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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상세페이지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팬덤과 극단의 시대에 꼭 필요한 정치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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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종이책 정가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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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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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0원
출간 정보
  • 2025.12.24 전자책 출간
  • 2025.11.13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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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9.9만 자
  • 8.5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72133634
UCI
-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작품 정보

■ 책 소개

‘나쁜 정치 패키지’에 포획당한 우리 정치
과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포퓰리즘, 정서적 양극화, 팬덤 정치의 시대에 꼭 필요한 정치 교양

윤석열 정부가 한창이던 2024년 3월, 〈썰전〉 정치 논객 이철희는 《한겨레》에 〈돌아보고 내다보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정치 때문에 나라 망하겠다” 싶은 염려 때문이었다. 당파적 관점을 떠나 좀 더 큰 흐름과 구조적 요인을 짚어 봄으로써 한국 정치가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내다보려는 시도였다. 그러던 차에 12·3 불법 계엄이 일어났다. 이 친위 쿠데타는 윤석열의 탄핵과 6·3 대선, 이재명 후보의 당선과 정권 교체로 끝났다. 이재명 정부 아래 대한민국의 많은 것이 정상화되고 있다. 이제 아무 걱정 없이 모든 게 잘 될까? 정치 때문에 나라 망할 일은 없을까?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연재 〈돌아보고 내다보고〉의 글을 한데 모으고 보완해 엮은 책이다. 저자는 한국 정치의 위기가 여전하다고 단언한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정치사의 결정적 장면들,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몰락과 이재명 정부의 탄생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정치적 양극화와 팬덤 정치의 폐해가 우리 사회에 단단하게 뿌리내렸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에서는 불법 계엄부터 정권 교체까지의 과정을 되짚으면서 우리 정치의 현주소와 위기의 실체를 살핀다. 2부에서는 위기의 정점이었던 윤석열 정부와 검찰 공화국의 한계를 통해 정치적 양극화를 분석한다. 3부에서는 정서적 양극화와 팬덤 정치의 역사와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이를 극복할 방안이자 이재명 정부의 지향점이 되어야 할 ‘좋은 정치’를 모색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세계정치학회(IPSA) 서울총회 기조연설에서 “민주주의가 밥 먹여 준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좋은 정치의 단면을 잘 보여 준다. 보통 사람들의 삶이 좋아지려면 민주주의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주의만 되면 보통 사람의 삶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개선하지 못하는 민주주의, 다시 말해 정치가 무능할 때 극단주의가 판을 치게 된다. 정치가 ‘밥 먹여 주는’ 데에 실패하면 극우, 내란 세력은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이런 악몽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 정치가 잘해야 한다.
이 책은 좋은 정치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청사진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탄핵, 극우 카르텔, 개헌, 정치 검찰, 여당과 총리의 역할, 포퓰리즘, 미국 정치와 트럼프 2기 등 남녀노소, 여야를 가리지 않고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정치 현안들을 이해하기 쉽게 알려 준다. 저자 특유의 냉철하고 예리한 분석, 폐부를 찌르는 촌철살인, 위트 넘치는 입담과 풍자가 읽는 맛을 더한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가 준동하고 한국의 내란 세력 척결은 요원한 지금, 이 책은 기울어진 우리 정치를 바로 세우는 데 꼭 필요한 상식과 넓은 시야를 선사하는 탁월한 ‘민주주의 입문서’이자 ‘정치 교양서’이다.


제21대 대선, 이재명 후보의 과반 득표 실패의 의미는?

제21대 대선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국민적 힘을 보여 준 행복한 선거”였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는 상대에 대한 미움과 반대가 동력으로 작용하는 정치적 양극화가 우리 사회에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 준 암울한 선거이기도 했다. 저자는 그 증거로 이재명 후보의 과반 득표 실패를 꼽는다. 물론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나라 망한다’는 반명 정서와 공포 마케팅이 일정 효과를 거두었고, 이재명 후보 캠프의 약간의 방심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편이 좋아서가 아니라 상대편이 싫어서 표를 찍는 부정적 당파성이 크게 작용했다.
서로 다른 정당이나 정치인, 그 지지자들 간에 첨예한 갈등과 날선 대치의 사례는 세계적으로 많다. 영국에서는 2016년 브렉시트 찬반을 놓고 격돌하다 하원의원이 살해당하기도 했고, 브라질에서도 2023년 1월 대선 후에 폭동이 일어났다. 어떤 이슈에 대해 찬반이 나뉘고 선거에서 성패가 갈리는 것은 민주 정치의 일상이지만 근래에는 경쟁자가 아니라 적으로 대한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가 횡행하는 것이다. 지난 2022년에 퓨리서치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 19개국 중 시민이 생각하는 정치적 양극화와 대립이 가장 심한 나라로 미국과 한국이 꼽혔다. 미국에서는 세 명 중 한 사람꼴로 정치 때문에 친구를 잃는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치 때문에 친구와 연인이 다투고,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가 단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제18·19·20대 대선을 거치면서 정서적 양극화와 이념적 차이가 동시에 커졌다. 특히 정서적 양극화는 자존심이 상하거나 상대를 미워하는 혐오감을 자극하는 등의 어떤 계기를 통해 활성화되는데, 한국 정치사에서 두 번의 중대 계기가 있었다. 2009년의 노무현 전 대통령(노통)에 대한 수사와 그의 서거, 2017년의 박근혜 대통령(박통) 탄핵과 적폐 청산이 그것이다. 노통의 죽음과 박통의 탄핵으로 품게 된 ‘지못미’의 감정적 앙금 때문에 두 당은 각각 피해의식으로 뭉쳤고, 상대에 대한 적개심으로 전의를 불태웠다. 자신들은 억울한 피해자, 상대는 무도한 가해자였으니 서로를 경쟁자가 아니라 적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지지 정당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증오가 당파성의 중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저자는 윤석열 정부의 탄생과 12·3 내란 사태가 ‘긴 과정’에서 벌어진 하나의 계기임을 지적한다. 이 과정이란 보수 세력이 민주적 가치보다 권력 장악 및 유지를 더 중시하면서 극우화에 빠져들고 정서적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등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긴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인데 이때 주목해야 할 병폐가 바로 팬덤 정치다. 우리 정치를 옥죄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팬덤 정치는 언제 형성되었고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애착 넘어 혐오로 나아가는 팬덤 정치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

민주주의 이론의 대가 아담 쉐보르스키는 약한 정당 정치와 강한 당파성을 갖는 시민들의 조합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정당들은 강성 지지층, 즉 정치 팬덤에 의해 포획(party capture)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 팬덤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를 열렬히 응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르게 행동하거나 딴소리를 내면 욕설을 퍼붓고 혐오를 쏟아 내며 심지어 배제에 나선다.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타도의 대상, 즉 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게다가 내 편인지 아닌지는 팬덤이 결정한다. 팬덤 정치란 이 “정치 팬덤이 차이와 이견을 혐오하고 배제하면서 정당과 의회 등 정치를 짓누르는 현상, 또는 정치인이 팬덤을 만들고 이를 권력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치 양식”이다. 정치 팬덤은 ‘총공(문자 총공격)’이라 불리는 문자 공세, 시위 등 퍼포먼스, 댓글 달기 등을 통해 일상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그래서 어지간한 정치인은 이들의 표적질을 당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보게 된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정치 팬덤의 효시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자는 노사모를 팬덤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팬덤 정치의 본질은 나와 생각이 다른 정치인이나 정치 집단을 혐오하는 데 있는데, 노사모는 팬질을 통해 경쟁자들을 악마화하거나 퇴출시키는 일에 나서지 않았고 오히려 비판적 지지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팬덤 정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그의 죽음,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나는 꼼수다)〉의 등장, 국회선진화법 통과, 박근혜 정부의 출범 등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흐름 속에서 형성되었다.
대표적인 정치 팬덤으로 박근혜 팬덤과 문재인 팬덤을 들 수 있다. 박근혜의 팬덤은 보수의 영웅 박정희에 대한 향수와 보수 언론의 ‘팬덤적’ 지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탄생했다. 문재인 팬덤은 보수 정부·언론의 핍박과 죽음으로 인해 지켜 주지 못한 노무현에 대한 애수와 대안적·대항적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이 결합해 탄생했다. 저자는 팬덤 정치를 가장 극점으로까지 끌어올린 인물로 이재명 대통령을 꼽는다. 그의 팬덤은 딴소리하는 정치인들을 ‘수박’으로 멸칭하면서 그들 대부분을 공천에서 힘으로 탈락시켰다. 당의 결정도 뒤집고, 당헌 당규의 개정도 수시로 이뤄 냈다. 호불호나 긍정·부정을 떠나 팬덤의 패권화라 해도 무방할 만큼 놀라운 기세를 보여 주었다.
팬덤 당원들이 보여 주는 열광과 적대의 감정은 대규모의 당원들을 결속시키는 유용한 방식이지만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이견을 존중하고 서로 다른 대안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정치가 힘을 잃는 것이다. 타협이나 다른 생각은 배신이나 내부 총질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포퓰리즘, 정서적 양극화, 팬덤 정치는 서로가 서로를 강화하고, 자극하고, 지원하는 패키지로 움직인다. 그 결과는 상대에 대한 혐오와 적대, 나아가 부정과 배제다. 이 ‘나쁜 정치 패키지’가 우리 정치를 짓누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나쁜 정치 패키지가 사회경제적 어젠다를 후순위로 밀어낸다는 것이다. 덕분에 원래 정당들이 해야 할 일, 즉 자신의 기반이 되는 사회 집단들의 요구와 의사, 이익과 가치를 대표하거나 매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나쁜 정치를 극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보통 사람들을 잘살게 만들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좋은 정치

미국의 정치학자 엘머 에릭 샤츠슈나이더는 “시민의 삶은 정치의 원천이다”라고 했다. 독일, 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 국가나 미국의 뉴딜 체제는 노동의 사회경제적 힘을 강화시켜 주고 그 힘이 정당을 통해 정치적으로 표출되는 방식으로 건설되었다. 저자는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의 집권기를 살펴보고 이런 결론을 얻었다. ‘국민은 정부와 여당이 민생과 경제 등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할 때 박수를 치고, 정치적 갈등 이슈에 매몰되어 삶의 문제를 등한시하면 화를 낸다.’ 즉, 좋은 정치란 보통 사람들이 잘살 수 있도록 만들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정치인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과 2025년 대선에서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민주당이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은 클린턴 8년, 오바마 8년 동안 자신들에게 표를 준 노동자, 흑인 등 약자들의 삶을 바꿔 놓지 못했다. 반면 트럼프는 세계화와 그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로 인해 삶의 질이 나빠진 노동자들의 박탈감과 분노를 이용해 그들의 지지를 얻어 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내준 이유도 사회경제적 기반을 넓히고 다지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중산층 또는 중상류층이라는 ‘울타리 안’ 사람들의 목소리에 적극 호응하고, ‘울타리 밖’ 사람들에게 무심한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 자영업자, 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 등 약자들에게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지원했더라면, 경제 지표보다 금융을 통한 부동산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썼더라면, 사회경제적 이슈에 집중하는 입법 정치를 펼쳤더라면, 검찰 개혁 프레임에 갇힌 채 불필요한 자극과 오판으로 ‘검사 윤석열’을 키워 주지 않았더라면” 대선 승패와 이후의 정치가 많이 달랐을 것이다. 저자는 주어진 권력을 누굴 위해 쓸 것인지, 권력으로 보통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 것인지에 대한 이해와 정책, 그리고 용기가 부족했다고 평가한다.
정치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비전, 삶의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대한 상(image)을 제시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과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정치와 정책을 펼치는 것 말이다. 저자는 보통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이재명 정부가 더 잘하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책에 담았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정당의 사례를 보면, 상대를 파트너로 존중하고 그들 일부와 연대할 때 다수파가 되어 국정이 안정되고 사회가 더욱 발전했다. 그래서 통합 정부와 여당 내에서 야당 역할을 하는 집단이 필요하다. 또 권력 분산을 위한 제도적 조치들, 검찰과 감사원 개혁, 방송법 개정, 재정 권력 민주화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내려놓고, 나누고, 함께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승리 전략이자 좋은 정치를 위한 첫발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책 속에서

탄핵을 하더라도 지혜가 필요하다. 불필요하게 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정치권이 주의하고 절제해야 한다. 특히 검찰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정치 검찰은 언제든지 총구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검찰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아야 한다. 정치적 대타협도 필요하다. 탄핵 절차와 탄핵 일정 그리고 무엇보다 개헌 등 정치 개혁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다. 한쪽이 수적 우위로 서둘러 밀어붙이면 탄핵의 성공도 성공이지만 탄핵이 묵은 과제 해결을 위한 발전적 승화가 아니라 대선 경쟁의 차원으로 변질되고 왜곡된다. 야당은 탄핵을 밀어붙이되 여당에도 운신의 폭을 열어 줘야 한다.

계엄 찬성이나 탄핵 반대 여론은 60대 이상의 노년층에서 가장 높다. 2024년 12월 21~23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8%였다. 세대별로 보면 60대에서 55%, 70대 이상에서 61%였다. 나머지 세대에서는 27~31%에 머물렀다. 60대와 7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탄핵 찬성보다 반대 여론이, 정권 교체보다는 연장 여론이 더 높게 나타났다. 여론 조사에서 확인되는 국민의힘 주력 기반은 세대로는 60대 이상 노년층, 지역으로는 영남, 성향으로는 보수다. 이들을 이렇게 움직이게 하는 동인은 ‘지위 위협(status threat)’이다. 밀려나고 쪼그라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들이 탈진실 캠페인에 호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투표권은 최고의 시정 권력이다. 6·3 대선을, 민주 인프라를 재건하고 정치 구도를 일신하는 정초 선거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극우를 수용·동조·조장하는 정치 세력을 확실하게 제압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우리는 주저 없이 단죄의 ‘종이 짱돌(paper stone)’을 던져, 윤 전 대통령 등 극우 카르텔이 “윤 어게인”을 외치며 세를 모으고, 국민의힘이 탈윤은 고사하고 ‘내란 몰이 탄핵’ 내러티브를 고수하는 지금의 상황을 투표로 시정해야 한다. 단호히 응징함으로써 그들이 다시는 민주의 가치보다 당파적 이익을 중시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방심이나 온정은 사치이자 해악이다.

정치의 수준에 가장 강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자는 대통령이다. 그 대통령이 정치, 그 너머 민주주의까지 퇴행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결과나 여론 조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의 일에 수시로 개입하고, 야당과 국회를 대놓고 무시한다. 역대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는 ‘뉴 액터(new actor)’가 새롭게 등장했다. 대통령 배우자다. 윤 대통령 못지않게 특이하다. 지금까지 그 어떤 대통령 배우자도 여당의 대표와 직접 소통하며 정무적 사안을 논의하고, 부적절한 선물 등으로 검찰 수사와 야권의 특검 공세에 직면하지 않았다. 역대 이런 대통령 배우자는 없었다. 언필칭 전대미문이다.

‘아니요’를 통해 상황을 바꾸거나 흐름을 역전시킬 수 있는 행위자를 비토 플레이어(veto player)라 한다. 대통령에게 가장 무서운 비토 플레이어는 여당이다. 108석이란 여당 의석을 감안하면 단 8명의 의원이 뭉치면 대통령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정치에서 흔히 계파 또는 정파로 불리는 일부 세력이 교착을 끊거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제어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다. 이게 숨겨진 진실이다.
여당이 굴종하는 이유는 탄핵 트라우마에 있는 듯하다. 2017년 탄핵이 낳은 재앙적 결과에 대한 학습으로 또 탄핵 당하면 다음 대선 필패와 굴욕적 수세에 직면할 거란 두려움에 절어 있다. 지금처럼 대통령을 추앙하고 민심을 배척하면 탄핵도 막고,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나? 대선 패배는 물론이고 제23대 총선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으려나? 패배를 넘어 존폐를 걱정하게 될 수도 있다.

그가 누구든 어떤 자리든 권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것에 취하기 쉽고, 그로 인해 망조가 들기 때문이다. 전체 국민이 표로 선출한 유일한 공직자라는 정통성에다 법적으로 막강한 권력이 주어지다 보니 대통령은 ‘선출된 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조영호 교수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가와 정부를 경영하는 데 네 가지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인사·예산 등의 행정 대권, 검찰·경찰 등 권력 기구, 여론에 대한 호소력, 여당의 협력 등이다. 그런데 대통령 권력이 산술급수적으로 강해질수록 오판할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권력욕을 부린 대통령은 거의 예외 없이 위기에 빠졌다. 역사의 교훈이다.
대통령이 권력 중독, 목표 과잉에 빠지지 않게 총리가 견제할 수 있으려면 그에게도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헌법을 제·개정할 때의 의도와 달리 대통령이 총리를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제도적으로 취약한 탓이다.

이런 경우 구성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충성심을 확인하고 서로 결속하고 상대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이다. 당할 때 구성원들 간의 유대도 강해진다. 일례로, 2003~2013년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구단들 중 가장 성적이 저조했던 팀인 헐 시티의 팬들이 사회적 유대 관계가 가장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당은 서로를 경쟁자가 아니라 적으로 여기게 됐다. 자신들은 억울한 피해자, 상대는 무도한 가해자였다. 지지 정당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증오가 당파성의 중핵으로 자리 잡게 됐다.
헌법에 정해져 있는 탄핵 시도가 상대를 자극하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서로를 원수처럼 대하게 된 동력은, 정치 보복으로 비치는 수사와 그로 인한 피해의식이었다. 노통 수사나 적폐 수사는 의도했건 안 했건 결과적으로 집권 세력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전략적 선택으로 추진됐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적극적 기획이든 소극적 방관이든 당하는 쪽에선 정치 보복으로 받아들여졌다. 요컨대, 정서적 양극화는 ‘피해-복수의 내러티브’가 내화·흑화된 결과라 하겠다.

정치에서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후보직, 의원직, 대통령직 등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게다가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가진다. 승자 독식의 제도 탓이다. 뿐인가, 승패가 갈린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승자가 패자에게 온갖 멍에를 씌우고 심지어 죽이려고 달려든다. 검찰 등 국가 기관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경기장 밖으로 밀어내려고 한다. 정의 구현이나 적폐 청산 등 명분을 뭐로 내세우든 정치 보복이고 패자 절멸로 비친다. 정치나 선거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죽고 사는 전쟁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절제와 관용은 금기다. 이처럼 전시 상태에 군법 적용하듯 이견은 명령 불복종을 넘어 ‘전쟁 중에 아군에게 총을 거꾸로 겨누는’ 내부 총질로 간주된다.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의 승리를 위해 방해되는 모든 행위는 이적 행위, 걸림돌이 되는 사람은 타도의 악한으로 규정된다. 본말이 전도되듯, 좋아함에서 시작됐지만 사랑은 말(末)이 되고 혐오가 본(本)이 된다. 안티 팬덤이 팬덤 정치의 숨겨진 속성인 셈이다.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팬덤 정치는 정치 실패 또는 정치 무능이 불러온 현상이다. 참여 의지를 가진 시민들이 정치의 주체로 나서서 세상을 바꿔 보려는 시도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팬덤 정치를 무조건 죄악시할 순 없다. 그렇게 해서는 그 폐해가 해소되기는커녕 더 커질 것이다. 우리가 정치 팬덤을 시끄러운 소수, 광신의 무리로 자리매김하면 정치는 더 열화되고 갈수록 흑화될 것이다. 이러다간 어쩌면 정치 때문에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팬덤 정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이다. 이는 오롯이 정치인의 몫이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이 비전과 소신을 갖고 팬덤을 이끌어 가는 ‘책임’의 리더십보다 정치적 이득을 위해 그들의 혐오를 부추기고 그 대가로 권한을 늘려 주는 ‘거래’의 코트십(courtship)을 추구하는것을 경계하고 막아야 한다.
당이 게토화되고, 행태가 일베화되면 정치는 죽고 결국 나라도 망가지기 마련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것이 선거다. 늘 지는 정당은 있어도 늘 이기는 정당은 없다. 정당에는 승리나 패배 모두 일상이다. 사실 성패가 뒤바뀌는 게 민주주의다. 그럼에도 어떻게 졌는지는 가혹하게 따져 봐야 한다. 초점은 패배 그 자체보다 패배의 질이다. 미국 민주당은 유권자, 특히 자신이 대표, 대변하겠다고 한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 졌다. 미국 민주당의 패배는 남 얘기가 아니다. 진보를 표방한, 약자나 보통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하는 정당이라면 깊이 성찰해야 할 반면교사의 사건이다.

작가 소개

1964년 경북 영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로부터 30년 뒤 한신대학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비교·분석하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가 싫어 국회를 떠났고 2021년 4월부터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
JTBC 시사 교양 프로그램 〈썰전〉, 채널A 〈돌직구쇼〉 등에 출연했고 TBS 라디오 〈퇴근길 이철희입니다〉, SBS 라디오 〈이철희의 정치쇼〉, CBS 라디오 〈이철희의 주말 뉴스쇼〉를 진행하는 등 한동안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소장, 민주연구원 부원장,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우석대 석좌교수 등을 지냈고, 현재 지식디자인연구소장,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 일곱번째나라LAB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정치가 내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이철희의 정치 썰전》 《뭐라도 합시다》 《1인자를 만든 참모들》 등이 있고, 《민주주의의 정치적 기초》 《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 등을 우리말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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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베스트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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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강주헌)
  • 브레이크넥 (댄왕, 우진하)
  •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박문재)
  • AGI의 시대 (한상기)
  • 낯선 사람과 부근을 만들기 (샹뱌오, 박우)
  •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김명철)
  •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박문재)
  • 실록 윤석열 시대 (박진석, 현일훈)
  • 경험의 멸종 (크리스틴 로젠, 이영래)
  • 행동 (로버트 M. 새폴스키, 김명남)
  •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김하현)
  •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함규진)
  • 이처럼 친밀한 살인자 (허민숙)
  • 21세기 지정학 (아미타브 아차리아, 최준영)
  • 이병한의 테크노-차이나 탐문 (이병한)
  • 인플레이션의 습격 (마크 블라이스, 니콜로 프라카롤리)
  •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홍성수)
  • 도둑맞은 자부심 (앨리 러셀 혹실드, 이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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