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제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몰랐던 29가지 한글 이야기
한글은 세종의 비밀 프로젝트였다? 연산군은 한글 사용을 탄압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한글을 배울 수 없었다? 글자의 이름과 순서는 어떻게 정해졌을까? 한글날은 왜 10월 9일일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한글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한글 창제 56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글 창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이후 한글의 보급을 위해 벌인 활동에는 어떠한 의미가 숨겨있는지, 일제 강점기 한글의 수난사는 우리의 문자 생활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한글의 보급과 활용을 위해 어떤 일들이 펼쳐졌는지 등 우리가 모르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들춰 한글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바로잡는다. 창제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몰랐던 29가지 한글 이야기를 담았다.
500년 전 역사 속으로 떠나는 한글 여행
이 책은 여전히 의문이 많은 한글의 창제 과정을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섬세하게 파헤친다. 이를 위해 저자는 500여 년 전 세종대왕 시절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과연 세종대왕은 새로운 문자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것일까, 세종은 한자를 없애기 위해 한글을 만든 것일까, 학교도 없던 조선시대에 일반 백성들은 어떻게 한글을 배울 수 있었을까, 양반들은 한글을 배울 필요가 있었을까 등등 크고 작은 상상과 궁금증으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다음 수년 동안 어떤 실험을 했는지를 살펴보면서 세종이 한글을 만든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되짚어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17~18세기에 등장한 한글소설을 중심으로 한글이 대중에게 파급된 경로도 추적한다. 부녀자들의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던 수많은 한글소설의 보급 과정과 《설공찬전》에 얽힌 일화 등이 영화 <음란서생>에서 볼 수 있었던 세책가의 풍경과 겹치면서 지나간 역사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픽션과 불필요한 상상에 덧씌워져 한글에 대한 또 다른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엄밀하고도 객관적인 시선을 견지했으며, 한글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고 있다.
한글의 형태와 기능에서 한글의 문화사와 정책사까지
다년간의 연구 끝에 탄생한 이 책은 한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데 그치지 않고 한글 문화사와 한글 정책사에까지 시선을 확장한다. 사람들의 궁금증이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있거나 문자의 원리와 기능을 정확히 알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착목한 결과다.
“글자의 이름을 만들려면 다른 것과 똑같이 ‘기윽, 니은, 디귿…’으로 해야지 왜 유독 ㄱ만 ‘기역’이었을까?”하고 시작된 질문은 쉽고 명쾌한 해설을 통해 어렵지 않게 답을 찾아간다. 글자의 이름과 순서, 글자의 모양, 모아쓰기와 풀어쓰기 등 복잡하고 어려웠던 한글의 기능과 숨겨진 질서가 선명한 그림처럼 이해하기 쉽게 펼쳐진다.
이 외에도 한글 맞춤법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 한글날이 10월 9일로 정해진 배경은 무엇인지 등을 주시경, 지석영 등 수많은 국어학자들과 조선어학회, 국문연구소 등의 구체적인 활약사를 통해 밝히고 있다.
영어 광풍의 시대, 한글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다
오늘날 위태로워진 한글의 위치 때문인지 일제 강점기 일본의 ‘일본어 상용화 정책’을 다룬 장은 결코 가벼이 읽히지 않는다. 단계적으로 치밀하게 진행된 일본어 상용화 정책은 ‘일본어 필수, 조선어 필수’ 체제에서 ‘일본어 필수, 조선어 선택’ 체제로 전환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조선어를 포기하고 일본어를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점차 폭력적인 양상을 띠게 된 일본어 상용화 정책 하에서 조선어학회가 펼친 한글 강습회 등 한글 보존 활동은 오늘날의 한글을 있게 만든 우리의 소중한 역사다. 그러나 한글 창제 560여 년이 지난 오늘, ‘편안한 마음으로 한글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다’는 저자의 고백은 과연 국어학자만의 고민일까?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은 세계 속에 인정받았지만 ‘세계 속의 한국’을 외치는 우리는 지금 영어 몰입 교육의 광풍에 휩싸여 있다. 562돌 한글날을 맞아 ‘피어나는 한글’을 꿈꾸는 대한민국. 영어 광풍의 시대를 맞은 한글은 다시 화려하게 피어날 수 있을까. 언어와 문자에까지 실용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지금, 굳이 다시 한글의 중요성을 끄집어내어 이야기하고 있는 저자의 글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많은 역사적 사실을 통해 ‘한글은 우리의 생활에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에 만들어졌고, 우리의 생활에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새롭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깨달음이 ‘한글만 잘 사용해도 이 땅에서 아무런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권리의식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 저자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