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판다.
영업사원만 파는 것이 아니다. 면접장에서 자신을 팔고, 회의실에서 아이디어를 팔고, 식탁에서 의견을 판다.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판매자가 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분명 좋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 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별것 아닌 것을 가지고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상품이 문제가 아니라 '입'이 문제라고. 더 정확히는,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문제라고.
스탠퍼드 대학의 실험이 인용된다. 스피치 후 10분이 지났을 때, 통계를 기억한 청중은 5%였다. 스토리를 기억한 청중은 63%였다. 열두 배가 넘는 차이다. 우리가 그토록 공들여 준비한 수치와 스펙은, 고객이 문을 나서는 순간 증발해버린다.
기억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냉정하지만 사실이다.
이 책의 구조는 명쾌하다.
'4단계 욕망 점화 시나리오'라는 뼈대가 있다. 고객을 주인공으로 만들고, 위기를 고조시키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결과를 증명한다. 영화의 3막 구조와 닮았다. 실제로 저자는 <스타워즈>를 예로 든다. 고객이 루크 스카이워커라면, 판매자는 요다다. 주인공은 절대 내가 아니다.
이 공식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각 단계마다 구체적인 기법이 따라붙는다. '3W 리얼리티 앵커', '고통 증폭 3단계', '원샷 솔루션', 'Before-After-Bridge'. 이름은 자극적이지만 내용은 실용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심리학과 뇌과학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의 연구가 인용된다. 구매 결정의 95%는 무의식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사람은 감정으로 사고, 논리로 합리화한다.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마음을 움직이고, 그다음에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거꾸로 하면 실패한다.
손실 회피 이론도 등장한다. 인간의 뇌는 같은 크기의 이득과 손실에 대해 손실을 2.5배 더 크게 느낀다. 그래서 "이걸 사면 좋아집니다"보다 "이걸 안 사면 이렇게 됩니다"가 더 강력하다. 공포가 욕망보다 빠르다.
이 책의 장점은 이론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 챕터 끝에 워크시트가 있다. 빈칸만 채우면 자신만의 스토리가 완성된다. 자가 진단표가 있어서 지금 내 멘트가 '하수형'인지 '고수형'인지 점검할 수 있다. 미팅 10분 전에 훑어볼 최종 체크리스트도 있다. 파워 포즈를 취했는가, 호흡을 가다듬었는가, 첫마디를 시뮬레이션했는가.
부록에 실린 '오프닝 멘트 베스트 10'은 그 자체로 무기가 된다. "안 사셔도 됩니다"라고 말하면서 역설적으로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기술, "경쟁사가 점유율 뺏어가는 거 아십니까?"라며 공포를 건드리는 기술. 각각의 멘트에 심리학적 원리가 설명되어 있어서, 왜 이 말이 작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세일즈 책은 많다.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라, 경청하라, 진정성을 가져라. 맞는 말이다. 그러나 막상 고객 앞에 서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 원론은 알겠는데 실행이 안 된다.
이 책은 다르다. 당장 내일 고객을 만났을 때 어떤 말로 시작하고, 어떤 순서로 이야기하고, 어떤 말로 끝낼지 알려준다. 문장 단위로 알려준다. 그래서 실행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이 책은 '조작'을 가르치지 않는다.
저자 스스로 말한다. 이것은 고객을 속이는 기술이 아니라, 좋은 상품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는 '번역' 기술이라고.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핵심은 고객의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해결책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본질은 공감이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하다.
당신의 상품은 이미 충분히 좋다. 문제는 그 가치가 고객의 뇌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토리는 그 가치를 실어 나르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효과적인 운송 수단이다.
입을 바꾸면 결과가 바뀐다.
단순하지만, 대부분의 진실이 그렇듯,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그 실천을 돕는다. 읽고, 따라 하고, 연습하면 된다. 복잡하지 않다.
고객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던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좋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가치를 전하지 못해 답답했던 사람에게 권한다.
말이 달라지면 결과가 달라진다. 그것이 이 책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