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평>
부부가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남편이 아내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책을 쓴 허정도 님도 안부대상포진에 걸려 심한 통증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아내, 자칫 시력을 잃을 수도 있는 상태로 누워 있는 아내를 위해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지만, 함께 눈물 흘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온 삶을 한 장면씩 돌아보는 부부의 진솔한 이야기에 저는 가슴 찡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함께 고른 스무 권의 책도 좋은 책이지만, 현기영의 『지상의 숟가락 하나』를 읽으며 주인공들을 따라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도 하고, 신경숙의 『리진』을 읽으며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조두진의『능소화』를 읽으며 눈이 퉁퉁 붓도록 같이 울기도 하고, 김훈의『강산무진』을 읽으며 다가올 시간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하는 이 부부의 모습이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남편이 책을 읽어주고 아내가 듣거나, 또는 뜻 맞는 이들과 함께 모여 앉아 책을 읽어주는 정명한 시간, 성찰의 시간, 소통의 시간, 하나 되는 시간, 그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 사용하기에 여러분도 동참하시기를 권합니다.
- 도종환(시인)
“부부가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도종환(시인)
닮아가는 부부의 아름다운 동행 이야기
‘낭만은 짧고 생활은 길다.’ 결혼생활에 대해 농담처럼 흔히 하는 이 말은, 하루라도 떨어져 있으면 못 살 것 같던 연애 시절의 뜨거움은 잊은 채 한 지붕 아래에서 빠듯한 수입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육아와 직장 스트레스에 얽매이며 살아가는 부부의 현실적인 모습을 자조하는 말이다.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해서, 평생 사랑과 믿음으로 살아보자며 약속한 결혼생활이건만 하루하루 바쁜 일과에 쫓기다 보면 젊은 날 가슴 설레게 했던 배우자가 어느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하게만 느껴지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느끼던 작은 기쁨과 설렘은 잊어버린 채 메마른 몇 마디의 일상적 대화가 오가는 것이 고작이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서 어느 정도 자녀들이 성장하고, 경제적 여유가 생긴 중 장년이 되었을 때는 곁에 있는 아내나 남편에게서 벗어나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 진짜 인생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 부부로 산다는 것의 참 의미는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고마운 책이 나왔다. 도종환 시인이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에 찬사를 보낸 어느 부부의 아름다운 동행 이야기『책 읽어주는 남편』(부제 :책꽂이에서 연애편지를 꺼내다, 예담 펴냄)이다.
『책 읽어주는 남편』은 끊임없는 대화와 배려로 30년째 한결같이 첫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허정도, 정미라 부부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가슴속에 소설 한 편씩을 품고 산다고 하지만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굳이 꾸미지 않아도 향기롭고 아름다운 동행기이다. 건축가이자 언론인, 한국YMCA연맹 이사장을 역임한 저자 허정도는 이 책에 부부간의 대화를 풍부하게 하고 정을 나누는 소박한 행복의 비결을 공개했다. 큰돈을 들여 선물을 하는 것도, 부부동반으로 근사한 골프 여행을 떠나는 것도 아니다. 창문 너머 산자락이 내다보이는 조용한 방에 앉아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책을 통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닮아가는 이들의 행복한 동행 이야기를 읽다 보면 곁에 있는 내 아내, 내 남편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다. 이번 주말,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책을 읽어주며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
아픈 아내를 위해 소리 내어 책을 읽다
책 읽어주는 남편의 시작은 아내가 안부대상포진에 걸리면서 시작되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몸져누운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남편이 책을 펼쳐든 것이다. 아내는 칼끝이 뼈를 파고드는 듯한 고통에 시달리며 혹시 시력을 잃지나 않을까 불안에 떨던 것도 잠시, 책 읽어주는 남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서서히 마음의 평온을 되찾는다.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고, 귀 기울여 듣는 일은 저자 부부에게 생각지 못한 변화를 가져왔다. 아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저자는 문득 ‘지난 세월 아내에게 무엇을 해주었던가, 나는 아내에게, 아내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돌이켜본다. 또한 아내는 자신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남편을 존경의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고 책을 통해 세상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내에게 있어 금가락지보다 더 기쁜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남편은, 앞으로도 아내를 위해 ‘책 읽어주는 남편’이 되겠노라 결심한다.
이제 아내는 건강을 되찾았지만, 마주앉아 소리 내어 책을 읽고 듣는 일은 이들 부부에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하루 일과가 되었다. 두 사람은 휴일이면 나란히 서점에 나가 머리를 맞대고 책을 고르고, 함께 읽은 다음 도란도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둘이서 풋사랑을 나누던 지난 추억을 되새기고, 여행기를 읽으면서는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하고, 현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살아가는 방식을 반성하고…. 함께 눈물짓고 웃음을 나누면서 연애 시절의 낭만과 애틋함을 여전히 간직하는 두 사람. 책은 점점 더 서로를 닮아가는 어느 부부의 진솔한 행복 이야기이다.
부부로 살아가는 지혜를 책 속에서 얻다
저자는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약속한다. 함께 읽은 책을 차곡차곡 쌓아보자고. 어느덧 읽은 책이 머리 높이까지 쌓여 반으로 나누어 다시 쌓고 있다는 이들 부부는 책만 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한다. 누구나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은 쉽게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 책은 나아가 영혼의 교감이고 새로운 소통의 방식이기도 하다.
부부는 책을 읽으면서 함께해 온 지난날을 회상하고 서로가 곁에 있음에 감사하며, 가슴 깊은 곳에 감추어 두었던 아픔을 고백하고 어루만지면서 가족의 참 의미를 쌓아가고 있다. 전업주부이던 아내가 바깥세상 이야기를 듣게 되고 나이 오십에 좀 더 공부를 해보겠다는 결심으로 강좌에 참여하며 바쁘게 지내게 된 것도 함께 읽은 책 덕분이다. 남편은 뒤늦게나마 공부하는 아내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격려한다.
이들 부부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본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아내에게, 부모에게, 자식에게 책을 읽어주는 사례가 생겨났다. 책 읽는 즐거움과 책을 통한 교감이 책 읽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마음을 한층 가깝게 해주었다는 사람들의 인사를 듣고, 저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책 읽어주는 행복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 책을 펴낼 결심을 하게 되었다.
지금껏 두 사람이 함께 읽은 책이 어느덧 120여 권. 함께 나이 들어가는 그들 부부에게 책은 진정한 동행의 참 기쁨을 선사해 준 또 하나의 동반자였다.
< 책 읽어주는 남편 : 허정도 >
1953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다.
스물일곱 살에 전국 최연소로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뒤 건축설계와 대학 강의를 하다가 특별한 인연으로 언론인이 되어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사를 지냈다. 창신고등학교, 부경대학교, 연세대학교를 거쳐 울산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에서 마산도시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를 지냈다. 설계한 작품으로는 거창샛별초등학교와 경남도립미술관, 창원대학교 국제교류센터 등이 있다. 1970년대부터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하여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을 역임하였으며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마산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사람,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이후 경남도민일보에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지역신문협회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마산YMCA 이사장, 한국 YMCA연맹 이사장을 역임하고 신문사 대표직을 마친 2009년 봄부터는 국립창원대학교 초빙교수로 대학원에서 도시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불량주거지 재개발 연구』와 『전통도시의 식민지적 근대화』가 있으며 뒤의 책은 2006년 문화관광부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하였다. 이 책은 신문사에 재직하면서 쓴 글을 엮은 것이다.
이메일 : unmuu@hanmail.net
< 듣는 아내 : 정미라 >
1956년 경남 거제도 장목면의 버드네 바닷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열두 살에 마산으로 옮겨 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마산제일여고를 졸업한 뒤 만학으로 창원대학교에서 일어일문학을 공부하였다. 마산YWCA합창단에서 남편을 만나 딸, 아들 두 아이를 낳아 길렀다. 운동으로 요가를 하며, 마산시에서 운영하는 문화강좌에 나가 한문공부로 여가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