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700여 개 이상의 인문학 개념들을 꼼꼼히 엮고 정리한,
이안 뷰캐넌의 《교양인을 위한 인문학 사전》
구조주의, 페미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실존주의, 프랑크푸르트학파, 젠더 연구, 마르크스주의…… 인문사회과학 책들을 읽다 보면, 한 번쯤 들어보기는 했지만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개념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맥락을 고려해 책을 읽더라도 그 개념의 구체적인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한두 줄로 간단하게만 설명하고 있어서, 게다가 서로 얽혀 있는 개념도 많아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토록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그 각각에 명쾌한 해설을 붙여준 ‘사전다운’ 사전이 아닐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인문학 길잡이 사전 《교양인을 위한 인문학 사전》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양한 개념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급속한 사회 변화를 고려해
개념의 배경과 이론 체계까지 세심하게 들여다본 ‘사전다운’ 사전
현대에는 우리가 지금 통칭해서 인문학이라고 부르는 분야의 저서들을 전문가 수준으로 섭렵한 사람은커녕 자신이 속한 개별 분야의 저서들을 빠짐없이 섭렵한 사람도 없을 정도로 그 분야가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었다. 그리고 인문학 개념들은 복합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급속한 사회 변화에 따라 다양한 개념들이 쏟아지고, 기존의 개념이 지닌 의미 또한 변화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개념은 인접 개념들과 연관되고 중첩되는 수가 많다. 따라서 완전히 객관적인 의미에서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고, 사전적 정의보다는 해당 개념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얻는 것이 개념을 이해하는 올바른 방법이다.
문화이론가이자 사회변화조사연구소장, 《프레드릭 제임슨》 《들뢰즈주의》 《옥스퍼드 문학용어 사전》 《옥스퍼드 철학 사전》 등의 저술가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도 어떤 하나의 분야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연구해온 이안 뷰캐넌의 이력 때문일까? 어떤 개념에 대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각 개념의 배경과 이론 체계를 폭넓게 살펴보며 그 의미를 풀어가는 이안 뷰캐넌의 인문학 개념 요리법은 그야말로 맛깔스럽다. 사전 고유의 객관성과 주관성을 놓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어가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나아가, 700여 개가 넘는 다양한 개념 항목들, 연관 항목으로 제공하는 읽을거리, 그리고 질 들뢰즈,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장 폴 사르트르 등 각 분야별 주요 인물에 관한 분석적 전기를 제공하는 것은 이 사전만의 고유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저자는 《교양인을 인문학 사전》에서 현재 통용되고 있는 인문학 개념들이 사용되는 배경과 이론 체계를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인문학 개념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령 예를 들면, ‘구조주의’ 항목에서 이 책의 특징을 잘 살펴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의 개념이 지나온 과정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교양인으로서 꼭 지져야 할 자세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교양다운 교양,
인문학다운 인문학을 위한 살아 있는 지식의 향연
우리는 보통 “교양이 있다”라는 말을 쓴다. 여기에서 교양은 ‘있거나 없거나’ 하는 식으로, 즉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인식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현대인에게 교양인으로서의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양’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대로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의미와 같다.
‘교양’이라는 말에는 파이데이아(paideia), 문화(culture), 빌둥(Bildung), 수양(修養) 등의 개념이 어원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스철학에서 유래한 파이데이아의 이상에는 인간성을 도야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독일어 용어인 빌둥의 사전적 의미에는 도야, 즉 무언가를 계속 갈고 닦아나가는, 자기를 완성시켜나간다는 의미도 있다. ‘밭을 경작한다’는 의미의 문화나 ‘몸과 마음을 갈고닦아 품성이나 지식, 도덕 따위를 높은 경지로 끌어올림’이라는 의미의 수양에서도 알 수 있듯, 교양이라는 말에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무언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 무언가 미완성되어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결여와 미완성을 채워 나가는 것, 나아가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계시민들을 키워내고 그러한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에 기여하는 것이 교양이다.
한편 우리는 인문학(人文學), 즉 현실 속에 몸담고 살아가는 인격적 존재인 우리 자신이 주체인 동시에 우리 자신을 대상으로 삼아 지적 추구를 하는 활동에서도 ‘교양’의 참된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인문학은 개인적 편견이나 내가 속한 계층의 당파적 이익을 초월하여 객관성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이때의 객관성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마음과 정신을 바로잡아 타인과 더불어 도덕적 자기완성을 향해 걸어가는 세계시민으로서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활동을 지향할 때 유지되고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에 담긴 개념들을 읽어나갈 때, 우리는 무언가를 계속 채우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바라보고, 물음을 던지고, 행동하고 실천하면서 자유와 평화를 만들어가는 세계시민, 공동체를 키워내고 세워가는 것이 진정한 교양, 진정한 인문학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루하루가 멀다하고 급속도로 변화해가는 시대다. 이렇게 복잡다단하고 급격한 변화를 빠르게 보이는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정보를 선택하고 정리해서 보여주는 작업이다. 문학과 역사, 철학, 언어, 비평이론, 문화 연구, 인류학 등 인문학 관련 학문을 공부하는 학생들, 그리고 어떤 개념의 정의와 배경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전이 바로 《교양인을 위한 인문학 사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