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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상세페이지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건설 노동자가 말하는 노동, 삶,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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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정보
  • 2025.07.18 전자책 출간
  • 2025.05.11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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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14.5만 자
  • 25.5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72132903
UCI
-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작품 정보

■ 책 소개※ 이 콘텐츠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노가다꾼’이 아닌 ‘노동자’로 불리기를 원하는 이들의
일과 삶과 투쟁의 연대기

윤석열 정부의 건폭 몰이 탄압 정치에 맞선
건설 노동자 12인의 생생한 증언
영원한 건설 노동자 양회동 열사 2주기 특별기획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법치를 확고히 세우라.” 2023년 2월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후 경찰청, 국토교통부, 법무부, 고용노동부와 보수 언론들은 합세해 건설 노동자를 ‘폭력배’로 몰아세우고 전방위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총 22차례의 압수수색을 당했고 2250여 명의 건설 노동자가 소환 조사를 받았으며 그중 42명이 구속되었다. 그해 5월, 부당한 노동 탄압과 혐오 정치를 중단하라는 외침과 함께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던졌다.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 안전하게 일할 환경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공갈과 협박으로 몰아세운 정권에 맞선 양회동 열사의 죽음은 많은 이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산추련)과 경남도민일보는 부산·울산·경남 건설 노동자의 탄압 실태를 조사하고 그들의 일상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기록하기로 했다. 인권 활동가, 이주 활동가, 기자들이 함께해 굴착기, 덤프, 레미콘, 철근, 형틀, 알폼, 갱폼, 비계, 타설, 내장 공정 분야에서 일하는 12명의 건설 노동자들을 인터뷰했고 그들의 구술을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는 ‘남의 건물을 지으면서 내 마음은 무너졌던’ 이들의 일·삶·투쟁의 연대기다.
이 책은 쉬운 일 하면서 돈 벌어 간다며 차별받는 여성 건설 노동자의 시선으로, 차별과 배제를 견디며 살아가는 이주 노동자의 시선으로, 가족 부양의 의무를 기본값으로 여겨야 했던 남성 노동자의 시선으로 건설 현장의 일과 일상을 그린다. 일하다 죽지 않는 일터를 위해, 힘든 일 한다고 천대받지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노동조합원들의 진솔한 목소리도 담았다. 지난 3년간 많은 건설 노동자가, 자본과 권력의 탄압으로 단가 경쟁과 임금 체불이 보편이 되고 조합원 채용을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현장에서 사투를 벌였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를 휩쓴 혐오 정치의 민낯은 물론 보수 언론이 가리고자 했던 진실이 무엇인지, ‘불법’과 ‘폭력’을 무기 삼아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를 알 수 있다.
2025년 5월, 양회동 열사 2주기를 기리며 세상에 나온 이 책을 통해 세상을 짓는 건설 노동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건설 노동자의 노동과 우리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또 폭력적인 통치, 차별과 혐오의 언어로 짓밟힌 노동자들의 자부심을 다시 세워 내는 저항의 연대가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건설 노동자를 옥죄는 불법 재하도급 구조와 부조리한 관행

‘노가다’라는 말은 건설 노동자를 뜻하는 일본어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비하의 의미가 크다. 건설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 형태, 장시간·저임금 노동, 위험천만한 환경까지 감당해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들의 삶과 노동을 인정해 주기는커녕 인생 막장이나 하는 일, 거칠고 험한 일이라는 선입견이 팽배해 있다.
한국의 건설 산업은 로비와 임금 착취와 저가·불법 하도급을 통해 건설사의 이윤을 보장하는 형태로 고착되어 있다. 원청사에서 시공사로, 다시 크고 작은 건설업체들로, 그 밑에 각 공정별 팀장들로 이어지는 부조리한 구조 때문에 정작 노동자들의 임금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건설사가 만든 이 불합리한 구조 안에서 애꿎은 노동자들만 갈등하고 싸우고 있어요. 이 불법 재하도급 구조를 깨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하도급 구조의 아래로 갈수록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는 멀어지고 위험은 증가한다. 산업 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가장 많은 업종이 바로 건설업이다. “현장이 안전하지 않은 것도 문제예요. 자꾸 사고가 납니다. 개인의 부주의 탓이 아니에요. 공사비가 올라가다 보니 안전 관리비에 들이는 돈이 줄었어요. 공기 단축으로 이익을 남기려고 서두르다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요.”
여기에 더해 건설 현장의 임금 체불 문제는 수십 년 동안 반복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건설업계 임금 체불 규모는 약 1조 5850억 원, 임금 체불 피해자는 40만 2584명에 이른다. “이 일 하면서 한 번도 체불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보면 돼요. 책임지고 데려온 사람만 여덟 명 정도였어요. 두 곳 현장을 합해서 못 받은 돈이 1억 가까이 됐어요. 제 통장을 탈탈 털어서 나눠주었죠. 다들 먹고살아야 하니까요. 막상 그러고 나니 참 막막하더라고요.”“노동청에 고소하면 받을 수 있기는 합니다. 근데 시간이 걸리잖아요. 당장 하루하루 일해서 먹고사는 입장에서는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복잡해요. 무엇보다 다음 일거리가 줄어들까 봐 무서워서 신고 못 하는 것도 있어요.”
세상이 수많은 도로와 건물은 건설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하고 그들의 인권을 짓밟고 목숨까지 담보로 잡히면서 완공된다. 그리고 건설사의 이윤이 채워진다. 하지만 건설 노동자들은 값싼 노임이라도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감지덕지해야 했고, 1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견디며 주말도 없이 소처럼 일해야 했다. 일이 있다면 어디든 집과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다. 체불된 임금의 반쪽이라도 주겠다는 사장에게는 오히려 감사를 표해야 했다. 이처럼 건설 산업 전반에 팽배해 있는 오래된 악습과 관행, 부조리를 바로잡고 건설 현장을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보다 안전한 일터를 만든 건설노조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그들은 진로를 고민한 끝에 혹은 우연히 건설 노동 현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게 되었다. 그러나 현장은 녹록지 않았고 고된 노동과 끊이지 않는 사고, 자행되는 불법과 편법은 이들의 삶을 괴롭혔다.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대우받지 못하는 노동 혐오를 깨고자 노동자들은 단결했고 그 결실이 바로 2007년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탄생이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정부도 바꾸지 못한 부당한 노동 여건과 현장 곳곳에 만연한 부조리를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병폐인 임금 체불과 단가 후려치기 등을 단결된 투쟁으로 막아냈다. 또 하청에 하청으로 이어지는 임금 착취 구조 속에서도 단체 교섭을 통해 정당한 대가를 얻고자 노력했다. “무엇보다 근무 시간이 현저히 줄었어요. 8시간 외에 추가로 일하는 부분은 수당으로 받을 수 있고요. 노조는 일자리 창출도 많이 했어요. 우리 조합원들 더 써달라고 요구하면 현장에서 많이 받아줬어요. 건설사 갑질도 줄었어요.”
현장에서 인간답게 일하고 일과를 마치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내일을 준비하는 것, 이 당연한 일상을 위해서는 현장에 최소한의 안전장비와 휴식공간이 필요하다. “타워크레인을 이용한 호퍼 작업은 정말 위험해요. 3~4톤 되는 쇳덩어리에 깔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사람이 그냥 형체가 없어져요. CPB를 쓰면 호퍼 작업을 안 해도 되거든요. 그래서 ‘CPB 좀 도입해 달라. 기존 현장 너무 위험하다. 이런 식이면 일 못 한다’고 말했어요. 그 결과 CPB를 도입하겠다는 현장이 22곳이나 됐어요.” “회사가 노동조합 눈치를 보면서 서서히 부당한 지시가 없어졌어요. 노동자 복지가 좋아졌죠. 50분 일하면 10분은 쉴 수 있어요. 점심시간이랑 간식 시간도 있고요. 현장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건설 노동자에게 노조 활동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투쟁이었고, 노동조합은 스스로 인간임을 선언했던 건설 노동자의 자부심이었다. 그들의 노력은 노동자와 노동 현장으로 하여금 오늘을 넘어 내일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임금 체불 줄이고 유급 휴일수당까지 만들면서 젊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아무래도 건설업은 나이 든 분들이 많잖아요. 우리도 알아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을요. 그래서 제가 사랑하는 이 일을 누군가 이어서 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노조 활동을 한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한 후 상황은 급변했다. 떨어진 정권 지지율을 올리려는 수단으로 ‘노동자 때리기’에 열을 올리면서 건설노조는 그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건폭 몰이, 탄압 정치, 노동 혐오에 맞서는 건설 노동자들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제가 오늘 분신을 하게 된 건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네요.(중략) 윤석열의 검찰 독재 정치, 노동자를 자기 앞길에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주세요. 동지 여러분, 사랑합니다. 투쟁!”
2023년 5월 1일 노동절, 고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은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분신했다. 그의 유서는 수많은 건설 노동자의 속내이기도 하다. 윤 정부의 건폭 몰이는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노동자들은 연이은 수사와 구속으로 깊은 상처를 받았다. “우리를 무슨 강력범 대하듯이 하니까 많이 억울했죠. A4 용지 한 장 가져다 놓고 같은 질문을 반복해요.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요. 그 질문을 저한테만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조사받으러 갔던 다른 조합원한테도 해요. 저랑 답변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그걸로 꼬투리를 잡아요. 예전에 멀쩡한 사람 간첩 만들듯이 조사했어요.”
언론의 왜곡 보도와 이웃들의 차가운 시선은 건설 노동자들을 더욱 위축시켰다. “우리는 묵묵히 현장에서 일한 것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언론은 범죄자 취급을 했습니다. 사실을 왜곡했죠. 일자리를 제공하라거나 돈을 떼먹지 말라는 건 너무도 당연한 요구잖아요. 그걸 두고 폭력배라고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렇게 사방에서 옥죄는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안위보다 가족과 친지들 걱정이 앞섰다. “아내랑 애들이 먼저 소환장을 봤더라고요. 아내의 첫마디는 ‘혐의가 공동 공갈로 돼 있는데 이게 무슨 뜻이냐’는 거였어요. 마치 무거운 죄라도 지은 것처럼 읽히니까 당황스럽잖아요. 아내에게 ‘별거 아니다. 나는 지은 죄가 없다’고 말하며 안심시켰죠. 딸과 아들은 처음엔 슬픈 표정으로 ‘아빠, 경찰에 잡혀가?’ 하고 묻더라고요.”
무엇보다 개탄스러운 것은 건폭 몰이 노동 탄압 이후 건설노조의 노력과 성과는 점점 사라지고, 건설 현장은 불합리하고 불공정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탄압 이후 업체들은 노임 삭감을 요구하고, 노동자들은 인격 존중도 못 받고 일자리를 잃고 있어요. 기본적인 것조차 받지 못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거예요. 열심히 싸워서 권리를 찾아가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무너진 거죠.”
이 책이 출간되기 직전인 2025년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결국 파면되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상황이 단숨에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정부를 향한 투쟁과 건설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이 물러나고 다음 정부가 들어선다 해서 우리한테 당신들 정말 고생했어, 하지는 않을 거예요. 결국은 우리가 만들어 가야죠. 처음 건설노조를 만들 때, 그 열정에는 못 미치더라도 옛날에 힘들었던 과정을 생각하면서 다시 뭉쳐서 우리 위치를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설 노동자들은 단순히 집과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니라 피, 땀, 눈물로 삶의 희망을 이어 갔다. 이 책을 통해 건설 노동자들이 잃어버렸던 긍지와 자부심을 되찾게 되기를 희망한다. “제 삶의 목표는 평범하게 사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제일 힘든 것 같더라고요. 만약에 제 아들이 자라서 건설 일을 한다고 했을 때는 건설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였으면 좋겠어요.”


추천의 글

이 책은 ‘노가다꾼’이 아닌 ‘노동자’로 불리기를 원하는 이들의 일과 삶과 투쟁의 연대기입니다. 또 여성, 청년, 이주 노동자 등 소수자들의 고난과 애환의 기록입니다. 남의 건물을 지으면서 내 마음은 무너졌던 이들의 내밀한 고백이자 생생한 고발입니다. 가슴속 깊이 간직했던 이야기, 고통과 상처의 기억을 꺼내어준 구술자들의 용기와 노고에 감사하고 싶습니다. 또 그들의 언어가 빚은 이 책을 통해 건설 노동자들이 잃어버렸던 긍지와 자부심을 되찾게 되기를 바랍니다. _이탄희(제21대 국회의원)

“세상이 어찌 이리되었을까요? 공사장 안에서 묵묵히 기술 하나로 먹고살아온 이들, 정직한 노동과 기술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찼던 건설 노동자들의 가슴에 국가는 왜 이렇게 큰 응어리를 남겼을까요?”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쫓겨났지만 건폭 몰이의 후과를 극복하는 것은 새삼 우리 몫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 싸우면 더 좋지 않을까요?’ 이 고통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함께 연대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부디 많은 이들이 이 기록을 접하기를 바랍니다. _이영철(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 책 속에서

가족들은 제 노조 활동을 안 좋게 생각했거든요. 형들이 빨갱이 아니냐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3년 정도 인연을 끊고 살기도 했어요. 그러니 또 무슨 소리를 들을까 걱정부터 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 완고하던 형님이 면회 와서는 대뜸 미안하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면서 너만 당당하면 됐다면서 지금 갇힌 게 무슨 상관이냐고, 너는 죄인 아니라고 이야기해주는데….

초보라 속도를 못 따라가니 사장한테도 많이 혼났죠. 집에서 밥이나 하지 뭐 하러 왔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노래방 도우미나 하지 이런 거 왜 하냐고 말하는 사장도 있었죠. 일하지 말고 함께 술이나 마시러 가자고도 했어요. 팀으로 움직이니까 제가 잘못하면 그 팀이 잘릴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대꾸도 못 하고 수없이 참으며 억척같이 살아남았어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위험하고, 힘들고, 더러운 일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한국말이 익숙지 않다 보니까 많이 당해요. 이주 노동자가 속한 나라의 팀장이 있고 그 위로 회사가 고용한 팀장이 또 있어요. 이 사람들이 중간에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예요. 그러다 보니 정작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일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해요.

노조가 현장을 정말 많이 바꿨어요. 기본적으로 하루에 10~12시간 이상 일하던 노동 시간이 단축되어 일 마치고 집에 가서 쉴 수 있는 게 저는 제일 좋더라고요. 또 주말에 일 안 하니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요. 매년 인건비 인상이 되어 살림 계획도 어느 정도 세울 수 있게 됐어요. 노조 하면서 이 세 가지가 제일 크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노조가 있으니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든든하지 않을까요?

저한테는 건설업이 무한한 희망입니다. 자기 기술만 있으면 65세까지는 걱정 없이 먹고살 수 있어요. 저희 바람은 그때까지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거죠. 언제 일을 끊길지 모르는 불안한 생활 말고요. (…) 그래도 건설노조가 이전처럼 단합해서 다시 기초를 다져야죠. 그러면 언젠가는 저희도 다른 직장인처럼 안정적으로 월급 받으면서 일할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위험 요소는 엄청 많죠. 그래서 직업 자체가 내 목숨을 담보로 한다고 생각해요. 차량 내부가 한 평이나 되겠습니까? 그 공간에서 오래 할 때는 혼자서 10~11시간을 있는 거죠. 일하러 가는 시간, 마치고 오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그 정도 돼요. 바쁘면 점심시간 없이 일하니까요. 그럴 때면 짬을 내서 차 안에서 라디오 듣고 유튜브 보는 게 유일한 휴식이에요.

조사받다가 담배 피우러 잠깐 나왔는데, 마침 아들도 옆방 조사실에서 나오더라고요. 아들도 건설 일을 하거든요. 제가 권했어요. 제 손으로 아들을 불러서 일을 가르쳤습니다. 철근 들고 나르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다 제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니까 옆에서 보고선 자기도 한번 해보겠다고 한 거예요. 그런 아들을 경찰서에서 만난 겁니다. 그러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부모로서 속이 좋겠어요? 한 방에서는 아비가, 옆방에서 아들이 조사받는 게 말이 됩니까. 멀쩡하게 회사 잘 다니던 애를 건설 일로 데려와 고생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수사기관에서는 단순히 집회에 참석했거나 명함만 내민 사람들도 형사법으로 엮어버렸어요. 집회 참여는 ‘업무방해’, 교섭은 ‘강요’가 됐어요. 초기에는 이 정도까지 탄압할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그때 대응을 했더라도 결과는 똑같았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작정하고 들어온 거니까요. 조사받을 때 하는 말들이 그냥 “너희는 범죄자야. 무조건 잘못된 거야” 하고 들렸어요.

아버지가 옆방에서 조사받을 줄은 몰랐죠. 그때 조금 울컥하더라고요. 아버지가 너무 미안하다고, 당신 아니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지금도 말합니다. 그런 게 아니라고요. 건설 일도, 노동조합 활동도 내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노동조합이 왜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잘 알고 자부심이 있어요. 노동조합이 절대 없어져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아요.

한국인 일자리를 이주 노동자들이 빼앗고 있다는 말 들었어요. 그건 사실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될 수 있는 상황들이 있어요. 사업주는 이주 노동자에게 강제로 일을 시키듯이 한국인 노동자를 대우할 수 없죠. 한국인 노동자들은 이러한 행위를 용납하지 않아요. 그래서 일부 사업주들은 한국인 노동자보다는 노예처럼 대우해도 되는 이주 노동자를 선호하기도 해요. 저도 그런 경험을 했어요.

제가 인터뷰를 하고서도 좀 부끄러워서 집에다 말을 안 했습니다. 책으로 나오면 꼼꼼히 한번 읽어보려고요. 가족들한테 이야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일단은 동종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이제 막 사회생활 시작한 젊은이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사회생활 선배들이 겪었던 인생사니까요. 삶이 절박한 분들도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작가 소개

■ 기획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1990년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삶,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되는 현장을 위해 경남 지역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단체를 조직했다. 비정규직, 여성, 이주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가 차별 없이 건강하게 노동할 권리를 지키고자 하며, 노동자의 직접 행동과 연대를 통해 노동 건강권을 확장시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권력화된 토호 언론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 1999년 6000여 명의 도민이 주주로 참여하여 창간한 개혁적 지역 정론지이다. 거대 자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보통 사람들, 나아가 약자를 위한 기사를 써내고 있다.


■ 글

이은주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상임 활동가. 활동하며 수없이 많은 노동자의 고통을 마주해왔다. 그 순간이 장면·소리·냄새로 맺히며 쌓여간다. 오감을 열어 그 심상을 담아내고 인식을 확장하고 실천하며 살아가려 한다. 《나, 조선소 노동자》 《곁을 만드는 사람》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를 함께했다.

김그루
노동조합에서 노동 상담과 더불어 노조 밖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고 함께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구호가 현실의 토양에서 뿌리내리고 싹을 틔워 튼튼한 나무가, 숲이 되기를 꿈꾼다.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를 함께 썼다.

또뚜야
산업 연수생으로 한국에 와서 오랫동안 공장 일을 했으며 현재 노동 상담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상담을 통해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을 접하면서, 건설 현장의 고된 노동과 그들의 삶을 직접 이해하기 위해 건설업 노동자 기록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과 열망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널리 알려 더 나은 직장 환경과 법적 보호 체계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 《곁을 만드는 사람》 구술에 참여했다.

김다솜
본업은 〈경남도민일보〉 기자. 악성 민원인, 콜센터 상담원, 흥신소 직원이 되기도 한다. 세상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당신에게는 ‘동지’라 불리고 싶다. 일하다 돈 떼이고, 다치고, 죽는 일에 예민하다. 기사로 무언가 바꿔낸 경험은 거의 없는 그저 그런 기자다. 인생 모른다. ‘언젠가는’이라는 네 글자에 기대어 오늘도 쓴다.

박신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한다. 활자로 사회와 인간을 연결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 소외된 사람들, 배제된 이들과 사회의 접점을 늘리는 사람이 기자라고 믿는다. 이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 한가운데에서 울려 퍼지기를 희망한다. 기사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꿈은 없다. 누구나 소소한 일상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최석환
〈경남도민일보〉 기자. 꿈, 희망, 행복과 같은 긍정적인 단어들을 선호한다. 그 가운데서도 행복을 가장 좋아한다. 내가 기자가 된 것도 이 말과 닿아 있다. 불행한 이들이 이전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면 좋겠다는 바람이 그런 거다. 그래도 기자 전후 거대 담론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다. 내가 쓴 기사 덕에 힘없는 사람들의 행복도가 조금이나마 올라갈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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