 내용은 이랬다. “김 대통령은 한국이 망할 거 같다면서 직설적으로 조언을 구했다. 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첫째 브로드밴드, 둘째 브로드밴드, 셋째 브로드밴드.’ 빌 게이츠도 동감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두 사람이 모두 그렇게 말하면 한번 그렇게 해 보겠다’고 하더니 ‘그런데 브로드밴드가 뭔가요?’라고 물었다.” 손 회장은 “일주일쯤 뒤 한국 정부가 초고속 인터넷 정책을 발표하는 걸 보고 한국이 인터넷에서 세계 최고가 될 것임을 알아챘다”고 덧붙였다.

최상용 명예교수와 인요한 국회의원이 그때 김대중 대통령과의 대화 분위기를 비슷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지점이다. 대통령의 소통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이 외부 인사 의견을 청취할 때의 스타일을 두 사람은 거의 똑같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DJ는 절대 자기 생각을 먼저 말하지 않는다. (외부 인사가) 의견을 말하면 수첩에 깨알 같은 글씨로 받아 적는다. 그러고는 배석한 수석이나 비서관에게 ‘이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곤 다시 나한테 물어본다. 그런 식으로 참석자들 얘기를 충분히 들은 뒤에 마지막에 자기 생각을 반드시 밝힌다.”

DJ는 자서전에 나름 정제된 표현을 썼지만, 새 정부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이종찬 씨(김대중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냈다. 현재 광복회장)의 이야기는 좀 더 솔직하다. “김 당선자가 클린턴과 통화하고 방에서 나오는데 얼굴이 흙빛이었습니다. 국립묘지와 4·19 묘역 참배 외엔 모든 일정을 취소하라고 나에게 지시하더군요. 그래서 통역을 맡은 강경화 씨(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냈다)에게 슬쩍 물어봤더니, 이건 ‘축하’가 아니라 거의 ‘겁박’ 수준이었습니다. 한국을 어떻게 믿고 돈을 더 빌려주냐, 내가 사람을 보내서 차기 대통령인 당신을 한번 시험해 봐야겠다는 내용이었어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IMF가 약속한 추가 구제 금융을 줄 수 없다는 거였죠. (중략)
유종근 지사가 기억하는 DJ와의 대화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표현은 훨씬 세다. 유 지사의 이야기다. “나는 ‘천하의 김대중이 애송이 같은 미국 정부 차관에게 시험을 보는 꼴이 됐다’며 정리 해고를 당장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DJ는 벌컥 화를 냈다. ‘유 박사는 미국에서 교수 하고 한국에선 도지사 하면서 서류 결재만 해서 잘 몰라. 기업 운영해 봤어? 노동자들 월급 줘 봤어? 그렇게 함부로 노동자 해고하고 길에 내몰아선 안 돼’라는 거였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삽니다. 10명 살리려다 100명 다 실업자 됩니다’라고 설득했다. 거의 한 시간 동안 격렬하게 토론했다.

DJ의 시각은 2002년 2월 6일 여성부로부터 받은 두 번째 업무 보고 기록에도 잘 드러난다. 여성부의 첫 번째 업무 보고(2001년 4월 18일)에 관한 친필 기록은 없지만, 두 번째 업무 보고를 앞두고 작성한 국정 노트는 남아 있다. 내용은 이렇다.
보육 정책을 여러 차례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여성의 사회 활동과 취업에 가장 큰 걸림돌로 보육 문제를 꼽으면서, 김대중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둬야 할 여성 정책은 ‘보육’이라고 말하고 있다. 임기 마지막 해(2002년)의 3대 과제에서도 탁아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또 여성의 사회 진출은 인권 측면뿐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적은 대목이 인상적이다. 한명숙 장관은 “저도 그랬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을 김 대통령은 항상 강조했다. 특히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국가가 돌봐 줘야 한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계셨다”고 말했다.

그날 영수 회담은 의원 이적과 검찰의 안기부 총선 자금 수사 문제에서 결국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회담은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의 일곱 차례 만남 중 가장 싸늘하게 끝났다. 이 총재는 민주당 의원의 자민련 이적과 검찰의 안기부 자금 총선 유입 수사를 두고 “국민이 이 정권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공격했고, 김 대통령은 “야당도 책임이 있다. 나를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려 하느냐”라고 반박했다.
거의 두 사안만 놓고 언쟁을 벌이는 바람에 DJ가 국정 노트에 준비했던 이야기들, 경제와 남북 관계 협력, 예산·인사의 지역 균형 배분, 개헌·정계 개편 의도 없으니 야당도 협력해 달라 등의 대화는 제대로 나누지를 못했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남궁진 씨는 “이총재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굉장히 냉랭하게 끝났다. 영수 회담이 끝나면 내가 청와대 본관 앞, 차 타는 데까지 이회창 총재를 따라가서 배웅하곤 했는데 그날은 이 총재가 너무 빨리 계단을 내려가는 바람에 차 타시는 걸 보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 공보수석 겸 대변인이던 박지원 씨(현재 국회의원.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냈다)의 이야기다. “김중권 비서실장과 내가 청와대 본관에 도착한 전직 대통령들을 안내해서 만찬장에 들어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안내해 만찬장에 들어가니까, 저쪽에 김대중 대통령이 먼저 온 김영삼 전 대통령과 테이블 앞에 서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 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쪽으로 걸어가면서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을 해서 나라를 망치더니…’라고 옆에 들리도록 얘기를 했다. 그 뒤에도 비슷한 장면이 여럿 있었다. 말씀을 잘 안 하시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 ‘멀쩡한 나라를 다 망쳐 버렸다’고 은근히 YS를 겨냥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도 ‘대통령은 경제를 좀 아는 사람이 해야지’라고 거들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만찬 내내 화제를 돌리느라 곤욕을 치렀다.”

대통령 당선자와 현직 대통령의 첫 만남이라 언론의 관심은 높았다. 그날 언론들은 모두 청와대 대변인 발표를 바탕으로 ‘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가 정권 인수인계에 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박선숙 대변인과 이낙연 대변인 모두 정확히 알지 못한 두 사람만의 깊은 대화가 있었다. 김 대통령은 그날 오찬을 위해 깨알 같은 한자로 국정 노트에 노 당선자에게 전할 말을 썼다. 북한을 비롯해 한반도 주변 강국의 입장을 상세하게 정리한 것이었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자의 만남은 서로 축하와 덕담을 나누고 권력 인수인계에 관한 협력을 다짐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메모를 보면, 김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의 만남을 단순한 의례적 행사로 생각하지 않았다. 현안인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입장을 최대한 자세하게 후임 대통령에게 설명하는 자리로 생각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 정상과 회담을 했던 경험이 녹아 있었다. 말 그대로 현직과 차기 대통령 간에 바람직한 인수인계의 전범이라 할 수 있다.

1971년 의문의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운동하지 못했기에 DJ는 건강에 몹시 신경을 썼다. 비교적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었지만, 청와대에 들어간 뒤로는 혹시라도 배탈이 날까 봐 스스로 조심했다. 김 대통령이 삭힌 홍어찜을 좋아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자주 먹지 않았다고 한다. 장 원장의 이야기다.
“홍어를 삭힌 게 몸에 괜찮은 거냐고 여러 번 저한테 물어보셨다. 그래서 내가 발효와 부패에 관해 설명해 드렸다. 발효는 건강한 곰팡이에 의해서 몸에 이롭게 변하는 거고, 부패는 말 그대로 썩는 거니까 몸에 해롭다, 홍어는 발효되는 것이니까 괜찮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다음에 또 물어보시더라. 미심쩍으셨던 거다. 재임 기간엔 회도 잘 안 드셨다. 아무리 관리를 해도 날음식은 탈이 날 수 있으니까 피했던 거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분이었다. 대통령은 감기에 걸릴 자유도 없다고 항상 말씀하셨다.”

임기 5년간 줄곧 청와대에서 김 대통령을 보좌했던 박선숙 씨는 “그 점에서 DJ는 여론을 중시한 대중 정치인이었다. 특히 외환 위기 와중에 취임했기에 국민이 느낄 아픔과 절망, 분노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컸다. 국민 동의를 구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게 대통령의 가장 큰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했기에, 국민에게 고개 숙이는 걸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국정 메모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IMF 위기를 극복하면 세계 일류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국민에게 불어넣으려 애쓴 점이다. 미증유의 국가 위기 속에서 세계 일류 국가를 내다본 건 지도자의 통찰력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 일류 국가가 될 절호의 기회다. 19세기 우(愚)를 범하지 말자. 지식 기반 국가, 10대 정보 강국 만들어서 세계적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2000년 1월 26일 기자 회견 메모는 정확하게 한국이 나갈 방향을 제시한 예언과도 같았다.

김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앞두고 미국의 웬디 셔먼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셔먼은 김 대통령과 임동원 국정원장에게서 자세한 설명을 들었지만 그것으로는 좀 부족했던 모양이다. 박지원 장관에게 만나자고 했다. 박 장관의 이야기다. “웬디 셔먼이 저녁을 같이하자고 연락을 했어요. 김 대통령에게 ‘어떻게 할까요?’ 물었더니 ‘만나라. 만나서 숨소리까지 얘기해 주라’고 해요. 그래서 광화문 미국 대사관에서 만찬을 하면서 싱가포르와 베이징 접촉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다음 날 또 전화가 왔어요. 저녁에 와인 한잔할 수 있냐고요. 어제 다 얘기했는데 또 만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거절했죠. 김 대통령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이 사람아, 셔먼은 자네가 한 말을 아직 믿지 못하는 거야. 술 마시면서 다시 듣고 싶은 거야’ 그러시는 거예요. 셔먼에게 전화를 걸어 초대에 응하겠다고 했죠. 서면과 와인 마시면서 이 얘기 저 얘기 다 했습니다. 너무 많이 마셔 대사관을 나온 건 기억이 나는데 그 뒤로 기억이 없어요.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아내가 ‘대통령님 전화예요’라며 깨우는 거예요. 깜짝 놀라 일어났더니 아침 8시가 넘었더라고요. ‘대통령님, 제가 과음을 해서 늦잠을 잤습니다.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랬더니 DJ가 ‘잘했어. 이제 믿겠네’라며 전화를 끊으시더라고요.”

작가 소개

1964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나 양정고등학교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3월 《한겨레》에 입사한 후 사회부와 국제부, 정치부에서 주로 정당과 국회를 취재했다. 워싱턴특파원과 편집국장, 논설실장을 거쳐 지금은 대기자(大記者)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청와대 VS 백악관》 《NL 현대사》 《진보를 찾습니다》 《사소한 것들의 현대사》(공저) 등이 있다.
저자는 2000~2002년 청와대 출입 기자로 근무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22년이 지난 2024년, 김대중 대통령이 재임 기간 동안 쓴 27권의 친필 국정 노트를 통해 그를 새롭게 만났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라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자리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생각과 철학은 ‘대통령은 어떠해야 하는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을 준다.

리뷰

0.0

구매자 별점
0명 평가

이 작품을 평가해 주세요!

건전한 리뷰 정착 및 양질의 리뷰를 위해 아래 해당하는 리뷰는 비공개 조치될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1.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2. 비속어나 타인을 비방하는 내용
  3. 특정 종교, 민족, 계층을 비방하는 내용
  4. 해당 작품의 줄거리나 리디 서비스 이용과 관련이 없는 내용
  5. 의미를 알 수 없는 내용
  6. 광고 및 반복적인 글을 게시하여 서비스 품질을 떨어트리는 내용
  7. 저작권상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
  8. 다른 리뷰에 대한 반박이나 논쟁을 유발하는 내용
*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리뷰는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외에도 건전한 리뷰 문화 형성을 위한 운영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내용은 담당자에 의해 리뷰가 비공개 처리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 번째 리뷰를 남겨주세요!
'구매자' 표시는 유료 작품 결제 후 다운로드하거나 리디셀렉트 작품을 다운로드 한 경우에만 표시됩니다.
무료 작품 (프로모션 등으로 무료로 전환된 작품 포함)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시리즈 내 무료 작품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리즈의 유료 작품을 결제한 뒤 리뷰를 수정하거나 재등록하면 '구매자'로 표시됩니다.
영구 삭제
작품을 영구 삭제해도 '구매자' 표시는 남아있습니다.
결제 취소
'구매자' 표시가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정치/사회 베스트더보기

  • 결국 국민이 합니다 (이재명)
  •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최강욱, 최강혁)
  • 경험의 멸종 (크리스틴 로젠, 이영래)
  • 이재명 자서전 (이재명)
  •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박문재)
  •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강주헌)
  • 기울어진 평등 (마이클 샌델, 토마 피케티)
  • 송영길의 선전포고 : 검찰 범죄 카르텔 전체주의 세력에 투쟁을 선포하다! (송영길, 박정우)
  • 인싸를 죽여라 (앤절라 네이글, 김내훈)
  • 둥근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송영길)
  •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함규진)
  • 이재명에 관하여 (김민석)
  •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김명철)
  •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 (이상헌)
  •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김하현)
  • 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 핸드 투 마우스 (김민수)
  •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강정인)
  •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박문재)
  • 일인칭 가난 (안온)

본문 끝 최상단으로 돌아가기

spinner
앱으로 연결해서 다운로드하시겠습니까?
닫기 버튼
대여한 작품은 다운로드 시점부터 대여가 시작됩니다.
앱으로 연결해서 보시겠습니까?
닫기 버튼
앱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앱 다운로드로 자동 연결됩니다.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