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소설로 동시에
타이완의 문단과 음악계를 뒤흔든 젊은 천재의 데뷔작!
“『밤의 신이 내려온다』는 작가의 데뷔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하다.
이로부터 타이완 문단은 우수한 소설가 한 사람을 새로 얻게 되었다”
_ 금전장 본선 심사위원 마스팡(馬世芳)
타이완 양대 문학상인 금전상(金典賞) 수상작!
타이완 문단을 뒤흔든 젊은 천재의 데뷔 소설 『밤의 신이 내려온다』가 민음사에서 올해 6월10일에 출간될 예정이다. 이 작품의 원제는 ‘야관순장(夜官巡場)’으로, 밤의 신이자 낮은 자들을 위한 신인 야관(夜官)이 길 잃은 영혼들과 귀신들의 행렬을 데리고 행차에 나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 장자샹은 ‘좡커런’이라는 타이완 록밴드의 보컬이자 리더이기도 하며, 올해 타이완을 주빈국으로 하여 열리는 2025 서울 국제도서전에 밴드 멤버들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역사의 뒤안길에 버려진 사람들이 온다
들판의 신, 밤의 신이 되어서 온다
타이완 시골 자이현 민슝 지역. 이곳에서 태어난 소년은 늘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갑갑한 집을 떠나고, 망고 나무 그늘이 드리운 고향을 멀리 떠나고만 싶어서. 그의 친구인 소녀 저우메이후이는 귀신과 신을 보는 영안(靈眼)을 지닌 ‘야관불조’의 화신이다. 소녀는 제 아버지가 목매달아 죽은 천장의 선풍기 소리를 듣고, 소년은 마을 곳곳에서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로 이 세상 존재가 아닌 것들과 마주친다.
낮에는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정신(正神)이 다스리지만, 밤이 되면 들판의 신, 밤의 신인 야신(夜神)이 억울한 사연을 안고 죽은 초라한 귀신들을 데리고 행차하는 이곳. 이제 피와 눈물로 얼룩진 역사의 이면이 괴력난신(怪力亂神)의 힘으로 되살아난다.
『밤의 신이 내려온다』는 타이완 남부 지역의 작은 산촌에서 나고 자란 작가인 ‘나’가 고향과 가정의 갑갑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다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땅으로 가게 된 ‘떠남’의 기억과 고향에 대한 이방인이 되어 고향을 그리워하며 정신적인 귀환을 실현하는 ‘돌아옴’의 기억, 그리고 과정을 자전적 형태로 서술한 소설이다.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유년의 기억과 심리, 과정이 타이완 고유의 불가와 도가, 토착 민간 신앙이 결합된 신화 혹은 귀신 이야기에 투영되어 전개되며, 허구적 요소가 비교적 적은데도 마치 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처럼 특수한 형태의 판타지를 구성한다.
기본적으로는 스스로 고도로 소외 내지 타자화한 작가 개인의 삶의 기록이라는 사실선과 작가의 삶을 둘러싼 무수한 귀신들의 이야기와 이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탐구와 서술이라는 판타지선이 날줄과 씨줄로 텍스트 전체를 구성하면서 독특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다.
유년의 기억을 지방의 야사와 민간 신앙, 역사적 사실과 정치적 사건 등과 결합시켜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수사와 판타지적 서사로 재현하고 있다. 땅 냄새 가득한 소박한 수사가 상당한 문학성을 담보하고 있다. 판타지와 리얼리티라는 양극의 속성을 동시에 극대화시킨 타이완 시골 들판의 기담이라고 할 수 있다.
추천의 글
요조(뮤지션, 작가)
좋은 독서를 하고 나면 꼭 몸이 덥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창문을 열어 얼굴을 식혔다. 먼 여행에서 막 돌아온 사람처럼 내 동네의 밤냄새를 꼼꼼히 맡으며 방금까지 머물렀던 대만 자이시의 작은 마을 훠샤오좡을 생각한다.
훠샤오좡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회고적이면서도 전위적인 이야기는 환상과 리얼리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 형식적 낯섦 속에서—더군다나 대만의 지명이나 역사에 무지한 외국인인 나는—마음껏 기쁘게 어지러울 수 있었다.
훠샤오좡에서 태어나고 자란 화자 ‘나’의 삶에는 가족으로부터, 고향으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는 지속적인 도망의 욕구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 끝에서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만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한 개인적 비감은 훠샤오좡의 곳곳을 떠도는 ‘야신’, ‘고혼’, ‘야관’ 같은 귀신이나 ‘선녀’, ‘나한’처럼 어딘가 정상의 경계 밖에 선 인물들을 통해 타인에 대한 비감으로 확장되고, 2·28 사건 같은 대만의 비극적 역사와 겹쳐지며 더 거대한 슬픔의 서사로 이어진다. 심지어 들개나 벌레들, 자전거와 절벽, 용안나무와 허수아비 같은 사소하기 그지 없는 것들에게까지 슬픔은 샅샅이 닿아 있다.
나는 산 자와 죽은 자, 생물과 무생물을 아우르는 이 슬픈 공평함에서 동시에 묘한 활기를 느꼈다. 어쩌면 이 역동적인 에너지는 독서 내내 함께했던, 음악가이기도 한 장자샹의 동명의 앨범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었기에 그저 타이완의 전통 악기와 록 사운드가 어우러지며 전달되는 느낌과 장자샹의 목소리에 깃든 정서에 의지해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아마도 나는 이 책과 음악을 분명 내멋대로 오해하고 있을 터이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들의 환상성에 아주 충실하게 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귀신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무섭다. 하지만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겐 귀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더 무섭다. 어디서든 조심스레 귀신 이야기가 시작되면, 나는 오싹하면서도 이상한 안도를 느낀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내 동생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귀신이 되어 이 세상을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서 귀신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함께 망고 나무 터널을 통과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런 생각을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의 원제는 ‘야관순장’이다.
밤의 신이자, 낮은 자들을 위한 신인 야관이 어둠 속을 순찰하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창문에 기댄 채로 봄밤의 미풍에 몸을 식히며 어둠이 내려앉은 나의 동네를 순찰하듯 둘러본다. 고양이 한 마리가 느긋하게 어디론가 향하고 있고, 멀리서 누군가 재채기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분명 보이지 않는 것들이 저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