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직자들에게 권하는 新목민심서!
흔히 공직자를 공복公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복은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공공의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지칭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공복, 즉 공직자들은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을까? 최근에는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여야 할 일부 공직자들이 소신을 지키며 자기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정치권력을 비롯한 외부의 압력과 지시에 굴복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들은 어떤 정신과 자세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할까?
이 책은 32년에 걸친 저자의 공직 경험을 토대로 현 단계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원칙에 입각, 다양한 각도에서 진단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모든 공직자들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자주 부딪치는 문제들을 현장의 경험적 감각에 기초하여 생각해볼 기회와 소재를 제공함으로써 공직생활을 하면서 언제나 곁에 두고 찾아볼 수 있는 공직의 교과서로 기능하고자 한다. 이제까지 행정이나 공직 관련 도서들은 현장과 동떨어져서 실제 공직생활에 참고할 만한 것이 거의 없는 반면 공직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씌어진 책들은 대부분 선거용이거나 공직 자서전에 치중하여 경험의 특수성을 넘어서지 못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공직 교과서의 성격을 가진 도서로서는 건국 이후 첫 번째로 출간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공직생활 중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틈틈이 메모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 공감의 보편성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며, 딱딱한 논문이 아닌 에세이 형태여서 공직자들이 읽고 적용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의 모든 공직자들에게 공직의 역할을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가 당대의 공직지침서가 되었던 것처럼 이 책은 오늘날 우리 공직사회에서 공직의 역할에 대한 반성적 인식을 불러일으키며, 신규 공직자에게는 공직생활에 대한 나침반으로, 기존 공직자에게는 자신의 역할과 행동을 비춰보는 거울이 되는 참다운 공직생활의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불의에 저항하라! 공직의 생명은 공공성이다!
이 책은 공직자들의 정신 자세에서부터 인사, 조직, 교육 같은 전문분야는 물론 청렴, 대민 관계 같은 행동지침에 이르기까지 공직생활 전반에 걸친 거의 모든 내용을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장에서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인 내용들과 공직사회가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인식과 자세 등이 있는데, 저자는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는 공공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공직사회는 정치권력의 이해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조직이 아닐뿐더러 민간기업처럼 이익을 우선시하는 집단도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민의 편에 서서 정의와 진실을 추구해야 할 일부 공직자들이 불의에 저항하기보다는 정치권력의 부당한 지시나 압력에 굴복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기도 하였다. 또 사회 전반에서 민간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공직사회가 민간기업을 흉내 내어서 CS(고객만족)를 도입하여 국민을 “고객”처럼 대한다거나 신자유주의의 열풍에 휩싸여 경제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시장의 논리에 편승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공직사회가 정치권력에 휘둘리거나 시장의 논리를 따르는 것은 결국 공직의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공직사회는 정치적 이해나 경제적인 변수에 따르기보다는 견리사의見利思義, 즉 이利를 보면 먼저 의義를 생각함으로써 본래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직사회의 개혁을 제안한다!
한국 공직사회에는 과거 국민 위에 군림하던 관치행정의 관성이 여전히 남아 있을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개혁을 필요로 하는 부문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 “누군가 하겠지” 하는 복지부동이나 “부패의 논리가 수없이도 많은” 부정부패는 물론이고 특권의식과 정보 미공개, 인사권의 남용, 통계의 왜곡 등의 문제가 언제나 거론되고 있다. 저자는 언제나 지적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의 가능성이 요원한 공직사회 내부의 문제를 날카롭게 진단하면서 원칙에 입각해 실현 가능한 해결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인사를 둘러싼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 근무평정을 민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저자가 직접 고안, 실행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던 방법이다(“민주적 평정의 방법”). 또한 조직 갈등이나 노사관계를 풀어나가는 방법이나 문제직원에 대한 대책, 민원에 대한 대처 등은 실제 경험을 통해서 얻은 실질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력에 주눅 든 공직사회를 향한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
오늘날 공직자나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시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공직자들을 간혹 “철밥통”이니 “장기판의 졸”로 부르거나 심지어는 “영혼이 없다”고까지 서슴없이 비하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 공직사회가 이런 평가를 받게 된 것은 공직사회가 열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국가발전을 주도하고 국민에게 봉사해왔던 자기 정체성을 잃고 정치권력에 휘둘려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저자는 공직사회는 “불의에 저항”하면서 국민만을 바라보며 공공성에 바탕을 둔 새로운 자기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저자의 본문 마지막 글인 “영원한 공직”을 보면, 공직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잘 녹아 있는데,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만큼 콧날이 시큰할 정도로 대단히 감동적이다. 저자는 정치권력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우리 공직자들이 기죽거나 움츠러들지 말라고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처음 공직에 입문했을 때 가졌던 진심을 끝까지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 정치권력을 비롯한 외부의 힘에 굴복해 무력감과 절망감은 느낄지라도 그것은 지금의 공직자들만이 겪는 어려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시대 공직자였던 이율곡도 이순신도 조광조도 어쩌면 더 아득한 절망감을 겪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이 고립무원의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들의 역할을 결코 망각하지 않았던 것은 누가 알아주고 기억해주어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언제까지나 위민의 자세를 잃지 않고 공직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던 진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