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롤터 반테러 작전은 국제평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국제적 음모를 덮기 위한 인류의 또 다른 비극이었을까”
독보적이고 사실감 넘치는 첩보 스릴러의 전설적 거장 존 르 카레의 위대한 걸작
첩보 스릴러계 거장 존 르 카레가 손꼽는 작가의 대표적 수작
가장 영국적인 작품이자, 가장 자전적 요소를 많이 반영한 작품
BBC필름에서 아카데미상 수상작가 윌리엄 모나한 각색으로 전격 영화화 결정
런던 중심가를 뒤흔든 국방성 스캔들과 이와 얽힌 거대 음모……
거짓과 기만의 세상에서 정의를 찾으려는 두 비밀 요원의 치명적이고 은밀한 여정!
시대와 인간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지닌 첩보 스릴러의 거장, 존 르 카레의 최신 걸작!
실제 영국 외무성에서의 첩보 경험을 토대로 지난 60여 년간 지구상에서 일어났던 아픈 역사를 뛰어난 작가적 통찰력과 문학성으로 표현해온 거장 존 르 카레. 1963년 20세기 냉전 시대를 다룬 첩보 소설이자 영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고발한 작품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로 국제적 명성을 쌓아 올린 존 르 카레는 이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스마일리의 사람들》 등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화제의 작가이기도 하다. ‘시대와 함께 진보하는 거장의 탁월한 의식’을 보여주었던 세계적 지성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는, 전작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통해 가장 대표적인 시리즈이자 작가가 가장 사랑한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와의 이별을 앞당기며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많이 변했고 이제 조지 스마일리의 시선이 아닌 다른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 때라고 말한 바 있다.
존 르 카레의 최신작인 이 책 《민감한 진실(A Delicate Truth)》은 바로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반영한 작품이다. 집단의 대의를 위해 개인을 소모품처럼 희생시키는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혐오감을 숨기지 못하나, 그럼에도 ‘구소련’이라는 굳건한 존재로 인해 불가피한 개인의 희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냉전 시대의 첩보 스릴러를 정의한다면, 《민감한 진실》에서 구소련이라는 공공연한 적은 탐욕스러운 정치 조직으로 탈바꿈한다. 이제 거대 제약사, 부도덕한 은행, 음흉한 목적을 지닌 다국적 기업, 그리고 이들에 휘둘리는 심약한 정치인 등도 우리에게 익숙한 적이자 존 르 카레의 진정한 화두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감한 진실》은 “우리 일, 그러니까 우리와 당신의 일은 개인보다 전체가 중요하다는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라는 조지 스마일리의 이론에 대한 항변처럼 읽히기도 한다.
반테러 작전, 불법 행위, 양심과 의무 사이의 갈등, 그리고 자살……
냉전과 제국주의가 끝난 세상에서 정체성을 찾으려는 수많은 시도와 갈등
오늘날에 맞춰 과감한 변화를 꾀한 거장 존 르 카레가 직접 손꼽는 대표적 수작
이 책 《민감한 진실》은 2008년 영국령 지브롤터 바위섬에서 펼쳐진 암호명 야생동물작전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지브롤터에 있는 호텔 방에서 정보 요원 폴 앤더슨은 초조하게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다. 영국 식민지인 그곳에서 폴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은 테러리스트 생포 목적의 야생동물작전에서 국방부 차관 퍼거스 퀸의 눈과 귀가 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작전에 투입된 주요 인력은 영국 특수부대 요원과 미국 CIA의 비밀 조직으로 일컬어지는 ‘윤리적 결과’라는 미국 다국적 기업 조직이다. 폴은 퍼거스 퀸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작전 지휘관 젭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어느 순간 작전이 성공리에 끝났으며 모두 기쁨에 들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채 영국으로 귀환한다. 직접적으로 목격한 실제적 행위는 아무것도 없었다. 테러리스트와의 전쟁 또한 기업화된 것이다. 이후 폴 앤더슨, 즉 크리스토퍼 키트 프로빈은 카리브 해 발령을 받고, 그곳에서 야생동물작전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과 함께 기사 작위를 수여받는다.
한편 새로이 외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퍼거스 퀸 의원의 개인비서 토비 벨은 30대 청년이자, 제국주의와 냉전이 끝난 세상에서 조국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욕망을 지닌 이상주의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의원이 뭔가 중요한 것을 숨기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 실체가 무엇인지 젊은 혈기로 집요하게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야생동물작전이라는 비밀리의 작전이 있었으며, 의원이 어떤 식으로든 그 음모에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 영국 북부 콘월에서 한가로이 은퇴 생활을 즐기던 크리스토퍼 프로빈 경은 야생동물작전을 함께했던 영국 특수부대 요원 젭과 조우한다. 크리스토퍼 경은 여전히 자신이 국가를 위해 뭔가 대단한 일을 했다며 은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과연 크리스토퍼 경의 믿음대로, 그리고 외무성의 말대로 야생동물작전은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대성공적인 작전이었을까?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사건을 덮기 위한 인류의 또 다른 비극이었을까? 당시 퍼거스 퀸 의원의 개인비서로 있던 토비 벨은 크리스토퍼 경의 초대를 받아 그의 딸 에밀리와 함께 당시 사건의 진실을 밝힐 일련의 증거를 모으기 시작한다. 하지만 직업적 특성상 토비 벨은 양심과 외무성 직원으로서의 의무 사이에서 또 다른 갈등을 할 수밖에 없는데……. 어쩌면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안 하고 비밀을 그대로 묻어두는 것일 수도 있다!
“냉전은 종식되었지만 비극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과거의 명예에 사로잡히지 않고 시대와 함께 진보하는 거장 르 카레의 역작
아카데미 상 수상작가 윌리엄 모나한 각색으로 BBC 필름 영화화 예정
수많은 인물들과 복잡한 플롯, 그리고 민감한 시대의 현안이 뒤섞인 존 르 카레의 작품은 결코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존 르 카레라는 작가에게 열광하는 것은 휴머니티가 빛나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지닌 인물들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구조, 그리고 올곧은 윤리적 견지를 덧입혀 묵직한 주제와 이야기적 재미를 완벽하게 결합한 작품을 쓰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현대의 젊은 작가들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거장 존 르 카레의 가장 큰 힘은 작품 속에서 정보 전쟁, 테러, 민권, 보수와 진보, 사회주의, 유럽의 현대사 등 문제적 사안을 거침없니 풀어놓으면서도, 하나의 이념을 무조건적으로 설파하기보다 디테일이 살이 있는 인물들을 통해 읽는 이가 스스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깨달아가게 한다는 점이다. 이 책 《민감한 진실》에서는 특히 냉전과 제국주의의 종식 이후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근시안적이고 위선적인 자본주의적 탐욕이 바로 그 화두라 말할 수 있다. 81세의 나이임에도 작가의 전설적 명성을 결코 희석시키지 않고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고 설득력 있게 변화한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선보인 《민감한 진실》은 내부고발자를 내세워 무엇이 더 가치 있는 일인가에 대한 양면적 화두를 던지는, 이 시대의 거장만이 집필할 수 있는 진정한 걸작이라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