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징거림으로부터의 자유
작고 사소한 일상에서 행복 만들기
징징거림의 시대, 친근한 미국 할머니가 제안하는 행복 만들기
우리는 징징거린다. 투덜거리기도 한다. 정당한 비판과 문제제기를 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것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며, 징징거리며 주변인과 자신이 지쳐간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우리는 징징거림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르거나 놓치고 있기도 하다. 내가 진짜 징징대고 있는지 그리하여 나와 주변인들에게 알게 모르게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는 왜 징징거리는지, 꼭 그렇게 징징대야 하는지… 그런 것들이다.
4명의 자녀와 6명의 손자손녀를 두었고, 비행기 사고로 첫 남편을 잃고 재혼을 한 재뉴어리 존스(January Jones)라는 유별나지 않은 미국 할머니는 우리에게 말한다. 지금 당장 멈출 수 있는 징징거림이 아주 많다고 말이다. 아울러 징징거림의 진단을 정확히 하고 동시에 조금 달리 생각하고, 일상의 재치를 발휘한다면 징징거림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징징거림 대신에 솔직한 감정의 분출을 제시한다. 그 둘의 차이는 피로회복제와 유독성 폐기물의 차이처럼 분명하다. 유독성 폐기물이 스스로와 주변인을 시들게 하는 상황의 불행에 대한 단순한 반응이라면, 피로회복제인 분출은 화와 후회와 좌절을 캐내고 풀어주는 변화를 만드는 생산적인 활동이다.
세대별 징징거림 Top 10, 그리고 유쾌한 치료제
‘징징거리다(징징대다)’를 국어사전에서는 “언짢거나 못마땅하여 계속하여서 자꾸 보채거나 짜증을 내다.”로 풀이하고 있다. 우리들은 자꾸 보채는 아이들에게 주로 사용하고 있으나, 실은 불평과 불만의 반복과 지속적으로 짜증의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모든 세대들의 유쾌하지 못한 일상에서의 넋두리이거나 화풀이이거나 공격하기의 다양한 버전이다.
저자는 일상 속에서의 특정 문제에 대해 반복적이고 강도 높은 불평과 투덜거림을 징징거림이라고 규정하고, 이는 서로를 갉아먹으며 유행하는 일종의 전염병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11가지 세대별로 가장 많이 징징거리는 주제를 가려 뽑아, 이를 진단하며 유머러스한 치료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 여자와 남자의 대표적인 징징거림을 치료방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여자- 재클린 캐네디 극복하기 : 환상적인 공주가 아니라 현실의 관점을 가지고 생각하라. 우리와 같은 여성들과 비교하며 정체성을 만들어야 한다
남자 - 스포츠 대화 치료 : 당신이 남자와 대화에서 스포츠 관련 주제로 돌릴 수만 있다면 바닥나지 않는 대화의 재료들과 함께 징징거림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징징거림에 대한 쿨한 진단과 다이어트 보다 쉬운 처방
혹시 당신의 일상에서 다음과 같은 말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나온다면 당신은 분명 ‘징징이’이다. 물론 이것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징징거림의 표현들 30여 가지만 뽑은 것이니 너무 안심하지는 말아야 한다.
일어나지 못하겠어, 너무 피곤해. / 숙제 안 하면 안 돼요?
친구들은 모두 더 많은 용돈을 받아요 / 다른 애들은 안 그러는데 왜 나만?
뭐 이따위 고물이 있어 /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난 너무 뚱뚱해 / 진짜 불공평해
그 돈이 모두 어디로 사라졌어? / 재들하고는 아무 것도 못하겠다
시간이 너무 없어 / 왜 너는 저런 친구들하고 친하니?
왜 우리는 이렇게 죽도록 일만 해야 하나 / 그는 집에서 손도 까딱하지 않는다
머리 아파, 하지마 / 상사 때문에 미치겠다
매일 매일 빚만 는다 / 잠을 잘 수가 없다
제대로 되는 것이 없어 / 부자만 돈 번다
왜 내 앞에서 얼쩡거리지? / 온 몸이 쑤신다
전화 한통이 안 온다 / 내가 그걸 어디에 뒀더라
죽는 것이 더 낫겠다 / 그들은 나를 봉으로 여긴다
어떻게 질 수가 있나? / 그놈들 모두 사기꾼이다
참을 만큼 참았다 / 제발 좀 들볶지 마
해도 해도 끝이 없다 / 또 그 날이 왔다
옛날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
이러한 ‘징징이’들을 위해 각각의 징징거림을 재미있게 분석하고 구체적인 치료법 하나씩을 제시하고 있다. 각각의 치료제들은 징징거림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상에서의 행복 만들기 실천방안이 될 수 있다. 그 제안들이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까닭에 직접적 효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는 충분하다. 그렇다고 웃고 넘길 유머만 넘실대지는 않는다. 사뭇 진지한 삶에 대한 긍정과 지혜가 숨어 있다.
우리가 늘어놓는 가지각색의 징징거림에 대응하는 수많은 치료제들이 정갈한 뷔페처럼 차려진 이 책에서, 많은 치료제들을 관통하는 처방원리를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1. 징징거릴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라.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일상의 일을 징징거리는 것은 아주 백해무익하다. 잊을 것은 잊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라. 그리고 진짜 징징댈 문제에는 목소리를 높여라.
2. 문제를 분명히 진단하라.
그것이 어디에서 왔고, 무엇 때문인지, 규율과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것인지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3. 웃음치료가 최고의 명약이다.
웃음은 언제나 징징이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최고의 처방이다.
4. 현실을 긍정하라.
징징이(whiner)는 배우자가 너무 가난하다, 너무 이기적이다, 너무 권위적이다, 너무 바가지를 긁는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승자(winner)는 사랑스럽다, 이해심 많다, 창조적이다, 흥미롭다…라고 말한다.
5. 솔직한 감정을 분출하라.
당신과 가족, 친구, 주변인들 그리고 세상의 변화를 원한다면, 코미디를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일어서서 당신의 목소리를 드러내라. 뭐라도 해라, 아무 거라도 해라. 당신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6. 그도 저도 복잡하면, 이 책이 제안하는 치료제를 한 번 따라해 봐라.
가볍게 읽으며 웃고, 마음 고쳐먹게 하는 책
이 책에는 삶의 경험이 녹아있는 징징거림에 대한 진단들이 들어있다. 그 진단은 주눅 들거나 침울하지 않고 쿨(cool)하다. 그리고 일상과 삶에 대한 에스프리와 연민과 동정, 삶의 긍정과 깊은 애정이 담겨있다. 무엇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유머가 톡톡 배여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징징거림을 다루고 있지만,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웃음 코드가 이 책을 지배한다.
그리고 몇 가지 제안을 던진다. 저자가 치료제로 부르는 이 제안들은 당장 일상에서 수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것은 다이어트 보다 쉬운 처방이다. 각고의 노력이나 ‘나를 따르라’는 강요가 아닌, 생각의 변화와 관점의 전환 그리고 간단하지만 ‘그것도 방법이네’라며 슬며시 해 봄직한 실천방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징징대며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과 웃음을 선사한다.
이 책은 유머가 어우러진 가벼운 자기계발서이다. 우리의 독서시장을 주도하는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사실 지나친 ‘훈련’ 중독에 걸려 있다. 그리고 목표치도 사실 과도하거나 너무 많다. 어떤 점을 고치고, 무엇 무엇을 하면 최고 또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식이다. 이 책은 그것들과 확연히 구별된다. 성공의 길이라기 보단 ‘행복의 산책로’를 안내하는 유쾌한 지도이다.
일상에서 순리를 따르는 자연스런 모습을 회복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시키고 자신을 돌아보며 추스르는 힘을 발견하는 책이 자기계발서라면, 이 책은 아주 안성맞춤이다. 우리의 징징거림 거의 전부가 주변과 타인에 대한 반응이자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자신을 돌아보고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새로운 관계를 찾도록 이 책이 충분히 자극하고 이끌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 일상의 모든 단면들을 다루고 각각의 세대에게 두루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남다르다.
불편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징징거림은 피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유와 까닭이 있더라도 지나친 것과 지금 당장 멈출 수 있는 것들은 버려야 건강해 질 수 있다. 징징거림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결코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징징대는 우리들을 꼬집고 흔들어 깨우는 이 책 같은 유머와 일상의 지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으로 ‘징징이’가 징징거림 없는 청정한 일상의 ‘행복이’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 책이 제공하는 최소한의 효과만큼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이 위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진짜 투덜댈 문제는 제쳐두고, 사소하고 자연스런 일상에 대해 징징대며 지쳐가는 사람들-바로 우리들이 징징거림의 이유가 무엇인지, 그것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를 자문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해결책을 얻기 위해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서 문제들을 해결해 왔다. 미국의 이 할머니처럼, 우리들 스스로 징징거림을 탁자 위에 꺼내 놓고 질문을 던지고 리스트를 만들며 정리해 보는 것도 유용한 일이 될 것이다. 친근한 미국 할머니의 주문처럼, 웃음을 잃지 않은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