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 때 울릉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 금화와 금괴를 가득 싣고 110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내다
2000년 12월 20일 러시아 보물선 돈스코이호 발견 소식이 전국을 흔들었다.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BBC, 블룸버그, <인디펜턴트>, 러시아 <생트페테르부르크타임스> 등은 한국발로 보물선 발견 소식을 전 세계에 타전했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발틱 함대의 전쟁자금을 옮겨 실은 순양함 돈스코이호가 울릉도 부근 해저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영국제 소버린 금화와 러시아 금화, 금괴 등의 가치는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으로 평가됐다.
돈스코이호를 둘러싼 동아건설과 한국해양연구소의 ‘보물선 프로젝트’, 15년간 현장 취재한 기자가 샅샅이 파헤친 진실 이 배는 재벌 동아건설(최원석 회장)이 수십억 원을 투입,‘IMF로 구멍난 국가재정에 기여한다’는 거대한 목적으로 국내 유일한 해양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연구소(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원을 통해 탐사를 시작, 결국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이 보물선을 둘러싸고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했다. 보물선 프로젝트에는 IMF 이후 침체한 국민 분위기를 반전하고 싶었던 정권의 필요성과 이를 통해 재기를 모색하려 했던 재벌 동아건설의 처절한 막후 움직임이 있었다. 또 해저 405m에 거꾸로 침몰된 보물선을 탐사하려는 탐사가들의 힘든 사투가 계속됐다. 그러나 이 보물선이 발견되자 러시아와 일본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등 외교문제가 발생하고, 퇴출시키려는 동아건설 주가가 폭등하는 등의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게다가 보물선을 둘러싸고 벌이는 국내는 물론 국제 투기자본의‘머니게임’까지 가세하면서 복잡한 국제문제로 비화됐다.
한국 현대사의 현장에서 벌어진 러시아 보물선과 재벌, 정치 권력, 투자가와 탐사가가 얽히고설킨 흥미진진한 사투의 현장 이 책은 당시 이 사실을 취재했던 현장 기자가 구체적 자료를 보완해 완성한 장대한 르포이다. 작가는 이를 쓰기위해 현지 확인은 물론 관련자를 만나고, 해양고고학과 수중탐사 관련 전문 논문을 두루 섭렵했다. 특히 책 말미에 세계의 보물선 탐사 역사와 해저 탐사 기술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주변해역에 침몰한 보물선 지도는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이 책은 요즘처럼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를 일거에 반전시킬 수 있는 흥미진진한 과학 탐사 기록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 권력과 행정부, 재벌과 탐사가, 투자가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또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관계의 냉엄한 현실도 알 수 있다.
<인디아나 존스>의 보물을 찾는 흥미와 <다빈치 코드>에서 느끼는 치밀하고 과학적 논리, 여기에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읽는 듯한 빠른 속도감이 돋보인다.
작가는 이 책에서 수중고고학은 역사학과 고고학 등 풍부한 인문학과 첨단 자연과학, 그리고 냉엄한 국제법적 문제까지 망라된 것으로 결론 내린다. 여기에 심해저 극한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처절한 인간의 노력까지 결합되어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수중고고학은 인문과학과 자연과학, 그리고 사회과학이 망라된 장대한 휴먼 드라마라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