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책머리에’는 본지 백영서 편집주간이 지난 6월에 일어난 ‘신경숙 표절 시비와 문학권력 논란’으로 독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사과하며 그간 편집위원진 내부 토론을 이어온 경위와 현재 입장을 담았다. 그리고 이번호를 기점으로 문학에서의 모방과 표절, 문학권력 문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한국문학과 문화의 창조력과 공공성을 높이는 데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며 독자들의 질정을 부탁한다.
‘긴급기획’에서는 모두 세편의 기고문을 싣는다. 문화연대·한국작가회의 주최 토론회 ‘최근의 표절 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6.23)의 정은경 토론문, 문화연대·인문학협동조합 주최 토론회 ‘신경숙 표절 사태와 한국문학의 미래’(7.15)의 김대성 토론문, 그리고 한국작가회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연재된(7.23~8.3) 윤지관의 게시물로, 선정적 여론몰이에서 벗어나 치열한 비평적 관점에서 이번 문제에 접근하는 글들이다. ‘특집’은 종전 70년이자 해방 70년을 맞아 ‘창비 담론’의 관점에서 그 현재적 의미를 찾아본다는 취지로 기획했다. ‘자본주의의 종말’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세계사적·문명사적 전환의 차원, 중국의 대국굴기가 초래한 지역질서 변화라는 동아시아 차원, 그리고 한반도 차원의 분단체제 동요가 중첩되는 국면에서 우리 사회는 전에 없이 더 커다란 전환을 예감 내지 기대하게 되는바, 수록된 네편의 글은 각 영역에서 역사적 조망과 향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대화’ 역시 특집의 취지와 연결된다. 원로 인문학자 임형택과 토오꾜오대 명예교수 미야지마 히로시의 대담을 중심으로, 중국의 대국화와 한국-일본 간 갈등 상황 등의 동아시아 질서를 사상사적·문명사적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분석하며, 나아가 대안적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동아시아의 사상자원에서 찾는 격조있는 토론의 자리이다. 다양한 주제와 개성있는 필자들의 글로 채워진 ‘논단과 현장’ ‘문학평론’ ‘신예소설가특선’ 등도 유익한 읽을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