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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숲속 일기 상세페이지

식물학자의 숲속 일기

메릴랜드 숲에서 만난 열두 달 식물 이야기

  • 관심 1
소장
종이책 정가
18,000원
전자책 정가
20%↓
14,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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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0원
출간 정보
  • 2025.04.21 전자책 출간
  • 2025.04.01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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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9.2만 자
  • 28.4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72132583
ECN
-
식물학자의 숲속 일기

작품 정보

책 소개



★ 김금희 작가 추천 도서
★2025년 런던 린네 학회 한국인 최초 질 스미시스상 수상 작가
★영국왕립협회 보태니컬 아트 국제전시회 한국인 최초 금메달·최고 전시상 수상 작가

“난초의 생장을 돕는 곰팡이·썩은 나뭇가지와 낙엽, 흙과 버무려진 미생물들·
만개한 산딸나무의 꽃·꽃가루를 옮기는 동물들…”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 신혜우의
자연의 아름다운 질서를 일깨우는 다정한 기록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이자 《식물학자의 노트》 《이웃집 식물상담소》의 저자 신혜우가 신작 《식물학자의 숲속 일기》를 출간했다. 전작에서 신비로운 그림과 섬세한 글로 식물에 관한 정보와 식물에게 배운 따뜻한 삶의 지혜를 들려줬다면 이번 산문집에서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원으로 지내며 매일을 걸었던 메릴랜드 숲속의 사계절, 열두 달 식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2025년 런던 린네 학회 질 스미시스상을 수상한 작가의 그림으로 화려하게 디자인된 사계절 식물 도안도 만나볼 수 있다. 질 스미시스상은 식물의 과학적인 식별을 돕기 위한 그림을 그린 작가 중 우수성을 인정받은 식물학 예술가에게 수여되는 매우 권위 있는 상으로, 이번 수상은 한국인으로서 최초다.
저자는 과거에도 1년간 메릴랜드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타지에서의 너무도 외롭고 괴로운 생활에 관한 것뿐이었다. 걱정과 두려움을 안고 4년 만에 다시 도착한 메릴랜드에서 저자는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숲을 마주하게 됐다. 그때부터 복잡한 마음이 들 때마다 무작정 숲속을 걸었다. 이 책은 그 숲에서 만난 식물들과의 소통의 기록이다. 학자의 눈에 비친 숲 그리고 식물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그 울림이 남다르다.
이 책을 추천한 김금희 작가의 말처럼, 그는 “나무가 불필요한 잎과 꽃을 버리기로 결심했을 때 개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학적 과정들을 아는 이이며, 눈이 소복이 내리면 식물들은 안온한 보호 속에 내일을 위한 발돋움을 준비한다는 현상 이면의 진실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은 “조화, 연결, 순환이라는 자연의 아름다운 질서를 일깨우는 다정한 기록이자, 상냥한 안내자”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이 지닌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씩 지식을 넓혀나간다. 경험이 많으면 더 넓고 더 쉽게 이해한다. 예측도 쉬워진다. 그러나 과연 인간의 지식으로 자연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일까? 자연을 공부할 때 언제나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함을 안다. 자연은 복잡하고 거대하고 다양하니까. 결국 마지막 일곱 번째 종인 이 난초를 위해 내년에 다시 이곳을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괜찮다. 운이 나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습지 난초는 끊임없이 내가 가진 편견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숲속에는 맞거나 틀린 것, 좋고 나쁜 것, 기쁘고 슬픈 것이 없다”

메릴랜드 숲을 걸으며 함께한 식물적 사색

작가는 숲에서 만난 식물들을 하나씩 소개하며 자신이 머문 숲속 시간들을 들려준다. 한겨울 얼어버린 숲속을 걸으며 겨울에 잎을 내는 크레인플라이난초에 관한 에피소드와 겨우내 눈이 쌓이면 식물의 씨앗과 각종 미생물들을 따뜻하게 덮어 봄이 오면 파릇파릇한 신록을 마주하게 하는 자연의 섭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른 봄, 선임연구관과 함께 폐쇄된 연구동 건물에 들어갔다가 크로커스꽃으로 뒤덮인 비밀의 화원을 마주한 순간의 경이와 봄에 열리는 오키드쇼(난초 꽃 축제) 이야기를 통해 화려하게 핀 꽃들을 싹 틔운 곰팡이의 세계를 펼쳐놓는다. 3월의 어느 날 연구소 한쪽에서 활짝 핀 배나무꽃을 보며 서양배에 관해 ‘오해’했던 재밌는 일화와 5월의 메릴랜드 숲속에서 발견되는 튤립나무 꽃송이와 꽃이 분해되고 흙속에 스며들어 양분이 되는 과정, 그리고 튤립나무 가지의 가루로 난초의 영양분을 만든다는 신기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우산 모양의 메이애플은 잎 전체에 강한 독성이 있지만, 자신의 씨앗을 퍼뜨려줄 동물에게는 해를 입히지 않게 하기 위해 노란 열매에는 독성이 없도록 구조화했다는 것은 신비롭고도 놀라운 사실이다.

“숲속에는 맞거나 틀린 것, 좋고 나쁜 것, 기쁘고 슬픈 것이 없을 거라고 나는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생물의 생존방식을 경쟁이라는 단어로 요약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경쟁이나 공생도 자연을 설명하기엔 단편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보다는 조화, 연결, 순환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자연의 모든 건 조화롭게 연결되어 순환한다. 어떤 것이 더해지면 그것은 다른 것으로부터 온 것이다. 그 연결고리가 각 개체이며 그 개체들이 사는 방법은 개체 나름이지만 결과적으로 그 자신에도, 다른 개체들에도, 주변 환경에도 영향을 준다.”

“식물의 모든 과정은 중요하다. 버리는 것, 사라지는 것까지도”

조화·연결·순환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관하여

또한 이 책에서는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신비로운 메커니즘을 만나볼 수 있다.
봄의 전령, 벚꽃: 벚꽃 잎이 떨어지면 붙어 있던 자리엔 상처가 남는다. 식물 또한 스스로 상처를 회복하려 한다. 과학계에서는 식물이 ‘리그닌’이라는 물질로 꽃잎이 떨어져나간 표면을 덮어 상처를 아물게 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 과학자들의 발견으로 떨어진 자리가 아닌, 꽃잎이 잘리게 될 면을 따라 리그닌이 생긴다. 리그닌은 분리될 면의 세포 사이사이를 메워 면을 매끈하게 하고, 꽃잎은 그 면을 따라 매끈하고 정확하게 잘리게 되는 것이다.

여름의 녹음, 다우니 래틀스네이크 플랜틴(난초): 난초의 씨앗은 스스로 싹을 틔울 영양분이 부족해 특정 곰팡이의 도움이 필요하다. 곰팡이는 난초의 씨앗에 외부의 영양분을 전달한다. 그리고 많이 연구되지 않았지만, 그 곰팡이가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특정한 박테리아의 도움이 필요하다. 박테리아는 곰팡이를 도와주고, 곰팡이는 난초를 도와주는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를 생각해보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미생물은 무척 경이로운 존재다.

가을의 루비, 크랜베리: 크랜베리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가볍고 씻을 때 물에 동동 뜨는 걸 알 수 있다. 가로로 자르면 네 개의 공기주머니를 관찰할 수 있는데 그곳에 질소, 이산화탄소, 산소와 같은 기체가 섞여 들어 있다. 습지에 사는 크랜베리는 열매 속 공기주머니를 이용해 물을 따라 흘러가 씨앗을 퍼뜨릴 수 있다. 덕분에 크랜베리소스를 끓일 때 톡톡 소리를 내며 공기주머니가 터지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겨울의 주인, 호랑가시나무: 활엽수들의 잎이 떨어져 숲이 비워지면 햇빛이 낮은 곳까지 닿는다. 햇빛을 가로채는 경쟁자가 없어지면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느려 키가 작은 호랑가시나무가 혼자 오롯이 햇빛을 받을 수 있다. 겨울에 낙엽수들이 잎을 떨어뜨릴 때 홀로 푸른 잎을 지킴으로써 여유롭게 광합성을 하는 것이다. 대신 겨울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잎을 단단하고 도톰하고 뾰족하게 만든다.

“꽃잎이 떨어지는 과정을 하나하나 생각하면 식물이 정확히 계산한 움직임 중에 신기하지 않은 과정이 없다. 또한 모든 과정이 순서대로 잘 수행되어야 한다. 버리는 것, 사라지는 것도 말이다. 내려놓는 것도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처럼. 모든 것이 아래로 떨어지는 건 당연한 듯 보이지만 어느 과학자는 호기심을 가져 중력을 발견했다. 이렇듯 자연의 모든 일은 사실 대단히 신비하고 필연적이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떨어진 벚꽃잎이 흙색으로 변해 발에 밟히는 시간도, 벚꽃이 지고 푸른 잎이 무성해 사람들이 벚나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많은 날도 말이다.”


“인간의 지식으로 자연을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식물은 언제나 내가 가진 편견을 깨닫게 한다”

미래를 고민하는 식물학자이자, 자연을 마주하는 인간의 이야기

저자는 또한 여성 과학자로서의 내밀한 시간들을 고백하며 식물을 이해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자신 역시 성장해나가는 경험을 독자들과 나눈다. 이전까지는 좋아하는 식물들 속에서 홀로 연구하거나 그림을 그린 시간들이었다면, 메릴랜드에서 보낸 3년여의 날들은 그가 식물학자로서 재능이 있는지 자신을 의심했던 과거의 시간들과, 여러 관계 속에서 상처받았던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연구소 동료들과의 우정, 함께 살았던 할머니·생물 선생님인 친구와의 다정한 관계, 선임연구원들의 따뜻한 배려, 아마존에서 만난 학생들·농장 봉사활동을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경험을 통해 자연을 마주하는 인간으로서도 한층 성숙해지는 시간이었다.
결국 저자가 이 책에서 담고자 했던 것은 자연이 그러한 것처럼 누군가에 대한 편견 없는 시선과 세상과 사람 대한 사랑이었다. “상냥한 ‘스니퍼 독’으로 이 책이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 가까이에 머물기를 바란다”는 김금희 작가의 추천사가 더욱 마음에 와 닿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이 지닌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씩 지식을 넓혀나간다. 경험이 많으면 더 넓고 더 쉽게 이해한다. 예측도 쉬워진다. 그러나 과연 인간의 지식으로 자연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일까? 자연을 공부할 때 언제나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함을 안다. 자연은 복잡하고 거대하고 다양하니까. 결국 마지막 일곱 번째 종인 이 난초를 위해 내년에 다시 이곳을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괜찮다. 운이 나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습지 난초는 끊임없이 내가 가진 편견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잎사귀들이 넓게 펼쳐지는 여름에 비가 오면 저는 숲속 이곳저곳에 가만히 서 있곤 했습니다. 서로 다른 형태와 크기의 나뭇잎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죠. 가을바람에 나뭇가지가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물살을 따라 줄지어 떠내려오는 낙엽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나뭇잎 하나씩 단풍색을 구경하며 그 잎이 무슨 종인지 알아맞혔습니다. 강물을 따라 바다로 떠내려가는 낙엽은 잘 있으라 인사하는 가을의 손짓 같았지요. 이른 아침 풀잎에 서리가 내리면 가끔 짙은 안개가 신비함을 자아내고 어느새 겨울은 그 안개 뒤에 서 있었습니다.

눈은 얼음이지만 눈송이 사이사이에 촘촘한 공기를 품어 폭신폭신하다. 이것은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는 이불과 같은 역할을 한다. 눈이 덮여 있는 동안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여 생물들이 급격한 기온변화에 해를 입거나 계절을 혼동하여 생체 리듬이 깨지는 걸 막는다. 만약 한겨울의 혹독한 추위처럼 그 문제가 오랫동안, 혹은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것이라면 분명 잠시라도 덮어두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덮는다는 건 가린다는 의미도 있으나 그 안이 따뜻하고 보호된다는 의미도 있으니까.

하루는 연구소 언덕 위에 피어 있는 꽃나무가 무엇인지 모르는 동료에게 배꽃이라 알려주며 가을에 석세포가 가득한 배가 열리니 먹지 말라 일러주었다. 그러면서 어차피 서양배는 맛이 없는데 왜 먹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이야기를 듣던 동료는 갑자기 “기다렸니?”라고 물었다. 내가 알아듣지 못하자 동료는 후숙을 시켰냐고 되물었다. 나는 감이나 아보카도도 아닌데 후숙이라니 무슨 말이냐고 했다. 동료는 당연하다는 듯 “배도 아보카도처럼 기다렸다 먹는 거잖아”라고 답했다.

꽃잎이 떨어지는 과정을 하나하나 생각하면 식물이 정확히 계산한 움직임 중에 신기하지 않은 과정이 없다. 또한 모든 과정이 순서대로 잘 수행되어야 한다. 버리는 것, 사라지는 것도 말이다. 내려놓는 것도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처럼. 모든 것이 아래로 떨어지는 건 당연한 듯 보이지만 어느 과학자는 호기심을 가져 중력을 발견했다. 이렇듯 자연의 모든 일은 사실 대단히 신비하고 필연적이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떨어진 벚꽃잎이 흙색으로 변해 발에 밟히는 시간도, 벚꽃이 지고 푸른 잎이 무성해 사람들이 벚나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많은 날도 말이다.

어릴 때 비 냄새를 좋아했다. 비 냄새의 원인 중 하나가 토양 속 박테리아와 곰팡이의 냄새라는 걸 알았을 때 놀랐다. 토양뿐 아니라 공기와 빗방울에도 미생물이 있다. 꽃향기 중엔 꽃이 아닌 꽃에 있는 미생물의 향기인 경우도 많다. 꽃가루를 옮겨주는 동물이 꽃가루와 함께 향기 나는 미생물을 전해주기도 한다. 향기 배달부인 셈이다. 식물의 잎과 줄기, 뿌리에도 미생물이 함께 살고 있다. 식물의 표면뿐 아니라 식물의 몸속에도 말이다.

나는 숲 바닥에 켜켜이 쌓여 있는 검은 잔해들에 대해 곰곰이 다시 생각했다. 자연에서 맞고 틀린 건 없는 것 같았다. 죽은 식물을 보면 슬프고,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미생물이 내 몸에 나쁘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인간인 내 입장에서의 감정과 판단일 뿐이다. 그래서 슬프고 나쁜 것도 없는 것 같았다. 바닥을 이루는 검은 구성원들은 6월의 햇빛에 초록 잎을 반짝이는 살아 있는 식물들과 연결되어 있다. 별개의 것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하게 말이다.

한여름의 문턱, 열매 한 알을 먹는다. 열매는 따가운 햇빛, 후텁지근한 무더위, 축축한 장맛비, 숲속의 날벌레, 그리고 지친 우리에게 상큼한 쉼표를 준다. 내가 먹은 열매가 녹음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던 모습을 떠올린다. 또한 그 맛에서 여름의 햇빛, 더위, 비, 곤충의 수고를 생각한다. 열매를 먹는 숲속 동물들처럼 우리가 태초 자연에서 어떤 순환고리였는지, 그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것인지 깨닫는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이 지닌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씩 지식을 넓혀나간다. 경험이 많으면 더 넓고 더 쉽게 이해한다. 예측도 쉬워진다. 그러나 과연 인간의 지식으로 자연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일까? 자연을 공부할 때 언제나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함을 안다. 자연은 복잡하고 거대하고 다양하니까. 결국 마지막 일곱 번째 종인 이 난초를 위해 내년에 다시 이곳을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괜찮다. 운이 나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습지 난초는 끊임없이 내가 가진 편견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곰팡이는 물리적으로 작은 조각을 만드는 해체뿐 아니라 유기물을 무기물로 바꾸는 진정한 분해를 한다. 나무가 무기물이 되기 위해서는 셀룰로스와 리그닌이 분해되어야 하고 그것은 자연에서 목재부후균이 할 수 있다. 곰팡이들은 숲속에서 강한 힘도, 굉음도 없이 평화롭게 그 일을 수행한다. 그들이 만들어낸 무기물을 다른 생물이 사용할 수 있게. 곰팡이는 분명 분해자를 넘어 자연을 순환시키는 환원자다. 그들은 사라짐의 진정한 미학을 알고 있다.

사람의 만남과 견주어볼 때 펠로톤이 사라지는 과정은 매우 인상적이다. 펠로톤은 살아 있을 때도 질소와 탄소를 난초에게 전해주지만 사라지기 직전에 팽창한 뒤 분해될 때 많은 양의 질소와 탄소를 한꺼번에 난초에게 준다. 자신의 세포를 죽이면서 영양소를 전달하는 것도 희생적이지만 죽기 직전에 더 많은 영양소를 주는 건 더 희생적이다.

작가 소개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 식물을 연구하는 화가.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식물분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식물형태학적 분류 및 계통 진화 같은 전통적인 연구부터 식물 DNA 바코딩과 식물 게놈 연구 등의 최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환경연구센터에서 난초와 관련 곰팡이를 중심으로 식물생태학 분야로 연구를 넓혀나가고 있다.
2013년부터 영국왕립원예협회의 보태니컬 아트 국제전시회에 네 번 참여하여 모두 금메달을 수상했고, 최고 전시상 트로피와 심사위원스페셜 트로피를 수상했다. 2025년 4월 런던 린네 학회로부터 식물학자로서 과학적인 식물 그림을 그린 공로를 인정받아 질 스미시스상을 받았다. 영국왕립원예협회,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등에 다수의 그림이 컬렉션으로 선정된 바 있다.
연구를 통해 알게 된 식물의 이야기, 식물 탐험을 통해 만난 인연과 경험을 나누고 있다. 많은 이들이 식물과 소통하고 자연과 가까워지길 바라며 전시, 저서, 강연, 식물상담소, 어린이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식물학자의 노트》 《이웃집 식물상담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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