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에 태어나 21세기의 정신을 호령하는 다산 정약용의 가르침!
다산이 《퇴계집》을 매일 나누어 읽고 자신의 감상을 덧붙여 <도산사숙록>을 지었던 것처럼 정민은 다산의 저작을 읽고 자신의 감상을 덧붙여 <다산사숙록>을 지은 셈이다. 저자는 다산이 자신의 두 아들에게 친히 일러준 공부 방법에 따라, 먼저 열 갈래로 주제를 분류하고 각 항목 당 12개씩 다산의 어록을 정리했다.
정민이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우선, 다산이 추구하고 자식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삶에 대한 성찰과 충고’이다. ‘참의’라는 높은 관직에서 하루아침에 천직으로 면직당하고 유배를 가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문에 정진한 다산. 그는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것은 삶과 자신에 대한 ‘죄’라며,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삶에 대한 자세를 강력히 촉구한다.
이 책 《다산어록청상》은 21세기에도 유효한 다산 철학의 정수가 담긴 어록 120선과 그에 덧붙인 정민 교수의 번뜩이는 사고와 예리한 안목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긴 시간을 건너와 깊은 울림을 주는 다산의 가르침을 담은 이 책 《다산어록청상》은 그저 앞만 보고 바쁘게 달려가는 현대인에게 신선한 충격과 함께 위안과 휴식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다산의 어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다산어록청상》은 다산이 전하는 삶의 자세 전반에 대한 성찰과 충고다. 다산은 탁월한 정치가이자 과학자이며 교육가, 법학자이자 뛰어난 문학가였다. 거의 ‘모든’이라 해도 좋을 만한 다양한 분야에서 식견을 넘어선 지식과 안목을 구비했던 당대 최고의 학자였다. 이 책은 천재적인 능력과 번뜩이는 철학을 가진 다산의 서간과 저술 등에서 뽑은 주옥같은 어록을 담았다.
시대를 꿰뚫었던 그의 통찰력은 수백 년 시간을 뛰어넘은 지금도 그 빛이 형형하다. 시대를 뛰어넘는 다산의 사유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더 절실하다. 기댈 곳 없이 휘청거리는 어지러운 요즘 세상에서 다산의 말은 분명 우리에게는 소중한 보석이며 ‘비빌 언덕’인 것이다.
미래를 꿈꾸려거든 현재를 경영하라
이 책은 ‘나(수신)’에서 ‘세상(제가)’으로 확장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데서부터 출발해 공부를 하는 자세, 학문의 방법 등으로 뻗어나가 재산을 다스리고 집안 살림을 도모하는 데까지 닿아 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저자는 ‘나’를 붙잡아 몸과 마음을 바로 세우는 방법과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두 아들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자주 등장하는 공부하는 방법은 주목할 만하다.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떤 책을 골라 읽어야 하는지부터 많이 읽는 것보다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과 세세하게는 역사책을 읽는 요령까지 상세히 소개한다. 이러한 가르침들은 모두 오늘날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실제에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것들이다.
또한 나아가 집안 살림을 다스리고 가계를 꾸려가는 법까지 설명한다. 다산은 제 몸과 식솔들의 끼니도 챙기지 못하면서 방안에 틀어박혀 도(道)와 인의(仁義)를 논하는 것은 공부도 아니고 그저 무능한 것일 뿐이라고 단언하며 집안을 꾸려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채마밭에 심을 작물과 뒤뜰에서 키울 과실수들의 종류는 어떤 것이 좋으며 그 규모는 어느 정도가 마땅한지도 설명한다. 또한 누에를 기르고 특용 작물을 심어 자족한 이후는 내다 팔아 이득을 남겨도 좋다며 가계를 넉넉히 꾸리고 재산을 경영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비록 구체적 방법에는 시대적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정신과 자세는 요즘과 다르지 않다.
저자는 1각 1초 한시도 헛되이 쓰지 말라는 다산의 단호한 가르침을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있다. 몸과 정신을 부지런히 놀리는 것은 주어진 내 삶에 성심성의를 다하라는 뜻과 다르지 않다. 다산은 반듯하고 부지런한 몸가짐에서 바른 정신이 생겨나고 이것이 곧 올곧은 삶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다산의 독특하고 번뜩이는 철학과 정민 교수의 명쾌한 해설이 마치 뒤통수를 때리고 얼음물을 정수리에 들이붓듯 맑고 강렬하다.
아버지, 가장, 친구로서의 다산을 엿보다
《다산어록청상》에서는 정민 교수가 엄선한 어록 속에 여전히 살아 숨쉬는 생생한 다산의 철학과 삶의 자취를 엿본다. 걸출한 문인, 학자, 정치가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엄하면서도 자상한 아버지, 세심하고 부지런한 가장으로서의 다산을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마치 검박한 범부의 모습을 보는 듯, 자녀를 교육하고 살림을 도모하는 소소한 일상과 강직한 그의 인격이 가식 없이 드러난다.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귀양살이를 하는 몸이라 두 아들 곁에서 직접 돌보아주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며, 그럼에도 단호히 자식들을 훈육하는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본다. 지인들과 주고받은 서간 속에서는, 비록 유배에 묶인 몸이지만 여전히 시류를 꿰뚫어보는 지성과 함께 묻어나는 그의 살가운 인간미를 맛본다.
<다산어록청상>의 '청상靑賞'은 '맑게 감상한다'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