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7년 출간 당시 판매가 금지될 정도로 반향을 일으킨 소설
▶ 대중적인 멜로드라마의 효시
▶ 황량한 자연과 인간의 파괴적인 본성을 잘 대비한 19세기 최고의 러브스토리
▶ 미국대학위원회 추천도서
▶ 서울대 추천도서
영미문학계의 천재 자매(샬럿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중 동생인 에밀리 브론테가 30년의 짧은 생애 동안 남긴 단 하나의 작품으로 영미문학에서 비교 대상이 없다고 하는 독창적인 소설이 바로《폭풍의 언덕》이다. 어느 날 워더링 하이츠(폭풍의 언덕)에 집시 고아 히스클리프가 들어오면서 언쇼 집안과 이웃의 린튼 집안은 폭풍과도 같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캐서린을 신처럼 여기며 맹목적으로 사랑했으나 배신을 당하고 그의 오빠 힌들리로부터 모진 학대를 받은 히스클리프는 복수의 화신이 되어 워더링 하이츠로 돌아온다. 히스클리프의 은근하고 교묘한 복수의 칼날은 언쇼와 린튼 두 집안의 모든 가족들에게 향하고 2대에 걸친 끈질긴 복수 끝에 히스클리프는 두 집안의 재산과 마지막 혈육까지 자신의 손아귀에 넣는다. 그러나 히스클리프는 결국 맹목적인 사랑이 낳은 악마성으로 인해 스스로 파멸한다. 서머싯 몸이 “사랑과 고통, 황홀, 잔인함을 이보다 더 강렬하게 표출한 작품은 없었다.”고 평할 만큼 인간의 사랑과 격정의 극단적인 결말을 잘 보여준 작품이며, 치밀하고 사실적인 묘사와 탁월한 시적 감수성을 높이 평가받는다.
도덕적 시대에 부도덕한 인간의 어두운 감성을 파헤친 문제작
자존심 강하고 고집 세며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않는 데다 사교적이지 못했던 에밀리 브론테. 황량한 산악지대에 자리 잡은 호어스 목사관에서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자기 내면에 심취한 상태로 무한한 공상의 세계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영미문학에서 비교 대상이 없다고 하는 폭풍의 언덕》이다.
이 소설은 워더링 하이츠의 언쇼 집안과 드러시크로스의 린튼 집안 사이에 얽힌 비극적인 이야기로 두 집안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넬리(엘렌) 딘이 현재 시점에서 20년 전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가정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또 다른 화자가 등장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구성상 조금 복잡하게 전개된다.
막장드라마를 능가하는 이기적 사랑과 극단적 복수의 드라마
어느 날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 언쇼가 길거리에서 버려진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언쇼 집안의 폭풍 같은 운명이 시작된다. 새까만 피부에 검은 두 눈이 움푹 들어가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아이를 언쇼는 유달리 예뻐하면서 자신의 죽은 아들 히스클리프의 이름을 물려준다. 아버지의 편애로 아들 힌들리는 점점 비뚤어지고, 딸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각별한 사이가 된다. 아버지 언쇼가 죽은 뒤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이 된 힌들리는 자신에게서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아간 히스클리프를 학대하기 시작한다. 히스클리프는 하인과 같은 취급을 받으면서 살아가지만 캐서린의 사랑으로 그 모진 구박을 견뎌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캐서린은 우연히 그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드러시크로스 저택과 교류하면서 그 집의 잘생기고 우아한 린튼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지만 둘이 결혼하면 삶이 더욱 비참해질 뿐이라는 것을 알고 린튼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고 배신감을 느낀 히스클리프는 워더링 하이츠 가족들에게 한마디도 없이 집을 떠난다. 3년 뒤 히스클리프가 부자에 교양까지 갖춘 신사가 되어 워더링 하이츠에 다시 나타난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캐서린에게 히스클리프는 신과 같은 존재였고, 그가 집을 떠났다 돌아왔을 때도 캐서린의 그러한 감정은 여전했다. 캐서린의 남편 에드거 린튼은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히스클리프는 자신을 학대한 힌들리와 자신의 사랑을 빼앗아간 린튼에게 복수의 칼날을 세운다.
히스클리프는 노름과 알코올에 빠진 힌들리의 타락을 부추겨 그의 재산을 빼앗고 그 아들인 헤어튼 언쇼를 학대하며 짐승처럼 키운다. 그리고 히스클리프는 린튼의 유산이 그 딸이 아닌 여동생 이사벨라에게 상속된다는 것을 알고 그 집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그의 여동생 이사벨라를 꾀어내 결혼하기에 이른다. 히스클리프와 린튼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캐서린은 급기야 정신착란을 일으켜 딸(캐서린)을 낳자마자 죽는다. 이사벨라는 자신에게 악마처럼 구는 히스클리프로부터 도망쳐서 멀리 달아나 아들(린튼)을 낳는다.
린튼의 딸 캐서린이 열두 살 되던 해에 이사벨라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자신의 아들 린튼을 오빠에게 맡긴다. 그러나 그 아버지 히스클리프가 아이를 데려간다. 히스클리프는 린튼의 딸 캐서린조차 자신의 손아귀에 넣기 위해 캐서린을 감금함으로써 자신의 아들과 결혼을 성사시킨다. 지병이 있던 에드거 린튼이 죽자 히스클리프는 드러시크로스의 모든 재산을 자기 소유로 만들고 머지않아 아들 린튼도 세상을 떠난다.
히스클리프는 오랜 세월 가슴에 품어왔던 복수를 실행하고 두 집안의 재산을 차지하며 자신의 탐욕을 채운다. 그리고 두 집안의 마지막 혈통인 헤어튼과 캐서린을 자기 손아귀에 넣고 학대한다. 그러나 광적으로 집착하고 사랑했던 캐서린의 혼령에 시달리며 18년 동안 고통 속에서 살아오던 히스클리프는 폭풍이 몰아치는 어느 여름 밤 죽은 캐서린의 혼령을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띠며 죽음을 맞는다.
전무후무한 캐릭터가 보여주는 인간성의 밑바닥
요크셔의 외따로 떨어진 황량한 언덕의 목사관에서 이른 나이부터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고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고독하게 살아온 에밀리는 오직 자신의 상상력 하나만으로 인물을 창조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전 세계 어떤 소설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의 악마적인 주인공 히스클리프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 또한 황량한 주위 환경과 어두운 상상력에 힘입은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자연환경처럼 감정이 폭풍처럼 격렬하고 극단으로 치닫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사랑, 죽음, 광기, 갈등, 분노, 고뇌, 복수심의 밑바닥을 철저하게 묘사했다.
사회 문제와 인간의 도덕성을 주로 다루었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개인의 감정을 주제로 인간성의 밑바닥을 탐구하고 기존의 사회 현실이나 도덕적 기준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다룬 《폭풍의 언덕》은 문단이나 독자들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것은 물론 격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이것이 동시대 다른 작품과 비교할 수 없는 독창적인 가치를 부여한다. 당시의 소설 양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누구도 다루지 않은 주제를 새로운 구성으로 엮어냄으로써 독특한 문학세계를 창조한 것이다. 뛰어난 시적 표현으로 그려진 이 소설은 오늘날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 허먼 멜빌의 《모비딕》과 더불어 ‘세계 3대 비극’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19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 매튜 아놀드는 에밀리에 대해 “힘, 열정, 격렬한 비통, 용감함은 바이런 이후 견줄 자가 없다.”라고 평가했고, 영국 시인 A. C. 스윈번은 “에밀리의 타고난 재능은 당대 여류 작가 가운데 최고”라고 극찬했다. 영국의 소설가 겸 극작가 서머싯 몸은 구성이 어색하고 서투르기는 하나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 10대 소설 중 하나로 꼽으면서 “에밀리는 격렬한 노여움, 남성스러움, 뜨거움과 동시에 실패하기 쉬운 충족되지 않은 사랑의 정열, 질투, 인간에 대한 증오와 경멸, 잔인성 등 자신의 모든 것을 히스클리프에게 쏟아부었다.”고 말하면서 “폭풍의 언덕은 달리 비교할 소설이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