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머리말ㅣ
(전략)
초등학생 일학년 아이를 둔 어머니가 상담을 해왔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걱정스럽게 물어왔습니다. 그 어머니가 문제라고 하는 상황을 들어보았습니다. 얼마 전,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큰마음 먹고 사줬다고 했습니다. 그 장난감을 옆집에 가져가서 놀다가 옆집 아이가 좀 빌려달라고 하니 선선히 그렇게 해라고 하며 주고 왔다는 거였습니다. 어떤 것이 문제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렇게 비싼 장난감을 선뜻 준다는 것이 정상이냐는 것이지요.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는데, 달라고 해서 줘버리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렇게 착해빠져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지요.
착하다는 것이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착한 아이야. 심성이 착해’라고 하면, 칭찬인 줄 알았습니다. 요즘은 ‘착하다’는 말이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좀 모자란 듯하다, 제 것을 챙길 줄 모른다, 고리타분하다, 고지식하다, 제 앞가림을 잘 못하고 남만 생각한다, 이익을 잘 모르니 바보스럽다 등등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마트에서 ‘착한 가격’이라는 말에 붙은 ‘착한’의 뜻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익을 잘 챙기지 않고 주는 가격’이라는 뜻으로 쓰이곤 하지요. 그래서 ‘착한 사람’이라는 말에 제동이 걸리곤 합니다. 사실 사전에서 찾아보면, ‘착하다’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 이것이 바로 다른 말로 하면, 바른 인성이 아닐까요? 인성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람의 성품,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사람의 올바른 성품이 바로 언행으로 나타나고, 그 언행이 곱고 바르고 상냥한 것이 바로 ‘올바른 인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반대의 말을 한번 볼까요? ‘착하다’의 반대 성질의 말에 ‘약았다’가 있습니다. ‘약았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려운 일이나 난처한 일을 잘 피하는 꾀가 많고 눈치가 빠르다. 자신에게만 이롭게 꾀를 부리는 성질이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착한 것을 걱정한다면, 아이가 약기를 바라는 마음인가요.
적당히 약고, 적당히 착했으면 좋겠다는 대답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착하기만 해서 살아갈 수 없으니까 그렇다는 거지요. 세상에 선과 악도 존재하니까, 선에도 악에도 한 다리씩 걸치면서 살기를 바란다는 것이 엄마의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더욱 헷갈리게 됩니다. 어떤 때는 착하다가 어떠할 때는 악해야 할까? 그냥 착하기만 하면 안 될까? 혹은 악하기만 하면 참 이상하게도 자기 자식한테는 “적당히 약고 착해라”라고 주문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작 우리는 ‘약은 사람’을 멀리합니다. 그 사람이 ‘약았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하지 않게 됩니다. 상대방이 베푸는 호의도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되고, 결국 겉으로만 응대하며 속 깊은 정을 나누지 않게 되지요. 반면, ‘착한 사람’한테는 우리는 마음을 놓게 됩니다. 경계하고 감시하는 마음 대신 포근한 느낌으로 그 사람과 가까이 있고 싶어집니다. 그렇지만 누구든지 완벽하게 착한 존재는 없습니다. 인간은 어느 정도는 이기심이 있기 마련이지요.
(중략)
“아이가 옆집 아이의 마음을 잘 알고 자신의 것을 나눠줄 줄 아는 고운 마음씨를 지녔군요.
많이 칭찬해주세요. 아이는 아주 잘 크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바른 심성으로 아이를 잘 키우셨군요.”
이런 말을 어머니한테 해주었습니다. 어머니는 고마워하면서 당장 걱정으로 찌푸린 눈살을 거두었고 자신의 아이에 대한 자랑스러움으로 눈빛을 반짝거렸습니다. 이 어머니뿐만 아닙니다. 도대체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우는 것인가에 대한 무수한 고민들이 학부모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아무 사고 안 치고 학교를 꼬박꼬박 왔다갔다 하는 것만으로 잘 키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영어, 수학만 톱으로 달리면 잘 키우고 있는 건가요? 해외 연수, 자격증, 상을 휩쓸면 잘 키우고 있는 건가요? 그 모든 것들을 다 버무려서 무엇이든 다 잘하면 잘 키우고 있는 것인가요.
나만, 우리 아이만, 우리 가족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의 목적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삶에서 어떤 것을 중점에 두고 살아나가야 할까요? 꿈은 무엇이고, 성취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 삶은 어디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까요? 이런 생각과 고민들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입니다.
이 글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이 자신의 삶을 환하게 꽃피울 수 있기를 희망하며 쓴 글입니다. 제대로 사고하면서 지혜롭게 현실을 극복하고 더불어 살아 나갈 수 있는 힘을 자신의 ‘인성’ 안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쓴 글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미 주어져 있는 자신 안의 빛을 발견하고 그 빛을 나누고 뿌리고 드리우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방법들을 엮었습니다. 이 글들을 삶의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해서 직접 체험할 때 우리는 아름다운 삶을 위한 빛나는 꿈을 꿀 수 있을 것입니다.
2018년 8월
나와 우리의 아름다운 인성을 꿈꾸며
저자 시아 박정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