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이 책은 경상대학교 인권사회발전연구소가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첫 번째 저서 성과의 의무가 필자들에게 지워지면서 시작되었다. 연구소 과제는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증진과 서비스제공자의 인권감수성 향상 모형개발’이라는 큰 범주이다. 그러나 필자들은 모두 정신건강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이 있거나 아직 일하고 있는 정신건강사회복지사이므로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편견과 싸워야 했던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낙인에 대한 글을 쓰기로 하였다. 책이 완성되는 동안 그들의 싸움에 힘이 되어 주지 못한 미안함과 자신도 모르게 일조했을지도 모르는 사회적 낙인에 자책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정신장애인 인권의 논란은 사회적 낙인에서 출발한다.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그들의 권리와 기회가 제한되고, 낙인으로 인해 치료를 기피하면서 질병이 만성화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장애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법제화되면서 정신장애인은 소수자로서 다수자로부터 지속적으로 배제되는 것이다. 이처럼 필자들은 사회적 낙인이 정신장애인 인권침해과정의 근원이라는 전제하에 그들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낙인의 내용, 원인, 극복방안을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이 책은 전체 3부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Ⅰ부는 ‘사회적 낙인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사회적 낙인의 차원, 과정, 유형을 포괄하는 개념적 모형을 제시하였고 낙인을 극복하기 위한 반낙인의 개념과 전략을 기술하였다. 2장에서는 사회적 낙인의 경험을 낙인 부여자와 낙인 대상자로 나누어 각각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한 이론을 제시하였다. Ⅱ부는 본서의 주요 대상인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라는 제목하에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하였다. 3장에서는 정신장애인에게 부여되는 사회적 낙인이 어떠한 과정으로 발생하는지를 다양한 낙인이론으로 설명하였다. 4장에서는 정신장애인의 일차적 보호 제공자이자 낙인을 함께 감수하는 동반자인 가족이 경험하는 사회적 낙인과 그 결과에 대해 정리하였다. 5장에서는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낙인 실태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조기개입과 치료 지연의 문제를 다루었고, 치료 낙인을 감소시키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였다. 6장에서는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자가 정신장애인과 가족에게 보이는 사회적 낙인을 살펴보고, 이들의 사회적 낙인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였다. 7장에서는 사회적 낙인의 주요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미디어의 영향과 미디어에서 다루는 주요 정신건강 이슈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국내·외 언론보도준칙의 내용을 정리하였다. 8장에서는 사회적 낙인을 극복하기 위한 반낙인 전략과 주요 활동들을 다루었다. Ⅲ부는 사회적 낙인과 더불어 정신장애인에게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는 ‘정신장애인의 자기낙인’에 초점을 둔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9장에서는 자기낙인을 이해하기 위한 이론들과 자기낙인의 결과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자기낙인의 다양한 결과를 통해 자기낙인의 극복가능성을 제시하였다. 10장에서는 자기낙인을 극복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국내·외 프로그램들을 제시하였다.
전체 10장 중 1~2장은 경상대학교 서미경 교수가, 3~6장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남센터의 박근우 센터장이, 마지막 7~10장은 목포대학교 이민화 교수가 맡아서 집필하였다. 필자들은 각 장의 내용에 맞는 신문기사, 당사자 수기, 해당 사이트 등에서 그림이나 글을 가져와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기술 방식이 다른 세 명의 글이 서로 너무 낯설지 않도록 여러 번 돌려가면서 읽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장에 거쳐 반복되는 내용이 있고, 관련 연구를 소개할 때 주로 집필진들의 연구를 많이 인용한 한계가 있다. 필자들은 경상대학교 교수로 혹은 박사과정 학생으로 지내면서 지난 10여 년간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낙인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고 박사학위를 받은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사회적 낙인과 정신장애라는 제목의 책을 쓸 수 있어서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연구과제를 숙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연구비를 지원해준 한국연구재단과 글 쓰는 동안 물질적으로, 심리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인권사회발전연구소의 소장님과 연구소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이 책의 첫 장부터 참고문헌까지 꼼꼼히 수정해준 경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생 이지원, 정가영, 최진우 학생 그리고 인권사회발전연구소 정지혜 인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무엇보다 출판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책을 흔쾌히 출판해주겠다 하신 박세원 대표님과 바쁜 시간에 꼼꼼히 편집해준 편집부 직원에게 감사한다.
2020년 12월
저자 서미경, 이민화, 박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