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머리말 ㅣ
영국에서 18세기 중엽 운송분야를 중심으로 혁신을 불러일으킨 제1차 산업혁명의 꽃잎은 내연기관과 통신 분야에서 만개하였다. 내연기관은 인류사회의 주 동력원을 석탄에서 석유로 대체하였으며 통신은 인류를 연결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였다. 제1차 산업혁명은 새뮤얼 모스(Samuel Morse)의 전신기와 모스부호체계를 시작으로, 전화기, 라디오 등 통신 분야의 신기술로 발전하였고(제2차 산업혁명), 이는 정보통신기술(IT)의 혁명으로 대변되는 제3차 산업혁명의 동기를 제공하였다. 제1차 및 제2차 산업혁명을 통하여 기반을 다졌던 제조업은 지식정보산업의 결정체인 반도체 및 인터넷 등과 결합되어 국경, 정치, 언어, 문화 및 지리적으로 단절된 세상의 벽을 허물기 시작하였다. 아직도 진행 중이라 할 수 있는 제3차 산업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협력과 IT(Information Technology)기술은 디지털 세계의 출현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제4차 산업은 융합과 속도라는 새로운 키워드로 무장하였다.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시키는 사물인터넷(IoT),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상을 결합시킨 빅 데이터(Big Data), 그리고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허물기 시작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세상을 초연결 시대로 진입시키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IoT, AI 및 Big Data 등의 지식정보가 금융부문과 융합되면서 지금까지 인류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가상금융이라는 신세계가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이제 가상금융의 세계는 단순한 무대면 거래인 전자금융을 초월하여 인터넷 전문은행과 가상화폐라는 상상 속의 지급결제수단을 출현시키면서 종이통장 및 장표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 물리적 공간에서 금융거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상관습은 퇴조하고 무점포로 대표되는 무인화와 현금 없는 상거래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금융산업도 제4차 산업의 등장과 맞물려 빠르게 변화의 파도를 탈 것으로 보인다.
본서는 이와 같은 금융산업의 혁신과 변화의 바람에 착안하여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집필되었다.
첫째, 제1편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등장하게 된 가상금융의 방향과 새로운 결제시스템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교환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성장하게 된 금융수단과 금융기관이 무인화 및 디지털금융으로 진화하고 있는 이유, 그리고 금융과 신기술의 융합사례를 살펴보았다.
둘째, 제2편에서는 디지털(가상)금융으로 가는 중간단계라 할 수 있는 서구의 전자자금이체시스템의 구축과 동향을 살펴보았다. 전자자금이체분야는 비교적 미국이 선도국으로서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Fedwire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자금이체시스템이 왜 구축되었으며, 특징과 제도적 방향은 무엇인지를 알아보았다.
셋째, 제3편에서는 최근 자금이체방식이 총액(차액)결제에서 하이브리드방식으로, 그리고 실시간 (즉시) 결제방식으로 변화되는 점에 주목하여 각 자금이체시스템의 운영정책, 참가방법 및 리스크 관리대책을 중점적으로 서술하였다. 특히 각국이 사용하는 결제시스템에 따라 운영정책과 리스크 관리대책이 다르기 때문에 상호비교를 통하여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하였다.
넷째, 제4편에서는 자금이체과정에서 실무적으로 표출되는 주요 쟁점에 대해서 서술하였다. 착오, 무권한 행위 및 결제실패 등에 따른 고객의 권리 보호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여 자금이체를 학습하는 수강생의 이해를 증진시키고자 했다. 그뿐 아니라 참여하는 금융기관 및 고객들 간 금융분쟁을 미연에 방지하여 안전하게 이용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참가 당사자들의 이해에 민감한 부분도 포함시켰다.
마지막으로 제5편에서 지급결제시스템의 발전과 가상금융의 미래에 대해서 전망함으로써 마무리하였다.
"가상금융과 자금이체"라는 생소한 분야를 집필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지도와 문헌들의 도움을 받았다. Benjamin Geva 교수님은 캐나다 York University로 저자를 초청하여 이 분야의 연구활동을 지도해주셨다. 특히 그 분의 저서인 "The Law of Electronic Funds Transfers"를 포함한 여러 논문과 저서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 외 돌(Dole) 교수님의 논문을 비롯한 국내외 문헌들, 그리고 한국은행과 금융결제원 등에서 발표된 많은 분들의 문헌들을 참고하였다. 일부 경우에서는 본인이 그동안 발표하였던 논문들을 포함한 문헌들 중 필요한 부분을 그대로 인용한 경우가 있음을 밝혀둔다. "가상금융과 자금이체"를 집필하고 보니 저자의 타고난 능력의 모자람 때문에 여러 가지가 미진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 점은 앞으로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를 통하여 보완하여 더 새로운 지식정보로 가득한 저서로 만들어 갈 것을 약속드린다. 그리고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에서도 본 서를 출간해주신 학현사와 관계자분들의 수고에 감사를 드린다.
2020년 3월 저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