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한국 소설문학의 우뚝한 거장으로서 항상 시대와 호흡을 같이한 작가 황석영이 [무기의 그늘] 이후 12년 만에 내놓는 감동어린 신작장편. 80년대 이후 격동했던 한국사회와 사회주의권 붕괴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사적 변화를 배경으로 젊은 두 남녀의 파란많은 삶과 사랑을 서정적이며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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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선생의 작품을 처음 읽는다. <장길산>의 작가라는 것만 알고있을 뿐,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찾아보게 됐다. 방북했다가 독일로 망명하고, 이후 한국으로 들어왔다가 체포되어 한동안 감옥에서 생활했다고. <오래된 정원>은 감옥에서 풀려난 후 처음 쓴 작품이다. 감옥 안에서의 생활이 생생하게 그려져서 너무 신기했다. 신영복 선생님 책에서 읽었던 감방생활 이야기 그보다 훨씬 더 소소하고 자세한 이야기들까지 적을 수 있었던건 역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리라.
두 권에 달하는 이 소설의 핵심은 ’Life goes on‘ 같다. 이렇게 기구할 수 있을까 싶은 두 사람의 운명이라니. 그러나 어찌됐든 사랑해야 할 무엇인가는 항상 존재하며 이로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외부에서 보이는 상황이나 프래임은 비슷하게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거듭하다보면 내부의 질은 조금씩 나이지며 희망적인 방향으로 변해가기 마련인듯하다. 절망하고 피하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소설의 주된 배경은 1980년대, 1980년 5.18 민주화운동에 휘말려 수배자가 된 주인공 오현우와 그를 숨겨주는 시골마을 미술교사 한윤희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중심이다. 한윤희는 빨치산 아버지를 둔 덕분에 오현우에게 애틋함과 모성적인 보호본능을 느끼지만, 한윤희는 평화롭고 안온한 시골에서 혼자 도피해 있다는 죄책감에 그녀를 떠나 사회로 나왔다가 검거되어 무기징역 장기수 생활을 하게 된다. 갈등하는 오현우를 달래기위해 집근처에 자그마한 정원을 마련해 함께 가꿔보기도 하지만 결국 떠나겠다는 그를 차마 잡지못하고 임신사실까지 숨긴 한윤희. 홀로 딸을 키우며 학업을 계속한다.
직계가족들에게만 면회가 허용되는 관계로 현우를 만나지도 못한 채 기약없이 출소날만 기다리다가 독일로 유학을 떠나게 되고, 독일에서 마음이 따뜻하고 옆을 지켜주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갑작스런 자동차 사고로 그 남자도 사망하고, 독일에서 학업을 마친 후에 귀국한 한윤희 역시 암으로 투병하다 결국 죽게된다. 한윤희의 죽음을 출소 후에나 전해듣게 된 오현우는 둘 사이에 딸이 있음을 알고 슬픔과 허망함 사이에서 새로운 희망을 본다.
이 작품은 작가 황석영 선생의 개인적인 체험이 많이 녹아든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그는 4.19부터 시작해서 5.18, 이명박 지지와 철회 등 대한민국의 주요한 역사적인 국면과 사건들에 연류된 인물이다. 많이 흥미롭다. 앞으로 좀 더 작품을 읽어봐야겠지만, 어떤 작품들을 주로 쓰셨을지 알아보는 재미가 있을듯. <토지>이후엔 <장길산>을 읽어볼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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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한 우리는 또 한번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그 외롭고 캄캄한 벽 속에서 무엇을 찾았나요. 혹시 바위틈 사이로 뚫린 길을 걸어들어가 갑자기 환하고 찬란한 햇빛 가운데 색색가지의 꽃이 만발한 세상을 본 건 아닌가요. 당신은 우리의 오래된 정원을 찾았나요?
합본 | 오래된 정원 (전2권, 완결) | 황석영 저
#오래된정원 #황석영 #창비 #감방생활 #수배자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geo***
2023.07.29
다시 봐도 잘 쓴 연애소설,역사소설.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책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그 시대에 있었을법한 아주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 주인공'윤희'를 그려냈다. 시공간의 이동이 잦은데도 감정선을 잘 따라가며 읽을 수 있다. 생생한 묘사.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회에 대한 성찰을 잘 담은 빼어난 소설. 주변 외국인들도 번역본을 집중해서 읽더라. 요새는 이런 분량이나 호흡, 무게의 소설을 더 이상 보기 어렵게 된 게 안타까울 뿐.
smi***
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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