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는 세상입니다.”
살인자와 피해자의 목숨을 바꿀 수 있다면 억울한 죽음이 사라질까
가해자의 생명을 희생해 죽은 피해자를 부활시키는 형벌 ’전환형’이 집행되는 시대. 전환기관의 특
수감찰부에 소속된 주승우 요원은 어느 날 근무 중에 자신의 마지막 범죄를 완강히 부인하는 연쇄
살인범 강병찬을 마주한다. 경찰 재직 시절부터 독보적이었던 육감의 소유자인 주승우는 강병찬의
범행에 대해 의문을 품지만 모든 증거가 명확하게 강병찬을 가리켰고, 선처를 호소하던 강병찬의
목숨은 토막 난 시체였던 한지혜 변호사와 ‘전환’된다.
가슴 한구석에 찜찜함을 간직한 채 전환형을 앞둔 범죄자들을 신문하던 주승우는 살인범에 의해 가
족을 잃은 유족들이 전환자를 지정하는 법정에서 서로를 헐뜯고 희생자를 깎아내리는 장면, 전환으
로 새로운 신체를 얻기 위해 끔찍한 범죄를 공모하는 현장, 부활 이후를 묵묵히 살아가는 한지혜의
온몸에 낙인처럼 새겨진 붉은 흉터, 전환도 불가능할 만큼 훼손된 이예림의 백골 사체 등을 목격하
며 ‘삶이 구원을 약속하지는 않는 법’이라는 걸 깨닫는데....
인간은 다른 인간의 목숨을 공적 복수로서 다룰 수 있는가
“인간의 음습한 악의라는 건 겪어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군요.”
죽여 마땅한 사람들과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누가,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 ‘욕망과 거짓의 진창 속에
서 진실을 꺼내고 최상의 정의를 집행’하려는 주승우의 사명은 끝까지 지켜질 수 있을까? 제2회
2022 문윤성 SF 문학상에서 장편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유진상 작가 특유의 기발한 설정과 짜임새
있는 플롯 안에 철학적 메시지를 솜씨 좋게 담아낸 작품 〈전환기관〉은 하나의 답을 제시하기보다
끊임없이 질문하는 이야기를 기다려 온 독자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