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苦戰)에서 벗어난 『중용』,
이제 큰글씨책으로 만난다
2013년 첫 출간된 『중용, 어울림의 길』이 큰글씨책으로 새롭게 독자들을 만난다. 『중용, 어울림의 길』 큰글씨책은 그동안 읽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독서 소외계층에게 더 좋은 책읽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특별 제작된 책이다. 특히 노년층 및 저시력자 모두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가독성을 살려 편집, 디자인되었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중용, 어울림의 길』 큰글씨책은 『중용』 본연의 내용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중용』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고전이 되었으며 저자는 누구인지 등 그 근본을 묻고 답함으로써, 처음 읽는 사람은 물론 이미 『중용』을 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까지 불러세운다.
『중용』은 어떻게 고전이 되었는가? 인도에서 전파된 뒤 그 세를 확장해나가던 불교는 급기야 국교였던 유교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대장경’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수많은 경전이 존재하는 불교와 달리 유교는 상대적으로 내세울 것이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간결한 듯 심오하고 단순한 듯 복잡한 사유가 담긴『중용』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불교가 한창 위세를 떨치던 당나라 시기, 한유(韓愈)와 함께 유교의 부흥을 위해 힘썼던 이고는 그의 글 「복성서(復性書)」에서 『중용』을 중요하게 인용하였고, 공자와 맹자 사이에 자사(子思)를 넣어 높였다. 이러한 주장이 송대 신유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자사와 중용의 가치는 점점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중용』의 저자는 누구인가? 많은 연구자들이 『중용』의 저자가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라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료 중 하나는 사마천의 『사기』 중 「공자세가(孔子世家)」로, 거기에는 분명 “자사는 일찍이 송나라에서 고생을 하였고, 중용을 지었다(嘗困於宋, 子思作中庸).”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공자의 생몰연대로 추측한 자사의 활동 시기로 미루어보면 사마천의 글은 자사의 활동 시기와 삼백여 년이라는 시차가 있어 정확성이 떨어진다 할 수 있다.
제자백가와 두루 어울리는 『중용』
『중용』의 저자가 자사가 아니라는 다양한 근거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중용』이 지닌 사상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중용』에는 공자의 사상과 대치되는 부분이 있으며, 곳곳에 『맹자』 이후에나 나올 만한 사유가 포진해 있다. 법가나 도가의 사상을 비롯해 유가의 사상을 집대성하고 기타 당시 성행했던 학문을 두루 섭렵했다는 점에서 특히 『순자』와 이루는 교집합이 넓다.
스승은 그 자신이 올바른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 예를 바르게 하고 또 체득해야 하는데, 그렇게 예를 바르게 하고 체득하는 과정이 그대로 제자를 가르치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순자가 말한 “예를 바르게 하는 일”과 “제 몸을 올바른 본보기로 만드는 일”이 그대로 『중용』에서 말하는 “길을 닦는 것”이다. 『중용』에서 “길을 닦는 일을 가르침이라 한다”는 의미가 여기서 뚜렷해진다. - 1장 「어울림의 길」중에서
그렇기 때문에 『중용, 어울림의 길』에서는 『논어』, 『맹자』, 『순자』, 『예기』의 일부를 ‘사족(蛇足)’에 실어 ‘어울림의 길’이라는 제목처럼 제자백가와 두루 어우러지는 『중용』으로 꾸몄다. ‘사족’은 고전의 참뜻으로 향하는 저자의 생생한 발자취로서, 원문의 객관적이고 정확한 이해를 돕는 ‘주석(注釋)’과 함께 ‘정천구식 사서(四書)’의 양 날개를 이룬다.
“참으로 지극한 경지로다!”
子曰: “天下國家可均也, 爵祿可辭也, 白刃可蹈也, 中庸不可能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천하와 나라와 집안은 고르게 다스릴 수 있다. 높은 벼슬과 녹봉은 사양할 수 있다. 시퍼런 칼날을 밟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 알맞게 하는 일은 잘 할 수 없다.” - 6장 「지극히 어려운 중용」 중에서
『중용』은 길지 않은 저서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무엇이든 알맞게(中庸)”하라는 뜻은 너무 넓고, 나아가 “중용불가능(中庸不可能)”이라는 구절을 접하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중용』의 핵심이 지극히 참된 ‘성(誠)’을 이루는 것이라는데, 읽다가 정말 성나게 생겼다. 어울림의 길, 즐거운 마음으로 가자. 『중용, 어울림의 길』은 기존의 해석본을 이것저것 참고하지 않고 오직 원전이 되는 『중용』(예기주소 수록본) 하나에만 집중한 저서로서, 어려운 뜻일수록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썼다. 쉬움과 얄팍함의 차이는 『중용, 어울림의 길』을 읽으면 저절로 보인다. 독자들은 『중용』의 지극함을 깊이 맛보는 동시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고전의 군더더기에서 고갱이를 골라내는 안목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