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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꼭 읽어봐야하는 책...
불륜 이야기인데, 이렇게 고급스럽기는 또 처음이다. 같은 러시아작가인데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이렇게나 다르다니. 톨스토이 쪽이 훨씬 더 친절한 느낌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도스토옙스키 스타일이 더 익숙하긴 하지만. 3편까지 있는데 이제 1권 마침. 안나가 불륜남 브론스키에게 임신한 사실을 알리고, 20살 연상인 남편에게도 크게 한 방을 날린 상태. 브론스키에게 상처받은 키티는 1권 마지막쯤에 마음을 추스리고 자신의 본 모습을 찾기로 다짐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레빈. 진정한 사랑을 통한 결혼을 할 것을 굳게 믿는 보수주의자 겸 로맨티스트. 키티에게 느끼는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이 아주 절절하다. 흥미진진 2편 고고! _______ 기차가 페테르부르크 역에 정차하여 그녀가 객차 밖으로 나온 순간, 가장 먼저 그녀의 주의를 끈 얼굴은 남편의 얼굴이었다. ‘아, 어쩜! 저이의 귀는 어째서 저렇게 생긴 걸까?’ 그녀는 차갑고 당당한 그의 모습, 특히 지금 자신에게 충격을 준 귀의 연골 — 둥근 모자의 가장자리를 떠받친 — 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를 발견한 그는 버릇대로 입술을 다문 채 조롱하는 듯한 미소를 짓고 지친 듯한 커다란 눈으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를 맞으러 다가왔다. 그의 완강하고 피로한 시선과 부딪힌 순간, 어떤 불쾌한 감정이 그녀의 심장을 조이는 듯했다. 마치 그녀가 그의 다른 모습을 기대하기라도 한 듯……. 특히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그를 만난 순간 스스로에게 느낀 불만이었다. 그러한 감정은 오래전부터 익숙하게 느껴 온 감정으로 위선과도 비슷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 감정을 남편과의 관계에서 종종 경험하곤 했다. 그녀는 예전엔 이러한 감정을 알아채지 못했으나, 지금은 분명하고 고통스럽게 의식하고 있었다. ______________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안나 카레니나 2권. 아들에게 어머니가 죽었다고 말하고 떼어놓으려는 남편 주변의 여자, 그 사이를 뚫고 들어와 눈물의 모자상봉을 하는 안나와 세료자. 사교계에서 불경한 여자로 취급받아서 배척당하는 안나와 그녀의 울분을 온몸으로 받으며 점점 정떨어져가는 브론스키. 드디어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하는 레빈과 키티. 분필로 암호처럼 적어 속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은 정말 달달함의 압권이었다. 요즘 트렌디드라마 속에 넣어도 될만큼 신박하고 귀여운 장면. 결혼식 당일 허둥지둥 실수연발하는 귀여운 진지남 레빈 모습도 정말 웃겼고, 본인이 키티의 사랑을 받을만한 남자인가 확신하지 못해서 불안해하는 레빈을 꽉 잡아 안정적으로 붙들어주는 강단있는 키티 모습도 너무 좋았다. 그렇게 좋아서 결혼해서도 자유를 구속받는 노예가 된 기분이라고 꽉 소리치는 레빈을 보니 참 한숨나오기도 하고. 그런 어리광쟁이 남편의 반항에도 꿋꿋하게 길을 따라 나서서 죽어가는 레빈의 형을 마지막까지 성심껏 돌보는 키티는 정말 천사 그 자체였다. 이제 점점 마지막을 향해 치달아가는 와중. 톨스토이라는 사람, 정말 사람 마음 가지고 쥐락펴락하는 밀당의 고수 같다는 감탄을 연발하면서, 3권 고고~ __________ 아들과 떨어져 있는 동안, 그녀는 사랑이 가슴속에 차오를 때마다 — 그녀는 최근에 줄곧 이런 감정을 느꼈다 — 그를 자신이 가장 사랑한 네 살배기 사내아이의 모습으로 상상했다. 지금 아들은 그녀가 두고 갈 때의 모습이 아니었다. 네 살 때보다 훨씬 더 자란 모습이었다. 아이는 키가 더 컸고 살이 약간 빠졌다. 어쩜 이럴 수가! 아이의 얼굴이 이렇게 핼쑥해지다니! 머리카락도 이렇게 짧아지고! 손은 어쩌면 이렇게 길까! 그녀가 떼어 놓고 떠난 뒤로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 달라져 버렸다! 그러나 그 아이는 역시 세료쟈였다. 머리 모양, 입술, 부드러운 목덜미, 넓은 어깨. “세료쟈!” 그녀는 아이의 귀에 입을 대고 다시 한 번 불렀다. 그는 다시 팔꿈치를 집고 일어나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머리를 양옆으로 돌리며 눈을 떴다. 그는 자기 앞에 꼼짝 않고 서 있는 어머니를 몇 초 동안 조용히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갑자기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졸음에 겨운 눈을 감고 쓰러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뒤로 눕지 않고 그녀 쪽으로, 그녀의 팔 쪽으로 쓰러졌다. “세료쟈! 나의 귀여운 아기!” 그녀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그의 포동포동한 몸을 두 팔로 끌어안았다. “엄마!” 그는 자신의 온몸을 그녀의 팔에 닿게 하려고 그녀의 팔 아래로 파고들었다. 그는 졸음에 겨운 미소를 지으며 계속 눈을 감은 채 포동포동하고 자그마한 손을 침대 등받이에서 그녀의 어깨로 옮기고, 아이들만이 가진 그 달콤하고 몽롱한 향기와 온기로 그녀를 감싸며 그녀에게 달라붙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목과 어깨에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난 알고 있었어.” 그가 눈을 뜨며 말했다. “오늘은 내 생일이잖아. 난 엄마가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지금 일어날게.”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잠에 빠져들었다. ____________ 처음 읽다가 여성비하 표현들이 너무 적나라하다는 이유로 중단했던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천천히 읽어보고 감동해서 주변에 침이 마르게 격찬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안나 카레니나>도 조르바처럼 단편적으로 ’불륜이야기‘로만 치부했으면 크게 후회했을 작품이었다. <안나 카레니나>는 참된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 끊임없이 구군분투하며 자신을 닦아세우는 삶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레빈은 신과 영혼 따위는 없다는 철저한 이성에 기반한 무신론에서 출발하여 선한 삶을 살고있는 이웃을 보며 배움을 통해서 아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공기처럼 향유하고 있었기에 무심히 행동하며 넘겼던 가르침들. 그는 마침내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마음으로 외치며 믿음의 세계를 깨닫는다. 그러나 여기서 고민은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독교 말고 다른 종교들은? 그 사람들은 지고한 선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걸까? 실로 끝이 없다. 고민은 하지만 고민을 본인의 출세나 영달을 위해 사용할 배짱이나 기민함은 없다. 또 감정적으로 실수를 연발할 때도 있다. 세속적인 욕망에 흔들려 낭비도 하고 아름다운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알고 어떻게 행동해야 부끄럽지 않은지를 아는 사람이기에 그는 자신의 삶을 지켜낼 수 있다. 주인공 안나가 자신의 죽음이 연인에게 몰고갈 후회와 자책감을 복수로 생각하며 자살을 결심하는 장면, 너무 안타까웠다. 연인과의 사랑만을 중심으로 둔 삶, 위험하다. 어떤 것에도 전부를 다 걸어 집중하는 것 보다는 관심사를 다각화 하는 것이 행복한 삶으로 가는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둘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들 중에서 여성들에 대한 교육과 삶의 개선을 위한 태도의 차이도 있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인물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 속으로 떠밀려 가고 끊임없이 판단과 행동을 요구받는다. 안나, 브론스키, 카레닌, 레빈, 키티, 스티바, 돌리, 나아가 그림자처럼 존재감이 희미한 하인들까지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무엇을 할까요?’라며 스스로에게, 혹은 타인에게 끊임없이 선택에 대해 묻는다. 각 개인은 매 순간 윤리적 상황에 몰리고, 그들이 내린 판단은 다음 장면을 낳는 씨앗이 된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이 아무리 안간힘을 다해 선택해도, 그들이 뿌린 선택의 씨앗은 그들의 짐작대로,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들은 늘 불쑥불쑥 자신의 삶에 개입하는 거대한 힘과 우연과 비이성을 체험하고, 그것은 그들이 생각지 못한 길로 그들을 이끌기도 한다.” 마지막에 달린 역자의 글에 크게 동감한다. 이런 작품을 쓰다니. 톨스토이의 생애가 너무 궁금해진다. 정말 멋진 작품이었다. 감탄........ __________ 난 여전히 마부 이반에게 화를 내겠지. 여전히 논쟁을 벌이고, 여전히 내 생각을 부적절하게 표현할 거야. 나의 지성소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는, 심지어 아내와의 사이에도 여전히 벽이 존재할 거야. 난 여전히 나의 두려움 때문에 아내를 비난하고 그것을 후회하겠지. 나의 이성으로는 내가 왜 기도를 하는지 깨닫지 못할 테고, 그러면서도 난 여전히 기도를 할 거야. 하지만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그 모든 일에 상관없이, 이제 나의 삶은, 나의 모든 삶은, 삶의 매 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의 명백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나에게는 그것을 삶의 매 순간 속에 불어넣을 힘이 있어!’ 안나 카레니나 3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연진희 저 #안나카레니나3 #레프니콜라예비치톨스토이 #톨스토이 #민음사 #안나카레니나_톨스토이 #러시아고전문학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대작 이라고 밖에 죽기전에.꼭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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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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