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교실
내 이야기가 시가 되고 글이 되는 구자행 샘 국어 시간!
말문이 트이면 글길도 열린다.
고등학생들이 글을 쓰고, 시를 쓴다고?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이?
맞다.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이 글과 시를 쓰는 교실이 여기 있다.
부산에서 30년 가까이 국어 교사로 살아온 구자행 선생이 아이들과 놀고, 시와 글을 쓴 이야기를 속속들이 풀어 놓았다.
담임 맡은 아이들을 처음 만난 날, 미리 만들어 둔 이름표를 한 사람씩 안아 주며 건네고, 벚꽃이 피면 꽃 핀 줄도 모르고 엎어져 자는 아이들을 일깨워 산으로 데려가고, 여름방학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지리산에 가고, 틈 날 때마다 아이들 글 읽어 주면서 아이들이 글 쓸 수 있게 바람 잡고, 그러다 아이들이 반짝거리는 시를 쓰고 자기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 가슴 설레서 벙글거리고. 차근차근 책 속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고등학생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쓰게 됐는지, 그 비결을 알 수 있다.
아이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아이들이 말할 때까지 기다려 주고, 아이들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그래서 구자행 샘 국어 시간에는 늘 이야기가 넘친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동무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있는데, 어떤 때는 아이들 모두 이야기에 쏙 빠져서 진도를 못 나가고 이야기만 하고 끝낼 정도다. 이야기가 살아 있는 교실이, 곧 글 쓰는 교실이다.
이야기가 넘치고 마음이 움직여야 비로소 아이들은 글을 쓰고 시를 쓴다. 자기 이야기를 속 시원히 할 수 있는 교실의 풍경과, 시를 어떻게 쓰고 자라온 이야기를 어떻게 쓰는지 아이들과 나눠온 글쓰기 방법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실려 있다.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교사들에게 권한다.
아이들과 함께 글을 쓰면서 같이 살아가길 꿈꾸는 교사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는 책이다.
우리 아이들은 국어 시간에 뭘 하고 있을까?
밑줄 긋고, 문제 풀고, 외우고를 끝도 없이 되풀이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6년 동안 국어 공부를 했지만 자기소개글 하나 변변히 쓰지도 못하고, 온 국민이 ‘글쓰기’ 공포에 걸려 있는 현실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어쩌면 말은 배웠으나 말할 줄 모르는 것과 같다.
여기, 고등학생 아이들이 시를 쓰는 교실이 있다.
동무들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자라온 이야기를 쓰는 국어 시간이 있다.
“하고 싶은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자유로운 교실이라야 살아 있는 글이 나온다. 말길이 트여야 글길도 열리는 법이다.”
구자행 선생의 글쓰기는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교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교실, 동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이들이 있는 교실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하든 귀 기울여 들어 주고,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때까지 기다려 준다.
지각하고 결석하는 아이들을 나무라는 대신 함께 시골에 가서 감 따고 삼겹살 구워 먹으며 몸으로 만난다. 여름방학에는 원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지리산에도 간다. 지리산에서 내려오면서 이제 지리 시간도 싫어질 것 같다고 하던 아이들이 또 언제 가냐고 조른다.
구 선생이 하루는 아이들과 같이 교실 청소하다 콘돔 하나를 줍는다. 구 선생이 누구 거냐고 묻자, 한 아이가 지갑에서 콘돔을 꺼내 들고는 언제 올지 모를 그날을 기다리며 준비했다고 대꾸해서 모두들 한바탕 웃는다. 구자행 선생은 다음 해 스승의 날 선물로 콘돔을 선물받는다. 아이들도 교사도 거리낄 게 없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동무가 된 것이다.
마음껏 웃을 수도 없는 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현실이다. 그 답답하고 억울한 이야기를 구자행 샘 국어 시간에 풀어 놓기 시작한다. 공부에 지친 고단한 마음도, 힘든 집안 이야기도 털어놓는다. 말문이 트이면 글은 쉽게 쓸 수 있다. 머리로 글을 지어내는 게 아니라 마음속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이다. 자기 이야기를 자기 목소리로 정직하게 쓰는 것, 이것이 구 선생이 말하는 글쓰기 철학이다.
아이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제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키운다. 그리고 자기와 똑같이 귀한 동무 이야기를 귀담아듣게 된다. 힘든 동무 이야기에 눈물 흘리고, 손뼉 쳐 주면서 함께 살아간다. 입시 공부로 경쟁만 하던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진짜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길 권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교사들에게 권하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길 꿈꾸는 교사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