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적인 논의의 기초를 위한 작은 정부론
지난 4월 정부가 2007년 올해 1만2317명을 포함해 2011년까지 5년간 5만1223명의 공무원을 증원한다는 중기 정부인력운용계획을 발표하자,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은 일제히 우려를 표시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2006년 말까지 4만8449명이 증원되어 이미 95만 명을 넘어선 공무원 수가 현 정부 들어서만 6만 명이 넘게 증원되고 앞으로 2011년까지 100만 명이 넘게 증가하게 된다는 것은 ‘정부의 지나친 몸집 불리기’로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해야 하는 시대적 상황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의 정부 개혁 정책은 1980년 전두환 정부 이래 김대중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들이 추구해 왔던 정부 규모 축소 및 행정 개혁을 통한 작은 정부 지향 노선에서 벗어난 것으로, 정부의 효율과 혁신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우려를 자아낼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정부의 행정 개혁을 공무원 수, 즉 정부기관의 일자리 규모에 관한 논란으로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개혁이 공직의 축소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중앙 정부 권력의 분권화, 정책 결정에의 시민사회의 참여, 규제 개혁 등을 포괄하는 폭넓은 것으로, 현실적으로는 사회적 조건 또한 고려해서 이해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작은 정부를 향한 정부 행정 개혁은 다양한 시각에서 검토되고 논의되어야 한다. 모든 나라의 경험이 똑같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 개혁의 방향도 동일하지 않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역사적․정치 문화적 경험에 부합할 생산적인 정부 형태는 무엇인지를 보다 폭넓게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이 책은 행정학계의 중진 학자들이 우리나라의 정부 개혁을 둘러싼 논의가 주로 공무원 수와 같은 정부의 규모에 국한되어 있는 문제에 주목하고 경제적 / 관리론적 / 권력적 / 지방 분권적 시각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전두환 / 노태우 / 김영삼 / 김대중 / 노무현 정부 등 역대 정부의 정부 개혁 정책을 분석 평가한 학술서이다. 이 책에서 필자들은 여러 시각의 이론적 토대를 살펴본 다음, 우리나라 역대 정부를 각각의 시각에서 점검하고,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바람직한 정부의 모습을 전망한다.
- 작은 정부론을 위한 다양한 시각들과 책의 내용
작은 정부의 개념은 전두환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노태우․김영삼 정부에서 보다 명시적으로 작고 강한 정부를 지향하였고,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는 시장주의적 경쟁 원리의 도입과 관리의 자율성 강화를 요체로 하는 신공공관리론적 개념을 이념으로 하여 조직 및 인원 감축을 포함한 광범위한 개혁을 단행하였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의 방향과는 정반대로 현재의 노무현 정부는 정부가 반드시 작을 필요는 없으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공무원 수가 늘어날 수도 있고, 예산 규모도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과연 어느 방향이 우리에게 맞는 것인가?
이 책의 미덕은 바로 그 점을 무엇보다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와 관련해서 이 책에서는 작은 정부가 여러 측면에서 매우 다양한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경제적 시각에서 작은 정부 운동은 공기업 민영화, 규제 개혁, 기금 개혁, 정부산하기관 개혁의 성과를 통해 평가할 수 있고, 관리론적 시각에서는 조직 개편, 인사 및 예산의 분권화 정도, 민간 위탁의 수준 등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권력적 시각에서는 정책 결정권, 시민 사회의 참여, 권력기관의 영향력 변화 등을 살펴볼 수 있고, 지방 분권화의 시각에서는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양, 재정 배분, 주민 참여, 자치 규모의 수준 등에서 작은 정부로의 지향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부분적인 논의에 그쳐 작은 정부를 전체적인 측면에서 파악하지 못했던 기존 연구의 한계에 착안해, 다양한 시각을 통해 역대 정부의 개혁 노력과 정책들을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 있을 행정 개혁에 대한 논의에서 올바른 정책 방향을 찾는 기초가 될 것이며, 또한 바람직한 작은 정부의 모습을 찾는 것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 작은 정부를 평가하는 다양한 시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적 시각에서는 정부와 시장 간의 역할 분담에 초점을 두고 역대 정부의 행정 개혁 과정에서 나타난 작은 정부로의 지향을 공기업 민영화, 규제 완화, 정부산하기관 개혁 및 기금 개혁을 중심으로 분석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 개혁의 내용이 형성되는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고, 그것이 정부와 시장의 관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밝히기 위해 한국 사회에 고유한 정부-시장 양식의 특성을 역사적 제도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둘째, 관리론적 시각에서는 효율성 증진을 목표로 역대 정부들이 행한 개혁을 논의한다. 그것은 조직 및 인력의 감축을 통한 절약, 인력 및 예산 등 투입물 운용에 있어 중앙 통제의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분권화, 분권화로 인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성과 관리 체제의 도입 등 행정개혁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셋째, 권력적 시각에서는 정부와 시민 사회와의 관계에서 시민의 인권과 재산을 보호하고 시민 사회의 자치를 신장시키며, 정부의 권력을 담당하는 기관들 상호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당위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역대 정부의 행정 개혁 노력을 분석 평가한다.
넷째, 지방 분권적 시각에서는 중앙정부의 규모 축소는 지방 분권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이론에 기초해서 지방화를 통한 작은 정부로의 이행을 중심으로 각 정부의 지방 분권화 노력을 고찰한다.
요컨대 이상의 네 가지 접근은 작은 정부를 향한 행정 개혁의 다양성을 잘 드러나게 해 주면서, 지금 시행되고 있는 여러 정책들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정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밝혀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