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힘든 순간이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바뀐다!
꽃그림 작가 백은하가 전하는
사소하지만 기운 샘솟는 ‘육아 테라피’
“내려놓으면 울고, 내려놓으면 울고...
아가야, 제발 잠 좀 자줘.
엄마 엉엉, 너무 엉엉, 졸려 엉엉...”
어릴 때부터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를 읽으며 백마를 타고 찾아온 왕자와 행복한 연애를 꿈꾸고, 아름다운 결혼으로 마무리되는 동화에 익숙해진 싱글 여성. 문제는 그 누구도 결혼 이후의 현실과 일상생활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당사자 또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채 일을 저지르고 만다는 것이다.
마치 다른 별에서 살다온 것처럼 습관과 사고방식이 전혀 다른 배우자와는 그래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하나하나 맞춰가고, ‘시’자가 붙은 낯설고 어렵기만 한 새로운 가족과는 예의라는 틀 안에서 의무를 지켜 나가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
그러나 마치 에일리언처럼 어느 날 갑자기 뱃속에서 자라나 내 익숙한 생활습관과 공간과 생각마저 마구 휘저어 놓고 완전히 바꿔버리는 ‘아기’라는 존재에 대해선 누구나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너무나 약해서 보호해줘야 하고, 너무나 소중해서 예뻐할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고통 받고 희생해야 할 대가도 크기 마련.
이 책은 처음 아기를 맞아 모든 것이 서툴고 두렵고 불안하기만 한 초보 엄마, 아빠들과 끈끈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더불어 결코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전해준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를 얻었으니 당연히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한결 고통을 극복하기도 쉬운 법이다.
“아줌마들을 보면 은근 무시하지 마세요.
아줌마는 엄청난 도서관이며 비상한 행정관이며
속도 빠른 멀티 플레이어예요.
우리 현실의 삶 속에서 가장 진화한 생물일지도 모릅니다.”
싱글일 때는 오롯이 나 편한 대로, 나 하고 싶은 대로만 살아왔지만, 남편이 생기고 가정이 생기고 아기가 생기고 어른이 생기니 이제는 나보다 먼저 챙겨야 할 일이 잔뜩 생겼다. 동굴 안에서 100일간 마늘만 먹었다는 곰처럼, 100일 동안 집에서 미역국을 먹다가 오래간 만에 밖으로 나왔더니 세상 돌아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다.
몸에서는 여전히 덜그럭 소리가 나고, 24시간 쭉 당겨져 있는 고무줄처럼 긴장 상태는 계속진행중이며, 자꾸만 현실감각이 결여되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내 자신이 푹 삶은 토마토처럼, 눈 밑에 다크 서클을 두른 뚱뚱한 판다곰처럼 여겨져 우울한 시간이 반복된다.
이와 같이 출산 직후부터 적어도 1년간은 여자로서의 정체성이 많이 떨어지고, 일을 하던 유능한 워킹우먼으로서 자신감도 사라져 몹시 힘든 나날이 이어진다. 이 책은 아기 엄마가 됨으로써 새로 갖게 된 기쁨의 영역을 찾아내고, 워킹 맘의 경우 다시 사회로 돌아가 적응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다양한 팁을 제공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재의 있는 그대로를 만족스럽게 받아들이고, 아기 엄마와 아줌마로서 훌륭히 성장하고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자존감을 갖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엄마는 임신부터 출산까지 단번에 생물학적으로 엄마가 되지만,
아빠는 몸도, 인간관계도, 직장업무도 아무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아빠라는 역할 하나가 더 생겨난 것이다. 그러니 아빠가 ‘진짜 아빠’가 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이제 ‘출산과 육아’는 더 이상 여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빠가 아침에 나가서 죽도록 일하고 저녁에 들어와 잠만 자는 노동 기계로 전락한다면 행복한 가정생활이 이루어질 수 없다. 엄마 대신 적극적으로 육아와 살림에 참여하는 아빠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여자가 타고난 모성 본능에다 임신과 동시에 오기 시작하는 신체적 변화로 인해 비교적 빨리 ‘엄마’라는 자리에 올라서는 것에 비해, 아기 아빠에게는 아내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라든가 아기의 존재가 처음엔 낯설기만 할 것이다.
그동안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을 지나가는 엄마와, 아직은 어리버리한 방관자에 불과한 아빠와의 신경전은 그때부터 시작되며, 더할 나위 없이 좋기만 했던 두 사람의 애정 전선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난다. 이 책에선 아빠 때문에 섭섭하고 속상한 엄마의 경험담을 공유하고, 낯설고 어리둥절한 아빠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아기를 갖게 된 새로운 부부의 역할과 갈등의 해결점을 향해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자칫하면 아빠가 육아에서 소외될 수 있는 이 기간을, 아기와 친근한 관계를 쌓아갈 뿐만 아니라 진정한 아내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으로 전환하는 팁을 소개한다.
“노루는 그리고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걷는데,
사람은 1년이나 걸린다.
뒤집고, 앉고, 서고... 그 과정을 하나씩 다 거친다.
그리고 드디어 아장아장!
노루 엄마는 모를걸, 이 기쁨을!”
마흔 살에 엄마가 된 꽃그림 작가 백은하는 아기를 키우는 과정을 가리켜, 자기의 창작물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창작’이라고 부른다. 눈도 못 뜨던 아기가 사람 얼굴을 알아보더니, 까르르 웃고, 밥을 꿀떡꿀떡 받아먹고, 엄마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냉장고를 뒤지고, 뭔가 말을 걸기 시작한다. 아침에 이부자리 위에서 뒹굴뒹굴 놀거나, 주방 바닥에 철퍼덕 마주앉아 간식을 나눠 먹고, 빨래 건조대 텐트 안에서 놀이를 하면서, 이 늦깎이 엄마는 생애 최고의 사랑을 주고받으며 아기와 살갑게 교감한다.
이 책은 결혼을 생각하거나 앞둔 사람들에게, 임신 중인 예비 엄마들에게, 아기를 낳았거나 키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육아’가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경험인지 말해준다. 설사 아이들을 다 키운 엄마라 하더라도 아기를 다시 낳아 길러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정도로, 아이가 커가는 과정을 아티스트다운 따스하고 발랄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다음에 엄마 늙으면
엄마가 해준 거, 그때 엄마에게도 해주라.
아니, 그때 되면 너는 또 네 어린 자식 먹이느라 바쁘겠지?
그게 사람이고 삶이고 사랑인가 봐.”
아기가 생기고 나면 친정 엄마가 없는 사람이 제일 서럽다고 한다. 그 힘든 시기에 딸의 마음을 알아주고,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주려는 사람은 결국 엄마밖에 없다는 말이다. 자식을 키우면서 가없는 사랑을 주고 난 다음에야 자기도 부모님한테 그런 가없는 사랑을 받고 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비록 그 과정에서 투닥투닥 싸우기도 하고, 서로 잔소리를 해대고, 예전 모습 같지 않아 섭섭해 하기도 하지만,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 여자들끼리는, 특히 모녀지간은 견고하게 정을 쌓는 법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아기 봐주러 온 친정 엄마 옆에 아기처럼 눕고 나니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나오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딸을 키우면서 예전에 나도 이렇게 키웠을 엄마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진정한 어른, 그리고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자식한테만 지나친 애정을 쏟으며 늙은 부모는 나몰라라 하는 세태에 경종을 울리며, 육아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