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17일부터 7월 22일까지 6주간 주 1회 6번의 글쓰기 프로그램 수업을 진행하였다. 현해원 소설가님을 선생님으로 모시고 6명의 대학생이 모여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학생들은 나이도 전공도 관심 분야도 각자 다르고 쓰고자 하는 글도 가지각색이었지만 좋은 글을 쓰겠다는 하나의 목적으로 뭉쳤기에 이 책을 낼 수 있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쓸 때 글에 숨결을 불어 넣는다. 이 책의 6개의 글에는 6명의 숨결이 담겨 있다. 첫 수업에서 우리들은 나이, 학과와 같은 사회적 존재는 잠시 잊고 숨 쉬는 인간 존재로서의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낯을 가리는지, 무슨 취미가 있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이 프로그램에 지원한 동기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서로의 존재를 짐작하면서 앞으로 서로가 써 내려갈 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수업은 책이 실제로 출판되는 경로부터 글의 도입부를 쓸 때의 요령, 글에서 묘사가 중요한 이유와 그 역할, 소설의 개연성을 어긋나게 하는 몇 가지 경우와 개연성을 성립시키기 위한 법칙 등 이론적인 내용을 배우고 매주 카페에 작업물을 올려 선생님과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개요에 개연성이 어긋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공들였던 문장이 다른 이에게는 와닿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등 혼자서 글을 썼을 때는 놓치고 넘어가기 쉬웠을 부분을 고치기 위한 퇴고 작업이 계속되어 힘이 들기도 했지만, 주차가 거듭될수록 수업 내용과 피드백을 통해 팀원들의 작업물들이 조금씩 개선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를 살게 하는 것’은 글쓴이가 파리에서 겪었던 경험을 쓴 여행 수필이다. 파리에 도착한 첫날, 도로를 점유한 시위대와 무더위와 무거운 짐에 지쳐 마음이 여유롭지 못했지만, 바로 다음 날 경험하게 된 파리의 아름다움을 통해 지난 삶을 되짚어 보게 된다. 글쓴이가 여행 중 느꼈던 파리에 대한 묘사와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에 대한 서술이 인상적이다.
‘한 여름밤의 제주’는 눈치 보는 것을 싫어하고 인간관계에 능숙한 ‘준수’와 그런 ‘준수’에게 답답하고 바보 같다는 인상을 주는 ‘현도’가 같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사건들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글쓴이는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두 인물의 성격을 의도적으로 설정하였다. 이야기의 끝에서 ‘준수’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가 이 소설의 중심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 맞은 것이 그리운 날’은 글쓴이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인 ‘지훈’은 사랑도 인간관계도 쉽지 않은 대학생이다. 힘든 시간은 자신에게 있는 소중한 것들조차 놓치게 하기에 더욱 가혹하다. ‘지훈’에게 그 존재들은 ‘엄마’와 ‘아버지’였다. 끝에서 ‘지훈’은 그 존재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무익한 영웅’은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패러디한 글이다. <행복한 왕자>에서는 자신에게 치장되었던 보석과 금 조각들을 제비에게 부탁해 약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결국에는 허름해지게 된 왕자 동상이 나온다. 글에서 등장하는 ‘그녀’는 그 동상처럼 보인다. ‘그녀’는 삶의 의지를 잃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 행복해지는 것을 선택한다.
‘사람을 통해 배우는 사람’에서는 교육에 관심이 있는 글쓴이가 교육 봉사를 통해 우철(가명)과 제현(가명)을 만나면서 깨닫게 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인 학생 우철과 킥복싱을 배우는 학생 제현을 멘토링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하게 된 자신의 변화한 모습의 서술을 통해 글쓴이는 진정한 ‘나’를 바라보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
‘자각’은 현대인이 무의식적으로 겪는 강박에 대한 이야기다. 현대인들은 주인공 ‘상온’처럼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강박적 행동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상온’을 통해 그 틈을 발견해내고 현대인의 강박에 의식적인 질문을 내던진다. 소설의 결말은 그 질문의 대답이 될 수 있을까.
6주간의 시간 동안 글을 써 내려가는 과정은 나 자신을 좀 더 깊고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이었다. 그중에서는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자신도 들여다보았을 때 불쾌함이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불편함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자신에게 최대한 솔직해지려고 노력하였다. 6주라는 시간 동안, 이전보다는 나를 조금 더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
6개의 글은 6명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미숙하고 불완전하지만, 이 책을 읽는 누군가에게 각자의 숨결이 조금이라도 전달되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한세상에 있으면서도 어떤 감정과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겠다는 것 새로운 우주를 상상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넘어 대화로, 글로 누군가에게 나를 전달하고 내가 받아들여졌다고 느낄 수 있을 때, 새로운 우주가 생기는 것 같은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 우리는 여기 새로운 우주를 만들었다. 이곳에 당신도 기꺼이 와주었으면.
끝으로 6주라는 시간을 함께한 팀원들과 작품에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아 주신 현해원 선생님, 그리고 책 출판이라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신 글 Ego 팀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