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활력과 미래, 한겨레문학상 30주년
역대 수상 작가 20인의 첨예하고 새뜻한 신작 소설 앤솔러지
시대를 가로지르며 연결되는 문학의 힘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들이 당선작을 모티프로 써 내려간
어제와 오늘을 아우르는 내일의 이야기들
1996년 한국문학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2025년 30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한겨레문학상은 심윤경, 박민규, 윤고은, 최진영, 장강명, 이혁진, 강화길, 박서련 등 탁월한 역량과 개성을 지닌 작가들을 발굴하며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장편소설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문단의 지지와 독자들의 성원으로 이뤄낸 값진 성취이기에 이를 기억하고자 한겨레문학상 30주년 앤솔러지 《서른 번의 힌트》를 내놓는다.
《서른 번의 힌트》는 역대 수상 작가들이 본인의 당선작을 모티프로 쓴 신작 소설 앤솔러지이다. 당선작의 프롤로그 혹은 에필로그를 다루거나 등장인물, 사건, 소재에 관하여 당시에는 미처 풀어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한층 새로워진 관점과 형식으로 담아냈다. 한겨레문학상 30주년을 기념하고 수록작들을 연결하고자 작품마다 ‘30’이라는 키워드를 심어 이를 찾아 읽는 재미를 더했다.
《서른 번의 힌트》는 그동안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읽어온 독자들에겐 친숙한 이야기를 반추하는 동시에 그 서사가 확장되며 새로워지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고, 앞으로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접할 독자들에겐 흥미로운 이야기들의 물꼬를 터주는 긴요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서른 번의 힌트》를 통해 한겨레문학상은 지난 30년간의 문학적 성취를 작가, 독자와 함께 기억하고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고자 한다.
과거와 미래를 횡단하며 경계 없이 확장되는 서사
세계의 면면을 예리하게 묘파하는 다채로운 시선
제29회 수상작 《멜라닌》을 쓴 하승민의 〈유전자〉는 피부가 파란색인 여성과 맹인 남성의 결혼 생활을 다룬다. 소수자성을 공통 분모로 만난 두 사람이 아이를 잉태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날로 커져가는 모습을 핍진한 묘사로 보여준다.
제28회 수상작 《탱크》를 쓴 김희재의 〈잠도 가는 길〉은 자식을 잃은 여성이 상실을 이해하고 치유해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아이의 고민을 섣불리 넘겨짚었다는 자책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는 주인공의 모습이 뭉근한 위안을 선사한다.
제27회 수상작 《카지노 베이비》를 쓴 강성봉의 〈진홍: 박수 외전〉은 수상한 의뢰를 받은 박수무당의 이야기다. 상대방의 꾐에 넘어가 알 수 없는 심연을 들여다보던 중 과거의 사랑을 맞닥뜨리게 되는 구성이 가히 신묘하다.
제26회 수상작 《불펜의 시간》을 쓴 김유원의 〈힌트〉는 야구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진호가 시합 도중 즐거움을 되찾을 힌트를 얻는 과정을 보여준다. 승패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함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진리를 넌지시 일깨워주는 성장담이기도 하다.
제25회 수상작 《코리안 티처》를 쓴 서수진의 〈정말 괜찮으세요?〉는 한국어학당에서 소수인 남자 강사들의 비애를 다룬다. 그들이 겪는 불합리와 곤경을 통해 차별과 혐오는 생물학적 성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제23회 수상작 《체공녀 강주룡》을 쓴 박서련의〈옥이〉는 공장주의 횡포에 맞섰던 ‘체공녀 강주룡’을 그리는 옥이의 이야기다. 의인의 공적을 기리고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이 애틋한 감동을 전해준다.
제22회 수상작 《다른 사람》을 쓴 강화길의 〈종이탈〉은 다차원 세계를 믿는 컬트 집단을 취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직접 의식에 참여하던 중 또 다른 ‘나’를 마주하게 되는 작가 특유의 고딕 호러식 전개가 인상적이다.
제20회 수상작 《거짓말》을 쓴 한은형의 〈빵과 우유〉는 모성을 두려워하는 여성 서사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예술가로 살기 위해 어머니가 되길 거부하는 이의 분열과 혼란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제17회 수상작 《굿바이 동물원》을 쓴 강태식의 〈모든 고릴라에게〉는 변화하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수를 보여준다. “금화처럼 귀한 것들이 자갈처럼 흔했던 때를” 추억하며 지난 시절과 작별하는 화자의 모습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제16회 수상작 《표백》을 쓴 장강명의 〈서강대교를 걷다〉는 오랜만에 만난 동기와 서강대교를 걸으며 나누는 기묘한 대화가 주축인 작품이다. 밤과 새벽 사이에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며 펼쳐지는 장면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15회 수상작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쓴 최진영의 〈무명〉은 신원 불상의 여아가 중년 남성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을 다룬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 여성이 다른 여성을 구원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진창 속에서 피어난 꽃처럼 돌올하다.
제14회 수상작 《열외인종 잔혹사》를 쓴 주원규의 〈외계인〉은 죄의식에 사로잡힌 야구 선수의 이야기다. 자신을 끈질기게 찾아오는 의문의 여성에게 공포심을 느끼며 서서히 무너져가는 남성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제12회 수상작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를 쓴 서진의〈웰컴 투 더 로스트앤드파운드〉는 분실물보관소에 갇힌 남자의 애달픈 탈출기다. 알 수 없는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과거의 잘못들을 되짚어보는 과정이 씁쓸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제11회 수상작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를 쓴 조영아의 〈말레이곰이 우리 집에 왔다〉는 난데없이 옆방에 나타난 곰과의 동거를 보여준다. 비현실적인 상황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발생하는 소동이 복잡한 가정사와 맞물리며 흥미롭게 전개된다.
제10회 수상작 《도모유키》를 쓴 조두진의 〈표범〉은 위험한 짐승을 반려동물로 들일 때의 문제점들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결국 집을 떠나게 된 표범이 주인공의 꿈에 나타나 들려주는 이야기가 차마 웃지 못할 서글픔을 남긴다.
제9회 수상작 《싸이코가 뜬다》를 쓴 권리의 〈어나니〉는 누구도 무엇도 아닌 존재의 불안과 충동을 유려하고 지적인 서술로 묘사한다. 비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간다움과 생에 대한 고찰이 자못 독보적이다.
제7회 수상작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쓴 심윤경의 〈너를 응원해〉는 다방면으로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아이를 기르는 부모의 고충을 다룬다.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계엄 사태가 오히려 가족 간의 문제를 해소하는 계기로 작용하여 뜻밖의 감명을 선사한다.
제6회 수상작 《물의 말》을 쓴 박정애의 〈불의 말〉은 가부장제의 희생자인 엄마를 깊이 애도하는 딸의 이야기다.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오빠와 재회하며 회복과 연대의 조짐을 보이는 장면들이 심히 감동적이다.
제3회 수상작 《홍합》을 쓴 한창훈의 〈홍합, 이시죠?〉는 당선작을 쓰던 시기에 대한 회고이자 에필로그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사람들과 되돌아가고 싶은 시절에 대한 작가의 허심탄회한 소회가 뭉클하게 전해져온다.
제2회 수상작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를 쓴 김연의 〈길 위의 에트랑제〉는 딸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를 주유하는 엄마의 여행기다. 낯선 장소에서 지난 삶을 반추하며 딸의 미래를 축원하는 내면 서술이 진중하고도 위트 있게 펼쳐진다.
“새로운 30년이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다시 문학의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서른 번의 힌트
한국 최초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그 어느 때보다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덕분에 국내에서는 젊은 층 사이에 텍스트힙 열풍이 불고 해외에서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앞다투어 번역해 출간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한국문학의 부흥기라 일컬어지는 이 시기에 한겨레문학상이 30주년을 맞이한 것 또한 매우 뜻깊다. 그동안 한겨레문학상은 한국문학의 최전선을 이끌며 문단의 주목과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다. 앞으로도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작가들을 찾아내어 그들이 높이 도약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격려하고 지지할 것이다. 한겨레문학상 30주년 앤솔러지 《서른 번의 힌트》를 기점으로 한층 더 내실을 다지며 새로워질 한겨레문학상에 모쪼록 각별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길 바란다.
■ 본문에서
알파와 베타는 아이가 걱정이었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가 아플까 봐 걱정이었다. 언젠가 유치원에 갈 아이가 상처받을까 봐 걱정이었다. 학교에 갈 아이가, 친구를 사귈 아이가, 맹인 아빠를 둔 아이가, 파란 몸에서 태어날 아이가, 세상에 무방비로 던져질 아이가, 둘은 걱정이었다. _하승민, 〈유전자〉
사람들은 아들의 죽음에 대한 대가가 성대하게 치러졌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 아이의 죽음은 사회적인 이슈나 책임자에 대한 단죄로 보상받을 수 있는 종류의 상실이 아니었다. 그 상실은 또 다른 시작이 뒤따르지 않는 영원한 끝이었다. _김희재, 〈잠도 가는 길〉
주지와 자주색 재킷이 천도해달라며 가져온, 인간도 아닌 그것, 살지도 죽지도 않은 그 깊은 구멍을 들여다본 지금, 박수는 다시 벼랑 끝에 섰다. 그랬구나, 그리 오래 잊고 잘도 살아왔구나. 박수는 부푼 소매를 접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벽에 걸린 진홍검을 내려 단단히 쥐고는 스르렁, 어둠 속 자줏빛을 향해 겨누었다. _강성봉, 〈진홍: 박수 외전〉
진호는 혼란스러웠다. 잘못 본 건가 싶어 다시 고개를 돌렸는데 확실히 웃고 있었다. 그것도 재밌다는 듯이 활짝. 홈런 맞은 게 재밌어? 역전당한 게 재밌어? 진호는 어처구니없어하며 1루 베이스를 밟았다. 투수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여자라서 승리욕이 없나?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지? _김유원, 〈힌트〉
남자 강사는 소수여서 눈에 띄고 입방아에 오르기 쉽다고 일러줄 걸 그랬나. 그러니 복장부터 말과 행동을 다 조심해야 한다고. 여자 강사들이 청바지 입고 다닐 때 남자 강사들이 정장만 입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편한 옷을 입고 편하게 말하고 행동하기 시작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_서수진, 〈정말 괜찮으세요?〉
어느 날은 남편이 숨을 식식 몰아쉬며 신문을 쥐고 달려옵데다. 피양에 히로인이 났다, 아조 대단한 인물이 났다구 하며요. 기래 신문을 보니 ‘강주룡’이라는 이름 석 자가 꽝꽝 찍혀 있지 않갔어요. 강주룡이라는 여장부가 을밀대 지붕 우에 올라 평원고무공장 공장주의 횡포를 목청껏 외쳤다구요. _박서련, 〈옥이〉
생각해보면 다 그런 식이었다. 대야의 물을 들여다본 것도, 분신사바를 하며 끈질기게 질문한 것도, 그냥 한번 해본 것이 아니었다. 나는 믿었다. 그래, 미래를 볼 수 있으리라고. 죽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으리라고. _강화길, 〈종이탈〉
병원에서 간호사가 하라는 대로 어쩔 수 없이 젖을 물리던 순간 미구는 이 일만은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포유동물로서 기능하고 있는 자신을 부정할 도리가 없어서 그랬지만 혹시라도 이러다 모성이라는 게 생겨버리면 어쩌나 하는 공포가 있었다. _한은형, 〈빵과 우유〉
영수는 벤치의 등받이 위로 섬처럼 떠 있는 두 개의 뒤통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가 지금보다 훨씬 긴밀했던 때를, 의존적이고 밀접했던 때를 떠올렸다. 불필요하거나 사소한 말이 쉴 새 없이 오가고, 주말 계획을 같이 짜고, 항상 손을 맞잡은 채 길을 걷고, 저녁 메뉴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금화처럼 귀한 것들이 자갈처럼 흔했던 때를. _강태식, 〈모든 고릴라에게〉
아치를 향해 걸으며 나는 기묘한 생각을 했다. 사실은 그녀가 5년 전에 서강대교에서 떨어져 자살에 성공했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존재는 귀신이라는 생각이었다. 잠시 뒤에는 그 생각이 더욱 발전했다. 나 역시 한강 다리에서 떨어져 죽었으며, 자기가 죽은 사람인 줄 모르는 귀신이라는 망상이었다. _장강명, 〈서강대교를 걷다〉
X를 죽이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매번 가볍게 제압당했다. 그리고 죽을 만큼 맞았다. 사건 관련 기사를 읽으며 나의 패착을 깨달았다. 나는 살고 싶어서 X를 죽이려고 했다. 그래서 실패한 것이다. 여자는 나와 다른 것을 원했음이 분명했다. 여자가 원한 것을 알아야 했다. _최진영, 〈무명〉
과연 저 아이를 본 적이 있었을까. 처음 본 모습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아무 이유 없이 저 아이를 외계인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마도 처음 봤든, 언젠가 계속 보았든 피할 수 없는 두려움이 치솟았기 때문이 아닌가. _주원규, 〈외계인〉
고해성사를 다시 써야겠다. 볼펜을 들고 적어야 하는데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손이 부들부들 떨릴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짓을 당할 만큼 잘못한 게 없다. 역시, 반성문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최소한 자기가 무얼 잘못했는지 아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것이다. _서진, 〈웰컴 투 더 로스트앤드파운드〉
나는 더 들어가지 못하고 주춤 물러났다. 좀 더 지켜보기로 하고 문을 닫았다. 신고하라, 마라는 말도 없이 아버지는 나가버렸다. 텔레비전을 틀었다. 사람들이 여전히 말레이곰을 수색 중이었다. _조영아, 〈말레이곰이 우리 집에 왔다〉
그날 나는 밤새 뒤척였다. 표범을 동물원에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 말씀처럼 언제까지 집에서 기를 수도 없었다. 내게는 좋은 친구였고, 강아지처럼 구는 녀석이지만 동네 사람들에게는 맹수인 것이다. _조두진, 〈표범〉
내 몸은 마치 감옥에 갇힌 것처럼 꿈쩍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뭘까? 나는 광물일까? 어쩌면 그것에 가까울지 모른다. 내 몸에는 생물이라고 여길 수 있는 근거가 남아 있지 않다. _권리, 〈어나니〉
서로 욕하고 탓하고 때리지 않는 식구들, 순하게 웃는 얼굴로 밥 먹는 사람들. 두려울 때 함께 걸을 수 있는 가족들. 세상에는 흔한 일일지 몰라도 그에게는 매일매일 새로운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_심윤경, 〈너를 응원해〉
찬미는 학부 때 영문학과에서 문화인류학과로 전과하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지속하면서 여자의 정절에 대한 가부장제의 오랜 병적 집착을 신의 뜻으로 포장한 제의 따위를 진저리 나도록 보아왔다. 그런 와중에도 찬미가 궁금했던 것은 불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마저 이기는 격정이었다. _박정애, 〈불의 말〉
마지막엔 나만 남았다. 조금 전, 세월 잘 갔다고, 나이 든 것을 옹호하는 풍으로 말했지만, 딱 한 번만, 딱 한 시간만이라도 그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공장 시멘트 바닥이나 항도 길바닥에서 퍼질러 앉아 막걸리 마시며 노래 부르던 그 시절로. _한창훈, 〈홍합, 이시죠?〉
엄마만이 유일한 하늘인 어린 딸에게, 반항의 특권을 가진 사춘기 소녀에게, 공부하느라 힘든 대학생에게 넌 나의 유일한 말동무이자 친구라며 온갖 말, 말, 말들을 쏟아놓았다. 물론 말하고 속으로 후회한 적은 있었지만 내 딸이니까, 내 딸만은 날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네가 없었으면 난 이미 죽었을 거야, 라는 말도 서슴지 않으면서. _김연, 〈길 위의 에트랑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