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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옷 추적기 상세페이지

헌 옷 추적기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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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00원
출간 정보
  • 2026.01.14 전자책 출간
  • 2025.11.28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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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8.1만 자
  • 20.1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72133740
UCI
-
헌 옷 추적기

작품 정보

“우리가 버린 옷들은 모두 ‘재활용’되고 있을까?”
의류 수거함 속 옷들의 행방을 쫓은
대한민국 최초 헌 옷 추적 르포 에세이

패스트패션이든 울트라 패스트패션이든, 이 유행의 뒤안길에 남는 건 그저 헌 옷뿐이다. 산 옷을 모두 입을 수 없고, 집에 쌓아둘 수도 없다. 그러니 헌 옷 수거함에 넣는다. 수거함에 옷을 넣을 때 느끼는 감정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좋은 곳에 기부한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는 반면, 쉽게 ‘버린다’는 마음을 갖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버려지는 옷은 어디로 가게 될까?

“옷 40벌 20만 원어치 리뷰합니다.”
우리는 옷을 너무 쉽게 산다. 그리고 너무 쉽게 버린다. ‘테무깡’ ‘쉬인깡’으로 대표되는 울트라 패스트패션 시대. 몇천 원짜리 옷을 사서 한 철 입고 의류 수거함에 넣으면 그만이다. ‘재활용되겠지’ ‘누군가 입겠지’라는 막연한 기대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모른다. 아니, 관심 없다.
《헌 옷 추적기》는 〈한겨레21〉 소속의 세 저자가 의류 수거함 옷들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추적한 기록을 담은 르포 에세이다. 153개의 추적기를 옷에 부착해 전국 의류 수거함에 투입하고, 4개월간 옷들이 어디로 가는지 끝까지 쫓았다. ‘쓰레기 아저씨’ 배우 김석훈의 검은색 바지와 아동용 운동화, ‘환경에 진심인’ 배우 박진희의 재킷과 카디건,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낸 방송인 줄리안의 티셔츠, 밴드 크라잉넛 한경록의 공연용 셔츠,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의 저자 이소연의 스웨터도 기부받았다. 〈한겨레21〉 1545호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에 담긴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한국은 세계 중고의류 수출 5위 국가지만, 그동안 우리가 버린 옷의 실제 행방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공식 통계는 ‘100% 재활용’이라 말해왔지만, 정작 추적기가 도착한 곳은 인도의 불법 소각장, 타이의 쓰레기 산, 볼리비아의 황무지였다.
《헌 옷 추적기》가 폭로하는 것은 단순히 ‘옷이 어디로 갔는가’가 아니다. ‘옷을 만들지 말자거나, 옷을 사 입지 말자’는 말도 아니다. 선진국의 과잉 소비가 어떻게 개발도상국의 환경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지, 기업의 ‘친환경 마케팅’이 얼마나 공허한 말장난인지, 그리고 이 구조적 문제를 방치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거기에 소비자인 우리의 책임은 없는지에 대해 묻고 답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자, 이제 추적을 시작한다.

추적: 수거함에서 쓰레기 산까지
한국에서 매년 버려지는 헌 옷은 공식 집계만 10만 톤이 넘는다. 하지만 수출되는 중고의류는 30만 톤. 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의류 폐기물 20만 톤이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있다. 추적기를 단 헌 옷들은 말레이시아, 인도, 필리핀, 타이, 볼리비아 등지로 흩어졌다. 대부분 중고의류 수입을 금지하는 나라들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헌 옷은 편법과 불법을 통해 그곳으로 흘러들어간다. ‘헌 옷의 수도’라 불리는 인도의 파니파트. 세계에서 하루에만 250톤의 옷이 몰려드는 이곳에서 한국 의류 브랜드 태그가 발견됐다. 불법 소각장에서 타고 있었다. 타이 아란야쁘라텟시의 쓰레기 매립지에서는 한글이 쓰인 태권도 가방과 군복이 발견됐다. 구더기가 들끓는 그곳에서, 세 살배기 아이가 쓰레기 더미를 놀이터 삼아 뛰어다니고 있었다. 볼리비아 오루로의 황무지에서는 소와 들개가 한국에서 온 옷을 물어뜯고 있었다. 필리핀 해변에서는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옷 더미를 토해냈다. 이것이 우리가 ‘재활용’이라 믿었던 것의 실체다.

폭로: 그린워싱과 제도의 공백
패스트패션 기업들은 매장에 의류 수거함을 설치하고 ‘지속가능성’을 말한다. H&M은 “수거된 의류의 92%가 재활용된다”고 홍보한다. 자라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다. 하지만 이들 매장 수거함에 넣은 옷도 결국 같은 경로를 밟았다. H&M 매장 수거함에 넣은 7벌 중 4벌이 우간다·세네갈·말레이시아로 이동했다. 자라 매장 수거함에 넣은 6벌 중 2벌은 튀니지에서 발견됐다. 동네 의류 수거함에 넣은 옷과 다를 바 없었다.
‘친환경’은 마케팅 용어일 뿐이다. 소비자에게 죄책감 없이 더 많이 사게 만드는 전략. 친환경적이지 않은데도 환경 표시를 넣어 광고하는 것. 이를 ‘그린워싱’이라 한다. 소비자를 두 번 속이는 행위다. 프랑스는 2007년부터 의류 생산자에게 재활용 비용을 부담시키는 EPR 제도를 시행한다. 유럽연합은 2026년부터 재고 의류 소각을 금지한다. 그럼 한국은? 환경부는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손을 놓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들은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 49조 원 규모의 의류산업이 환경을 파괴하며 이익을 내는 동안, 그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다.

증언: 독성 폐수와 병든 마을
추적기가 멈춘 곳, 인도 파니파트에 직접 가서 목격하는 건 헌 옷이 만드는 참상이다. 파니파트 남부 심라구지란 마을. 표백·염색 공장에서 흘러나온 독성 폐수가 하천을 검게 물들이고 있다. 14년째 혈액암을 앓는 샤르마는 물이 갑자기 더러워졌다고 증언한다. 마을 인구 4000명 중 400명이 오염된 물 때문에 중증 질환을 앓고 있다. 표백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보호 장비 없이 맨손으로 화학 용수를 다룬다. 호흡기 질환을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약을 먹으며 일한다. 노동자 할림의 세 살배기 딸은 독성 물질이 가득한 옷 더미를 놀이터 삼아 뛰어다닌다. 현장에 간 저자들도 두통과 발열을 겪었다.

내가 평소에 입고 신다가 쉽게 버린 의류와 신발이 쓰레기 산을 더 높이 쌓고 있었다. 재활용 과정에서도 많은 화학물질이 그곳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 매립지와 표백 공장에서 만난 아이의 눈망울이 질문을 던진다. 어른이 된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주고 있을까.

책임: 생산자도, 정부도, 우리도
대량생산과 대량폐기 구조를 만들어놓고 ‘재활용’이라는 말로 면죄부를 얻으려 하는 ‘기업’,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 의류 폐기물을 방치하는 ‘정부’, 안 입는 옷을 수거함에 넣으면서 막연한 기대로 죄책감을 더는 ‘소비자’. 이 삼중의 구조 속에서 책임은 나눠져 있고, 그래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티셔츠 한 장은 일회용 종이컵 306~337개를 쓰는 것과 같은 탄소를 배출한다. 겨울 코트 한 벌은 종이컵 912개다. 국내에서 연간 수출되는 폐의류 30만 톤 중 20%가 불법 폐기된다면, 소나무 1126만 그루가 필요하다.

전환: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헌 옷 추적기》가 절망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프랑스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로 2028년까지 중고 섬유 수거율을 60%로, 재활용률을 9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네덜란드는 2050년까지 모든 직물을 지속가능하게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화학연구원은 폐폴리에스터를 저온에서 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프랑스와 미국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의류산업 종사자들도 변화를 원한다. 〈한겨레21〉과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77명 대상)에서 80%가 재고폐기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70%가 EPR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변화는 가능하다. 정부가 재고 소각을 금지하고, 기업에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고, 소비자가 덜 사고 오래 입는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가 문제를 직시하는 것이다. 편리함 뒤에 숨겨진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 의류 수거함이라는 ‘블랙박스’ 너머를 들여다보는 것. 153개의 추적기는 그 시작일 뿐이다. 배우 김석훈은 추천사에 썼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기업은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할지 깊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작가 이소연은 말했다. “어쩌면 이 추적이 모든 것을 바꾸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고.
“우리가 버린 옷은 어디로 갔는가?” 우리는 이제 그 답을 안다. 《헌 옷 추적기》는 이어서 묻는다. “그 옷이 누군가를 병들게 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그 답을 찾을 시간이다.


∎ 본문 중에서
패스트패션이든 울트라 패스트패션이든, 이 유행의 뒤안길에 남는 건 그저 헌 옷뿐이다. 산 옷을 모두 입을 수 없고, 집에 쌓아둘 수도 없다. 그러니 헌 옷 수거함에 넣는다. 수거함에 옷을 넣을 때 느끼는 감정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좋은 곳에 기부한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는 반면, 쉽게 ‘버린다’는 마음을 갖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버려지는 옷은 어디로 가게 될까?

우리는 일단 이 보도들을 길잡이 삼아 계획을 짰다. 버릴 예정인 옷에 추적기를 달아 한국 곳곳에 있는 헌 옷 수거함에 넣고 이 옷들의 경로를 따라가본다면 헌 옷이 어디로 수출되어 어떻게 매립되고 소각되는지 그 최후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국내에서도 많은 이가 의류 수거함에 넣은 옷이 그냥 버려지는 게 아니라 재활용될 거라 기대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의류 수거함에 들어간 헌 옷들은 의류 폐기물이 되어 국내 중고의류 수출업체를 통해 동남아와 아프리카로 판매되는데, 이 지역의 의류 폐기물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서 상당 부분 재활용되지 못한 채 소각되거나 매립돼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수출업계 관계자들 말을 들어보면, 재판매되는 의류는 전체 중고의류의 1퍼센트 안팎이다. 우리가 보낸 추적기에서도 옷이 국내 구제 의류 가게에서 재판매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누군가 다시 입겠지’라며 헌 옷 수거함에 옷을 넣으며 했던 막연한 기대는 현실이 아니다. 153개의 추적기로 살펴본 헌 옷의 여정은 대부분 태워지거나 매립지로 향하는 과정이었다.

10월 말의 인도는 건조하고 무더웠다. 뉴델리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아침 일찍 파니파트로 향했다. 자욱한 먼지를 뚫고 뉴델리에서 2시간 정도 달리자, 높이 2미터도 훌쩍 넘는 헌 옷 더미를 싣고 달리는 차들을 만날 수 있었다. ‘헌 옷의 수도’에 온 것이다.

파니파트에 머무른 4일 내내 무언가를 태우는 매캐한 냄새가 덤프야드 주변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막대한 헌 옷이 도시로 밀려드는 한 멈추기 어려울 불길이다. 그곳으로 우리가 매일 옷을, 그리고 쓰레기를 버린다.

‘헌 옷의 수도’인 파니파트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헌 옷을 재가공하는 산업이 발달했다. 헌 옷을 재가공하기 위해선 옷을 섬유로 만드는 작업과 섬유의 색깔을 빼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 공장에서 하는 표백 공정이 바로 섬유의 색깔을 빼는 작업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 실로 만든 뒤 다른 색으로 염색할 수 있다. 표백에는 강력한 독성 표백제와 계면활성제, 각종 중금속으로 이뤄진 화학물질 혼합수가 쓰인다.

아프리카 국가로 헌 옷을 떠넘기는 것은 그 국가의 의류산업도 저해하는 일이다. 자국에서 직접 생산한 옷이 수입된 헌 옷보다 비싼 현상 탓에 성장이 저해되고 직물 회사에서 수요 감소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등 비극적 현상도 나타난다.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에서 헌 옷의 대량 수입을 금지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은 팔지 못한 재고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고, 재고를 너무 헐값에 정리하면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기 때문에 ‘대외비’ 속에 재고 의류를 소각한다. 재고 소각에 대한 신고 의무도 없어서, 정부는 정확한 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작가 소개

박준용
수십 번 떨어지고 간신히 언론사에 들어왔다. 12년째 기자로 살며 독자의 눈높이에 떨어지지 않는 기사를 쓰려고 노력 중이다. 노동자, 환자, 이주민, 노인, 빈곤층 등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회의 문제점도 종종 기사로 썼다. 정해진 길 보다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탐사보도를 하고 싶다.

손고운
〈한겨레〉 〈한겨레21〉 기자. 2015년 〈문화일보〉에서 기자 일을 시작했다. 기자 일을 통해 세상을 구경하고 있다. 누구도 쉽게 다치지 않는 기사를 지향한다.

조윤상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대학원생, 그리고 러너. 언론사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사회와 사람을 잇는 이야기를 담아왔다. 지금은 몸담았던 회사에서 나와, 미완의 재능을 실험하고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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