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신약 성서와 예수의 가르침
신약 성서와 예수의 가르침은 서구 문명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숱한 문학ㆍ미술ㆍ음악 작품에 영감을 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철학ㆍ신학ㆍ법학 등 여러 학문에도 영향을 주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일상생활에 그 영향이 깊숙이 남아 있다. 따라서 성서를 모르고는 그들의 삶과 문화, 역사를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예수의 가르침은 유럽 세계를 넘어 다양한 문화권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오늘날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인권’도 그렇다. 근대 시민 혁명 시기의 천부 인권 선언은 성서와 예수의 가르침에 근거한 것이다. 이렇듯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우리는 신약 성서와 예수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고 있다. 그만큼 신약 성서는 무척 중요한 책이라 할 수 있다.
▶ 역사의 현장에서 예수라는 영원한 청년을 만나다
그런데 신약 성서는 읽기가 무척 어렵다. 무작정 책을 펼쳤다가는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해서, 결국 몇 장 넘기다가 그만두기 십상이다. 성서를 읽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보다 신약 성서가 기록된 시기의 삶과 문화가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신약 성서는 약 2천 년 전에 기록되었고, 우리에게 생소한 문화적 배경을 하고 있다. 따라서 신약 성서를 읽기 위해서는 약 2천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며,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찾아가야 한다. 즉 오늘날 우리가 신약 성서를 읽기 위해서는 역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신약 성서를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를 위해 신약 성서가 쓰인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그곳에서 예수라는 영원한 청년을 만날 수 있게 돕는다. 즉 이 책은 예수가 활동한 1세기 팔레스타인이라는 구체적인 공간 속에서 살아 숨 쉬던 인물로서 예수를 만나게 한다. 덕분에 신약 성서의 문맥 사이에 숨어 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예수의 가르침과 활동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예수는 왜 가난한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했을까?
예수는 “너희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고 하고, 반면 “너희 부유한 사람은 화가 있다.”고 했다(누가 6:20~26). 여기서 예수가 가리키는 “너희 가난한 사람”이란 당시 갈릴리 시골 마을의 가난한 농민들이다. 예수는 억눌리고 절망한 그들을 있는 그대로 긍정해 줌으로써 삶의 용기와 희망을 준다. 나아가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게 한다. 반면 예수가 가리키는 “너희 부유한 사람”이란 당시 유대 지배층을 말한다. 즉 제사장, 장로, 지식인(율법학자), 의회 의원 등 종교 권력과 정치권력을 누리는 이들이다. 예수는 이들 지배층에게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오히려 너희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간다.”(마태 21:31)고 한다. 이는 당시 지배 질서를 통쾌하게 뒤엎는 것이다. 결국, 예수의 화 선언은 당시 지배층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자 도전이다. 그리고 복 선언은 민중에 대한 연민과 동정에서 나온 것으로, 가난한 농민들을 자기 삶의 주인으로 이끄는 기쁜 소식이다. 이렇듯 이 책은 예수가 활동한 역사의 현장에서 신약 성서의 맥락을 읽어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그 의미를 밝힌다.
▶ 예수는 왜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마저 대라고 했을까?
예수는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마저 돌려 대어라.”라고 했다. 이 유명한 말은 오늘날 흔히 윤리적 권고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매우 현실적인 권고이며, 마하트마 간디는 영국의 식민 지배에 맞서 싸우며 이를 실천했다. 이 말의 배경에는 로마 제국의 강제 노동과 수탈, 그리고 아무런 저항 수단도 없는 갈릴리 농민이 있다. 그러니까 이는 로마 제국의 폭력에 투항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인 도발을 권하는 것이다. “너를 걸어 고소하여 네 속옷을 가지려는 사람에게는 겉옷까지도 내주어라.”, “누가 너더러 억지로 오 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 리를 가주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이 또한 지배층의 강제 노동과 수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배층의 수탈로 인해 더는 돈을 낼 수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 속옷마저 내주라는 도전을 권하고, 강제 노동에 동원되면 명령받은 거리의 두 배를 가는 시위 행위를 권하는 것이다. 이는 갈릴리 농민들의 신음에 대한 예수의 응답으로 ‘비폭력 저항’의 가르침이다.
▶ 뛰어난 이야기꾼 예수, 그의 비유를 읽다
이 책은 뛰어난 이야기꾼이기도 한 예수의 모습도 조명한다. 예수는 특히 비유를 탁월하게 사용해, 쉽고 인상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전했다. 예를 들어, 이 책은 흔히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라고 불리는 사마리아인 비유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차근차근 안내한다.
사마리아인 비유는 대략 이런 이야기다. 한 유대인이 사막 지역에서 강도를 만나 가진 것을 다 빼앗기고 두드려 맞아서 반쯤 죽게 되었다. 강도는 쓰러진 그를 사막 한가운데 내버렸다. 그런데 제사장은 도움이 필요한 그를 보고도 그냥 지나친다. 그리고 레위인도 그를 보고 그냥 지나친다. 이때 사마리아인이 등장해 도움을 베풀어 그를 살린다. 이 이야기의 맥락에 숨어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종교 권력을 누리던 제사장과 안정된 생활을 누리던 레위인에 대한 당시 민중의 반감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해를 당한 이에게 도움을 주는 작은 영웅이 유대인들과 원수 사이이던 사마리아인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단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우라는 단순한 얘기가 아니라, 화해와 우정의 가르침이다. 즉 예수는 사마리아인 비유를 통해 하나님 나라는 원수와도 화해하고 우정을 맺는 세계라는 것을 전한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잃은 아들(돌아온 탕자) 비유, 누룩 비유에 담긴 살아 있는 의미를 전해 하나님 나라가 어떠한지 경험하게 한다.
▶ 하나님 나라의 질서를 구현하는 공동체 회복 운동
이 책은 예수의 기적 행위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도 빼놓지 않고 살펴본다. ‘거라사의 귀신 들린 자의 치유’ 이야기에서는 로마 제국의 군사적 폭력과 경제적 수탈로 정신 줄을 놓아 버린 민중을 치유하는 이야기를 읽어 낸다. 그리고 ‘혈루증 앓는 여성의 치유’에서는 여성이기 때문에 당해 왔던 사회적 소외와 고통에서 해방되는 이야기를 읽어 낸다. ‘5천 명을 먹인 기적’ 이야기에서는 밥상 공동체의 기쁨과 감격을 본다. 특히 이 이야기에서 예수가 하나님 나라의 질서를 이땅에 구현해 현실의 차별과 절망을 넘어서고 평등과 연대의 공동체를 이뤄 얼마나 큰 감동을 주었는지 잘 드러낸다. 이는 이 책이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가 예수의 활동을 살펴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예수는 금욕주의자가 아니었으며, 현실을 외면한 채 정신세계를 ?지 않았다. 오히려 예수의 활동은 현실에 기반해 있었고, 하나님 나라의 질서를 이땅에 구현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평등, 연대, 협동의 가치에 기반한 공동체 운동을 펼쳤다. 이 책을 통해 오해와 왜곡에 가려져 있던 예수의 참된 가르침을 만날 수 있다. 삶을 옥죄는 지배 질서를 뒤엎은 예수, 하나님 나라의 질서로 기쁨의 공동체를 이룬 예수의 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예수의 가르침을 통해 삶의 희망과 행복은 어떻게 이루는지, 바람직한 세상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안내해 줄 것이다. 또한 기독교인에게도 이 책은 성서의 이해를 통해 성숙한 기독교 신앙을 가꾸는 일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