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의 회개와 개혁을 바라는
현직 목사의 가장 솔직한 진단과 가장 간절한 호소
현직 목사의 한국교회에 대한 본질적 문제제기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은 이제 교양인의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교회가 세상을 걱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판국이다.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치유하기엔 병이 너무 깊은 탓인가? 이미 부와 권력을 움직이는 기득권이 된 탓인가?
자 다시, 그러나 조금 다른, 한국교회에 대한 가장 진솔한 내부비판과 회개 촉구문이 나왔다. 저자는 성경적 교회로의 끊임없는 개혁을 신념으로 갖고 있는 권영진 목사다. 그는 지금의 한국교회는 이미 “새로운 종교”로 변질되었다고 진단한다. 성경과 예수와 멀어지고 세속주의와 번영신학에 기대어 자기증식하고 있는 희한한 변종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가 책에서 보여주는 개신교의 ‘생얼’은 교회가 일탈적 사건으로 지탄받을 때마다 사람들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칭한 그 빙산의 거대한 몸체를 뿌리째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성역도 없고 거칠 것도 없다. 변죽만 울리다 성경 구절 인용하며 예수님 품으로 돌아가자고 마무리하는 그저 그런 비판이 아니다. 듣는 이들이 아프고, 지켜보는 이들이 통쾌할 정도로 힘이 있다. 용기와 신념이 남다르지 않다면 불가능한 거침없음과 정곡일침이다.
이 책을 진보적 신학자의 튀는 이론이나 운동권(?) 목사의 구호성 비판으로 지레짐작한다면 착각이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며 실천하는 목회자의 아픈 고백이자 간절한 호소다. 그를 진보적 교단의 목사로 짐작하는 것도 오산이다. 재미있게도 그는 한국교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예장(예수교 장로회)의 목사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교회의 오늘을 말하고,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과거를 보여주며, 그리고 다음세대 교회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진단과 원인 그리고 나아갈 방향이 어우러진 구성이다. 특히 신자들이 겪는 일상적 고민과 갈등에서 교회문제를 진단하고, 목사제도 등 많은 이들이 주저했던 금기에 대한 도전, 에두르지 않고 핵심으로 돌파해 가는 용기와 진솔함이 많은 교회비판서와 구별되는 미덕을 가진 책이다.
신자들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문제가 바로 한국교회 개혁의 맥점이다
그는 신자들의 교회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다룬다. 한국교회의 변화는 성도들의 새로운 각성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저히 신자들의 입장에서 눈높이에서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진실을 설파하며 또 신자들의 참여를 호소한다.
교회 다니는 신자라면 한번쯤 생각해 봤을 만한 문제들을 직설적이면서도 심도 있게 파헤친다. 헌금에 대한 압력과 현실적 갈등, 더 큰 교회를 짓기 위한 총동원령, 안수집사, 장로, 권사 등 교회직분 구조의 욕망과 갈등, 전도 못하면 죄 짓는 분위기, 목사의 권위주의와 자질 등 신자들이 일상에서 부딪치며 고민하는 문제들을 파고든다.
일례로 적극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많은 헌금은 결코 성경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양심이 멋지다. 그것을 알면서도 목회자들이 이익 때문에 침묵한다고 말하는 그의 솔직함은 용기다. 믿음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하며 편리함 때문에 위세부리며 대형교회에 다니는 신자들의 위선까지도 비판하는 그의 열정은 이 책의 의도가 결국 신자의 오롯한 각성에 있음을 보여준다.
에두르고 회피해 왔던 금기에 도전하다.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면서도 차마 공론화에 나서지 못했던 주제들이 있다. 목사양성 신학교 시스템, 목사에 대한 대우, 목사의 권력화, 교회직분 계급화 문제 등이 그것이다.
목회자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목회자 그룹에 일종의 도전이고 반발도 예상된다. 그는 그것을 감수하면서 일대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교회 많은 병폐의 핵심에는 바로 목사를 만들고, 대우하고, 그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신학대학교에서 정식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최소한 그에 준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 신학대학원 등에 입학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목사 장사’의 아픈 이면도 말한다. 공부의 시간과 노력이 다른 종교에 비해 너무 짧고 허점투성인 시스템 개혁도 요구한다. 목사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신자들이 목사들의 이력과 자질을 검증하거나 검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목사의 대우를 먹고 살 정도인 일반 직장인 수준으로 낮추고, 담임목사나 부목사나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말한다. 목사가 되어 교회만 크게 키우면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현실을 만드는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선 사명감으로 헌신하는 존경할 만한 목사를 기다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다시금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이 책은 일반 신자들이 공부하고 교회개혁을 위한 토론에 나설 수 있는 논리적 무기와 종교적 열정을 함께 북돋우고 있다. 교회 밖의 사람들에겐 이상적 교회에 대한 한가닥 상을 제시하는 책으로 어쩌면 선교책자처럼 다가갈지도 모를 책이다.
많은 교회에서 신자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할만한 책이지만, 불행하게도 한국의 많은 목사님들은 이 책을 권하지 않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