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창간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획과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인 『창작과비평』의 2016년 겨울호가 출간되었다. 올해 ‘새 50년’을 열며 ‘문학 중심성’ 강화, 그리고 ‘현장성’과 ‘운동성’의 쇄신을 다짐한 『창작과비평』은 독자들의 호응 속에서 봄과 가을, 문예지로서는 드물게 중쇄에 돌입한 바 있다. 겨울호에서는 한해 동안 이어진 연속기획들이 대미를 장식하는 동시에 이슈에 밀착한 기획과 깊이있는 논의를 담아내고자 했다.
특집 ‘리얼리티의 문학적 현실들’은 현실의 무게를 정직하게 감당하면서도 미래를 향한 기투를 멈추지 않는 시인·작가들의 작품을 집중 검토한다. 무엇이 더 ‘리얼’한가를 묻고 답하는 문학적 고투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솟아오른 저마다의 문학적 형식들은 그 다양함과 깊이로 관행화된 비관주의를 무색하게 한다.
창간 50주년을 맞아 한해 동안 우리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로 꾸려온 시란의 대미는 한국시의 미래를 열고 있는 젊은 시인들이 장식한다. 소설란의 중편 특집은 특별히 두편으로 꾸렸다. 황정은은 연인의 죽음 이후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세운상가의 저물어가는 풍경 속에서 절절한 상실감과 묘한 아름다움으로 펼쳐낸다. 박민규는 미래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세월호참사 등 지금 우리 현실을 환기시킨다. 이장욱과 금희의 신작 단편 또한 각자의 매력이 탄탄한 완성도 속에서 살아난 작품이다.
소설가 한강과 함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데버러 스미스의 기고문과 고 이호철 작가의 작품세계를 돌아본 임규찬의 글을 문학평론란에 수록했고, 은유와 알레고리를 통해 시대적 진실을 독특하게 그려내는 강영숙의 신작 소설집을 ‘작가조명’에서 다루었다.
연속기획 좌담 〈한국의 ‘보수세력’을 진단한다〉의 마지막 주제는 ‘재벌’이다. 재벌의 과거와 현재를 한국의 경제구조와 정치지형을 축으로 삼아 좇는다. 논단에서는 한반도 군사위기의 현실과 출로, 저작권과 예술작품 사이의 상관관계 등을 주제로 한 글들을 담았다. 현장란의 연속기획 ‘소수자의 눈으로 한국사회를 본다’ 마지막 주제는 이른바 ‘탈북자’의 현실이다. 이밖에도 유익한 읽을거리가 풍성하게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