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고 그대로 머무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변화는 우주의 질서이며 생존의 원리이다. 세상이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기에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달라지기 위하여 늘 하던 대로가 아닌 새로움을 선택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타로는 내가 어디에 있으며 지금의 나는 무엇인지 이해하고 미로 같은 여정을 용기 있게 나아가기 위한 안내이다. 또한 누군가와 나의 내면을 공유하며 새로움을 선택해야 할 필요를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도구이다.
타로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있다면 78장의 그림을 통하여 우리의 내면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위기에 당면하여 페즈에 모인 현자들의 소통의 수단이었든지, 그 결과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은 그림이었든지, 혹은 그보다 이른 태초의 인류가 다시 에덴으로 돌아갈 유일한 지식이었든지 간에 현대의 타로는 마음속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기 위한 도구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상담자로서 살아온 30년 남짓의 역사 동안 내담자를 조력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 기꺼이 받아들여 왔다. 타로를 접하고 상담 실제에 사용하고자 학문적 토대 마련에 관심을 가진 것도 그런 이유이다. 2003년 「상담장면에서 타로의 적용가능성-심리적 성장을 위한 타로 프로그램의 개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이 나오기까지 여러 면에서 특별한 안내가 있었음을 기억한다.
우리는 낙서처럼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상징들을 그리던 어린 시절이 있다. 어디에서 배우지 않아도 동그라미, 네모, 세모, 별, 육각형, 팔각형, 직선, 곡선, 점선... 이런 모양을 그리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행위이다. 이런 기호들이 모여 상징체계가 되고, 문자가 되고, 그림이 된다.
이런 상징들로 그려진 카드를 보고 두근거림을 느낀 것이 첫 번째 안내였다. 상징은 인류가 공유하는 원형이다. 별 약속이 없어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의미를 이해한다. 편안한 옷을 입고 너른 들판에 나와 수확을 앞둔 밀밭을 보고 앉아있는 여인, 둥근 구를 든 왕, 둥근 지구를 든 지팡이 2번의 주인공, 둥근 펜타클을 끌어안고 있는 펜타클 4번의 주인공, 그들이 세상에 대한 계획과 소유를 말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견고한 사각형 의자 위의 왕, 사각형 틀의 전차를 모는 기사, 그들이 얼마나 견고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타로의 그림은 다양한 상징들로 만들어져 있고 그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원형적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투사하게 해 준다.
낯선 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 먼저 그 길을 다녀온 사람이 있다면 낯선 길이 그리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타로에서 두 번째 안내는 스승들이었다.
피렌체 길거리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해준 할아버지. 20년 가까운 역사를 대변하듯 다 해어져 너덜너덜한 카드로 그 분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의 내면을 읽어주며 용기를 심어 주었다. 지저분한 카드도, 지나가는 사람들도, 옆에 있던 가족들도 그 대화를 방해할 수 없었다. 카드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속 이야기를 듣는 이런 일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몇 푼의 대가로 그냥 지나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초월영성상담 분야에서 이해의 수준이 깊어지면서 영성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타로를 하는 것이 영적인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종교인들이 지니는 흔한 두려움이다. 각자의 영적 성장의 수준에 따라 거리를 둘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타로의 스승 중 한 분은 신학자이다. 그 분은 타로에 대한 영적 의미를 부여하며 신학교에서만 타로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특별한 기회가 있어 듣게 된 강의에서 동시성 현상을 열강하시며, 예수님과 크리슈나와 기타 여러 신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그리고 타로를 통해 현실적인 삶을 조력할 뿐 아니라 영적 안내를 깊이 할 수 있음을 설명해 주셨다.
우리는 세상과 더불어 변화하고 있다. 문화가 달라지고 아이들이 달라지고 학교가 달라지는데 교육도 과학도 종교도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이러한 더딘 변화의 현장이 안전하고 납득되는 변화가 일어나도록 바라는 마음에서 『타로상담의 이론과 실제』가 진행되었다.
상담자들과 교육자들이 부담 없이 타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본서의 취지에 맞게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2017년 9월
공저자 이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