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5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
2016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 해
왜 지금 다시 셰익스피어를 읽어야 하는가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서
세상의 악당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법을 배우다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를 불문하고 선전과 유혹이 가득한 시대다. 기댈 언덕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그 선전과 유혹에 저항하며 흔들림 없는 나를 지켜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종이책 읽기를 권함』과 『NQ로 살아라』 등을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온 김무곤 교수의 신작 『휘둘리지 않는 힘』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과 깊은 이해를 보여주는 책으로,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제대로 읽기 위한 근원적 해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 이 시대의 눈으로 새롭게 재해석함으로써 왜 이 시대에 셰익스피어를 다시 읽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는 데 있다. 작품 『햄릿』은 정치학과, 『맥베스』는 경영학과, 『오셀로』는 사회심리학과, 『리어왕』은 커뮤니케이션학과 조우하게 되는데, 그 과정 속에서 작품들은 오래된 고전 텍스트로만 머무르지 않게 되고 우리는 시공간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르네상스적 지식인 김무곤을 만나게 된다.
희로애락, 사랑과 증오, 삶과 죽음 등 세상의 모든 이치를 품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대한 저자의 새로운 해석은,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과 세계, 자기 자신을 더 넓고 크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보다 현실적인 삶의 교본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 출간의 또 다른 의의는 2016년이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를 맞이하는 해라는 데 있다. 영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셰익스피어 다시 읽기 붐이 일고 있는 이 시점에 이 책의 출간은 국내에서의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생각의 중심’으로 살펴보는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과 사유,
‘진짜 나’를 찾아가는 인문학적 여행을 떠나다
이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개념은 ‘생각의 중심’이다. 생각의 중심은 어떤 사람의 삶과 말과 행동을 규정하는 씨알로, 저자는 그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그 사람의 삶의 방식, 일의 순서, 기쁨과 노여움, 그리고 죽음에 대한 철학에도 이 생각의 중심이 작용한다고 말한다. 또한 생각의 중심을 알면 ‘사람’이 보이고, 사람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해석하고 예측할 수 있으며,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일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9명의 생각의 중심을 간파해나가며, 휘둘리지 않는 힘의 원동력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한 예로 <1장 ‘불멸’의 인간, 그리고 그와 함께 사는 법- 『햄릿』 편>에서는 ‘우유부단한’ ‘고뇌하는’ 인물의 전형으로 여겨져 왔던 햄릿이 실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명확한 상황판단에 행동까지 신속했던 전략가이자, 역사의 주인공이 되려는 강한 의지를 지닌 매우 정치적인 인물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가 하면 <3장 ‘나’의 욕망을 경영하라- 『맥베스』 편>에서는 자신의 욕망과 당대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흔들리는 맥베스의 생각의 중심을 살핀다.
인간의 본성을 가장 명쾌하면서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인간의 ‘생각의 중심’을 파악하는 연습을 거듭하는 이 책은, 우리를 흔드는 많은 것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휘둘리고 끌려가지 않도록 나만의 중심을 잡게 할 뼈대가 되어준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타인의 권리에 휘둘리지 않는 연습을 할 절호의 텍스트’라고 말한다.
다양한 학문의 깊이가 더해진 4대 비극 읽기로
고전의 향기와 인문서의 즐거움을 동시에 만끽하다
저자는 셰익스피어 텍스트의 가장 큰 매력은 그것을 읽는 사람이 경우와 처지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즉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삶에 적용되며 각기 다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하나의 사건, 하나의 인물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점은 단순하지 않다.
“(세상과 타인의) 복잡성을 인지하는 데 드는 생각의 수고를 회피하려면 사물과 대상을 단순하게 줄여서 생각하면 된다. 가장 쉬운 방법이 생각해야 할 대상을 둘로 나누는 것이다. 왼쪽-오른쪽, 나쁜 사람-좋은 사람, 가진 자-못 가진 자, 천사-악당. 이렇게 나누면 아주 편하고 모든 것이 간명해진다. 그러나 과연 세상의 모든 것을 둘로 나눌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전면적으로 나쁘다거나, 완벽하게 좋은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저자는 단순명쾌함의 유혹을 물리치고, 넓고 깊고 다원적으로 사람과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남이 정해주는 대로 사물을 보는 습관을 떨치고,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독자들을 설득한다. 다양한 학문의 깊이를 더하며 자유롭게 생각을 확장해나가는 저자 특유의 예리한 해석에 더해 원작에서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사건·인물들의 놀라운 이야기들 속에서, 독자들은 문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스스럼없이 건너며 고전의 향기가 듬뿍 밴 새로운 인문서를 만나게 된다.
책속으로 추가
희망은 보여주지 않고 경쟁과 굴종만을 강요하는 살벌한 시대입니다. 우리가 기댈 언덕은 없고, 우리를 휘감으려는 선전과 유혹만 가득합니다. 정치도 종교도 버팀목이 되어주기는커녕 우리의 열정을 동원하려고만 합니다. 특히 청년들이 감내해야 할 현실은 혹독합니다. 가장 황홀해야 할 시기에 가장 팍팍한 현실 앞에 벌거숭이로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이 가슴 아픕니다. 나는 이런 현실 앞에서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한 거라고, 정신력의 힘으로 버티라고, 차마 그런 낭만적인 조언을 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체득하라고, 세상에 휘둘리지 않는 힘을 기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휘둘리지 않는 힘’의 원천을 나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속에서 발견했고,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쓴 이유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 또한 우리처럼 꿈과 현실의 간극 앞에서 좌절했지만, 그들을 비극으로 몰고간 가장 큰 원인은 그들 자신의 욕망과 아집과 열등감이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유혹과 욕망도, 세상에 맞서서 나를 지킬 무기도 결국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 [글을 마치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