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실리콘 칼라 노동자의 시대!
21세기는 기술 천국의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 음울한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가. 이 책은 토플러 식의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대한 반박이다. 첨단 기술에 이은 정보화 사회와 경영 혁신 등을 통한 해고, 대량 실업은 블루 칼라, 화이트 칼라를 가릴 것 없는 전세계적 노동의 종말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실리콘 칼라 노동자의 시대는 벌써 시작되고 있다. 21세기는 과연 희망의 세기인가, 파멸의 세기인가?
국내에서 『엔트로피Entropy』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제레미 리프킨의 가장 최근 저서 The End of Work이 『노동의 종말』이라는 제목으로 완역되었다.
도전적이면서도 다소 암울하지만, 결국은 매우 유익한 이 책에서 리프킨은 현재 인간의 노동이 서서히, 그리고 필연적으로 감소해 가는 역사적 전환기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930년대의 대공황 이후 전세계적 실업은 현재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전세계의 8억 명 이상이 실업자이거나 잠재적 실업자이다. 이렇게 인간의 노동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첨단 기술과 정보화 사회, 경영 혁신 등이다. 리프킨에 의하면 한 번 사라진 일자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몇몇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지만 대부분 임금이 낮고 임시직인 것이다.
이로 인해 세계는 두 개의 화해할 수 없는 세력으로 빠르게 양극화하고 있다. 한쪽은 첨단 기술 세계 경제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보 엘리트 집단이며 다른 한편은 점점 자동화되어 가는 세계에서 완전히 불필요하며 아무런 희망도 없는 거대한 영구 실업자 집단이다. 이 화해할 수 없는 두 개의 집단이 지구촌에 공존함으로써 인류는 기술 천국의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결함 사회)로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리프킨의 전세계 경제 질서에 대한 진단이다.
이 책은 전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기술의 두 측면에서는 기술이 고용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 현행 기술 혁명을 검토하고 있다.
2부 제3차 산업혁명에서는 기술과 고용의 논쟁에 대한 배경을 제공하기 위해 초기 자동화 혁신들이 미국의 흑인 노동자들의 생활과 노동조합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흑인들의 경험은 향후 수많은 서비스와 화이트 칼라 노동자, 중간 관리층, 전문직 피고용자의 미래상에 대한 전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부 전세계 노동력의 감소에서 리프킨은 농업, 제조업, 서비스 부문에서 거대한 기술 및 조직의 변화가 노동자의 숫자를 얼마나 급격하게 감소시키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서술한다.
4부 진보의 대가에서는 제3차 산업혁명이 전세계 노동력에 어떤 파급 효과를 주고 있는지 자세하게 살펴보면서, 신기술 혁명이 산업화된 국가와 개발도상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평가하고 있다. 특히 기술 실업의 증대와 범죄 및 폭력의 증대 간의 불편한 상관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빈곤과 절망에 빠져 무법적 하위 문화를 형성한 집단과 시민들에게 질서와 안전을 제공하려는 정부 간의 갈등의 모습과 대처 방안 등이 서술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5부 후기 시장 시대의 여명에서는 대대적인 기술 대체의 효과를 중화시키는 노력의 일환인 생산성 향상에의 대처와 하이테크 기술 혁명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실제적인 단계들을 검토하고 있다. 리프킨은 인간의 가치와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하면 새롭게 할 것인가, 탈시장 패러다임의 정식화와 함께 시장 지향적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제3부문 시각으로의 이행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논의하면서 책을 끝맺고 있다.
이 마지막 5부가 비관적 전망에 대해 리프킨이 제시하는 대안이다. 시장 경제가 내포하고 있는 기술 발전의 위협을 넘어서 후기 시장 시대Post-Market Era를 열어가는 새로운 대안과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기술 발전의 이익을 그 피해자들과 공정하게 배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부상하고 있는 제3부문the Third Sector의 강화이다. 즉 공동체 유지와 재건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발적 조직과 노동을 장려하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자원 봉사에 대한 그림자 임금』이나 『공동체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임금』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제3부문의 강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 계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일반 기업체, 더 나아가 노동하는 인간 모두의 새로운 역할이 요구된다.
리프킨에 따르면 생산성에만 기초하지 않은 이 사회적 경제는 친밀감과 형제애적 연대, 봉사 정신과 같은 인간 정신을 재발견하게 하고, 새로운 사회로의 대전환을 시작하게 할 것이라고 한다.
맹목적인 경쟁과 생산성 향상에만 매달려 있는 우리 사회가 기술 발전이 초래하는 실업의 증가와 이에 따른 문제들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비하고 있는지 되짚어 볼 좋은 기회를 이 책은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