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28개의 칫솔을 전하고
아이들의 미소를 선물 받았다!
“너의 활동은 나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어.
지금 네가 하는 일은 아이들을 위해 옳은 일이잖아.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어.
이렇게 파동이 일어서 지금도 물결이 퍼지잖아.”
나눔과 기부, 공정함, 배려, 따뜻함.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가치를 되살리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타인을 향한 온기를 품은 사람들의 바람은 여행에도 불어 ‘나의 즐거움’을 넘어서 ‘타인의 행복’을 고민하며 떠나는 이가 늘어나는 중이다. 『하얗게 웃어줘 라오스』의 저자는 타인의 행복을 고민하던 끝에, 빈곤 지역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해 칫솔을 선물하고 있다. 착한 미소와 느긋함이 있는 나라, 라오스의 아름다움과 그곳에서 깨달은 가치, 그리고 작은 실천을 이룬 777일간의 시간을 만나보자.
날마다 깨달음을 주는 나라
라오스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해외봉사활동을 꿈꾸던 저자는 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해 라오스로 떠난다.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나라 라오스는 유럽인들에게는 최고의 휴양지로 알려졌으며 동시에 착한 미소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느긋한 공기로 둘러싸인 나라이다. 해외봉사활동에 대한 막연한 꿈으로 시작된 라오스 생활. 잔뜩 부푼 마음으로 무언가 가르치러 왔다고 생각했던 저자에게, 라오스는 오히려 날마다 깨달음을 주는 나라였다.
어쩌면 내심 라오스보다 선진국가에서 왔다는 거만한 마음을 품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도 모르게 은근히 라오스를 무시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라오스는 경제적으로는 발달하지 못했지만,
이곳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깊은 사유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내일부터는 이 나라, 라오스에서 반냐(지혜)를 배우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만나야겠다.
- “나는 반냐를 가르쳐” 중에서
2년간 방비엥중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일하면서 현지인들과 웃고 우는 생활을 통해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다. 라오스 방비엥에서 펼쳐지는 소소한 일상과 유쾌한 사건들, 그리고 애정이 투영된 아름다운 사진을 통해 『하얗게 웃어줘 라오스』의 독자 역시, 라오스라는 나라와 라오스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물들게 된다.
소수민족을 만나고
시작된 고민
라오스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저자는 작은 계기를 통해 라오족과는 조금 다른 외모를 가진 소수민족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그 후, 소수민족들의 문화와 삶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라오스 북부지방으로 여행을 떠난다. 학교 대신 숲으로 나가 사냥을 하는 소년들, 아편을 기르는 민족, 수도가 없어 냇가에서 물을 길어오는 자매, 쓰러질 듯한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아이들. 산속에 숨겨진 소수민족 마을을 돌아다니며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소수민족의 삶을 목격하며 한층 성장한다.
또한, 소수민족 마을에 사는 아이들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도심에 살면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교육과 위생으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된 아이들의 삶. 그때부터 저자는 빈곤 지역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방법이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하얀 미소를
지키는 방법
라오스에서 봉사활동이 끝나갈 무렵, 저자는 고민 끝에 봉사활동기간을 연장하고 칫솔과 치약을 선물하고 치위생 교육을 실시하는 ‘치카치카 프로젝트’를 홀로 시작한다. 전기와 수도를 연결해 주거나 거창한 의료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작은 실천만으로도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오직 착한 열정 하나만으로 시작된 ‘치카치카 프로젝트’는 작은 연못에 돌 하나가 파문을 일으키듯, 큰 변화를 꿈꾸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착하고 느긋한 나라에서 펼쳐지는 777일간의 시간의 이야기와 작은 실천을 담은 책『하얗게 웃어줘 라오스』는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며, 세상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독자에게 작은 실천이 가져오는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연못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움직이잖아?
조금씩 조금씩.
그 정도의 영향만 끼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
- 에필로그 "조금은 착하고 많이 무모했던 나의 여행을 마치며” 중에서
<책 속으로>
완주를 목표로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다른 사람들을 경쟁의 대상이 아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보게 됐다.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됨으로써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치위생 교육을 실시하는 ‘치카치카 프로젝트’도 만들 수 있었다.
- 「라오스 사람들은 경주가 아닌 완주를 위해 살아간다」
라오스에는 총 68개 종족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다양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나라들의 역사가 대부분 그렇듯, 라오스 역시 55%의 라오족이 나머지 45%의 소수민족을 지배해왔다. 몽족과 카무족이 라오족과 같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면서 라오어를 배우고 사용할 수 있게 된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앞에 나서서 활발한 태도로 수업을 받던 애들은 모두 라오족이었을까? 내 수업에서 소수민족 아이들이 은근히 소외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 「너희, 라오스 사람 맞아?」
깜빤을 보니 숲에서 사냥을 하는 이들도 생명체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너 미안해서 새를 못 잡는 거구나?”
“그렇지 않아요. 미안한 마음은 없지만 고마운 마음은 있어요.”
소수민족에게 숲은 다른 생명을 빼앗아 인간의 배를 채우는 시장이 아닌, 인간이 다른 생명에게 빚을 지는 곳이었다.
- 「미안하진 않아요, 고마운 거죠」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몽족 사람들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이들의 얼굴에서 불행이나 결핍은 보이지 않는다. 전기가 없는 오늘의 밤은 별일 없이 평화로운 일상일 텐데, 이방인에 불과한 내가 이 모습을 ‘가난함’으로 바라봐도 되는 걸까. 이 사람들의 가난이나 행복의 기준을 내가 감히 판단할 수 있는 걸까.
- 「이 모습을 가난하다고 할 수 있을까?」
콜라와 사탕을 꺼내 최대한 게걸스럽게 콜라를 마시고 사탕을 빠는 연기를 했다. 그리고 칫솔과 치약은 안 쓰고 잠에 드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기지개를 켜면서 아침에 일어나는 동작을 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미리 조각 내 가져온 김을 꺼내 앞니에 붙인 후 해맑게 웃었다. 나름 이가 썩는 과정을 표현한 것인데 반응은 대성공이었다. 심지어 의심스럽게 나를 쳐다보던 어른들도 배꼽 잡고 웃었다. 모든 설명과 연기를 마친 나는 약속대로 아이들에게 부모님 것 까지 포함해 3개의 칫솔과 1개의 치약을 나누어주었다.
- 「대망의 치카치카 프로젝트 시작」
“잘 들어봐. 너의 활동은 나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어. 치카치카 프로젝트는 아이들을 위해 옳은 일이잖아.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어. 이렇게 파동이 일어서 지금도 물결이 퍼지잖아. 다오, 묵묵히 앞으로 나가. 그리고 연못이 아니라 강과 바다를 만나도 돌멩이를 던져.”
- 「블루라군의 파동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