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성심으로 공력을 쌓아온 ‘스승’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만나 펼친
여덟 번의 인문학 강의!!
시간이 많이 흐른 뒤 2016년의 한국사회를 돌아보게 된다면 그야말로 격동의 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온 국민이 뜻을 모아 촛불을 밝히며 시대의 어둠을 몰아내려고 애썼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이루어냈으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은 더욱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이처럼 비상한 시점에서 『교사 인문학』은 신중하면서도 비상한 질문을 던지며 답을 구한다.
질문은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는 불행한 사태가 대통령에게서 비롯되었다면, 절반 이상의 국민이 그를 지지한 정치적 선택과도 연관이 있지 않은가?”라는 것이다. 이는 선거제도하에서 누군가의 정치적 결정을 비난하거나 조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의 삶을 좌우할 중요한 선택에서 우리 사회에 작동하는 시민의 판단력이 얼마나 지성적인지 반성적 차원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이 책은 그 답을 “‘인문정신’이 작동하는 사회”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 프레임의 모색이 절실한 지금, ‘생각하는 시민’을 키우는 ‘시민 인문교육’이야말로 이 사회의 긴급한 현안이자 한국 미래 교육의 핵심임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이 문학, 건축, 글쓰기, 교육론, 생명·평화 등의 분야에서 오랜 시간 성심과 성의를 다해 높은 공력을 쌓아온 ‘스승’들을 초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초대된 스승은 황현산, 정성헌, 김흥규, 이도흠, 조성룡, 나희덕, 박수밀, 함돈균, 8명의 저자들이다.
이들은 각각 ‘주체성 교육은 어떻게 아이들을 억압하는가?’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문학은 어떻게 아이들의 공감 능력을 키우는가?’ ‘공감하고 연대하는 시민을 어떻게 키워낼 수 있을까?’ ‘공간과 환경은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어떻게 가르치지 않고 배우게 할 수 있을까?’ ‘생명을 살리는 언어의 회복은 가능한가?’ ‘인문교육은 어떻게 예술교육과 결합해 생각하는 시민을 키워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진심어린 이야기, 온몸으로 깨닫고 실천해온 깊은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생각하는 교사와 시민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고민해보는
진지하고 사려 깊은 이야기
여러 분야에서 다채로운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큰 틀에서 모아지는 저자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바로 ‘생각하라! 그리고 공감하라!’였다. 공동체 전체의 삶을 인간답게 꾸려가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덕목과 요소들이 필요하겠지만 공감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이루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 젊은 작가들의 ‘친구’로 불리는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인 황현산은 ‘아, 가난뱅이들은 꼴 보기 싫어, 어느 지역 사람들은 저래서 싫어’라는 식으로 특정 계층을 배척하고 차별하는 논리가 ‘나는 이런 사람이다, 저런 사람들과 나는 다르다’라고 사고하며 주체성을 강조하는 교육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한다. 그는 우리가 항상 ‘나는 나다’라고 내세우는 나 말고 ‘자기 안의 타자’, 즉 숨기고 싶은 또 다른 나에 주목해야 함을 알려준다. ‘이런 모습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나는 매장당하고 말 거야’라고 생각하며 감추고 억압해온 자기 안의 타자를 인정하고 이해하면, 그 이해가 확장되어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고 너그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렇게 자기 안의 타자를 응시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시와 소설 같은 문학작품 읽기를 권한다.
한국학 연구 역량의 조직과 세계화에 힘써온 문학평론가 김흥규도 문학작품을 읽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음을 알려준다. 텍스트에 대한 견해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대화가 가능해지고, 대화를 통해 생각을 수정함으로써 서로의 견해 차이를 좁히거나 공통의 이해를 넓혀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훈련을 거치다 보면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덜 적대적이 되며, 민주 시민을 기르는 데 필요한 중요한 훈련이 된다는 것이다.
거리의 인문학자,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불리는 이도흠은 ‘공감’의 주제에 더욱 깊이 파고든다. 그는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수 있는 특성을 ‘의미의 이해와 성찰, 공감과 연대’로 꼽으며 존재의 의미를 추구하며 공감하고 연대하는 시민을 ‘눈부처-주체’로 명명한다. 눈부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상대방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이다. 상대방에게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가까이 가서 눈을 마주치며 하나가 되고자 할 때만 눈부처가 보이는 것처럼, 나보다 약한 자들을 사랑하고 포용하고 희생하면서 그들과 공존하려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감의 뿌리 교육’ 등 공감의 능력을 학습하고 개발하는 방법을 일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