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적 소양>을 갈망하는 이들을 위한 우리 시대의 독본(讀本)
요즘 들어 인문학의 중요성이 부쩍 이야기되고는 있지만, 그 본령을 깊이있게 짚어낸 것은 보기 드문 게 사실이다. 한쪽에선 ‘위기’라 하고 한쪽에선 ‘열풍’이라 하고 있다. 인문학 전공자의 연구 여건이 열악함은 위기이고, 인문학 교양강좌에 시민 참여 열의가 뜨거움은 열풍인 것이다. 이렇듯 희비 교차가 우리 인문학의 현주소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인 김형국 교수, 사회과학도로서 오랜 세월 강단에서 연구활동을 해 온 한편으로, 우리 문화예술, 인문 분야에 많은 글과 저서를 선보였던 그가 『인문학을 찾아서』를 펴냈다.
이 책은 글, 책, 그림, 그리고 그 밖의 다양한 인문적 소양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씌어진, 우리 시대의 인문학 독본讀本이라 할 수 있다. 일반인들의 인문적 소양 쌓기에 대한 궁금증과 그 해법을 제시함은 물론, 특히 인문학을 인문학 전공자들의 것으로만 인식하는 다른 분야의 종사자들, 그리고 정부행정 등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에게 인문적 소양과 사고가 왜 중요한지를 요령있게 전달하고 있다.
흔히 인문학이라 하면 그 근간을 ‘문사철文史哲’ 즉 문학·역사·철학에 대한 소양을 이야기하는데, 저자는 여기에 ‘예藝’ 한 가지를 더해 ‘문사철예文史哲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예술 감성 고양’을 ‘문사철’과 동등한 위치에 두어 이를 ‘학예일치學藝一致’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인문적 소양 쌓기에 대한 기대가 “인문성의 균형된 노출에 목말라 하는 ‘어른’들에게 자극이 되기를, 그리고 당대에 그 실현이 아쉽고 어렵다면 학교와 더불어 가정에서 그런 취지의 씨앗이 자녀들에게 심어지게 하는 데 참고되었으면 좋겠다”며 이 책 발간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
글읽기와 글쓰기, 그리고 좋은 그림과 음악 즐기기
저자는 인문적 소양 기르기의 방편으로 ‘글 읽기와 쓰기, 좋은 그림과 음악 즐기기’를 꼽고 있다.
우선 좋은 글쓰기를 하려면 좋은 독서를 많이 해야 함은 물론이다. 독서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많이 강조되었거니와, 좋은 글쓰기를 위해서, 저자는 예로부터 동양화단東洋畵壇에서 중요시해 온 ‘임모臨摸’ 교육방식을 역설하고 있다. “‘임臨’은 이전의 좋은 그림을 골라 꼭 같이 그려 봄이고, ‘모摸’는 좋은 그림을 따라 그리되 약간의 변용을 시도하는 경우”라고 하면서, 글도 마찬가지로 좋은 글 한 편, 좋은 책 한 권을 그대로 베껴 쓰는 과정에서 좋은 글쓰기가 터득되어 자신만의 문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그림 즐기기에 대해서는 “그림의 미덕은 사람의 타고난 자연친화 본성의 경지를 확장해 준 미디어”라고 하면서, 아름다움을 가르칠 때 그 매체 가운데서 ‘초일류’를 보여 줘야 한다는 괴테의 말을 통해, 올바른 미적 감각을 기르는 것에 대한 접근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어려서부터’ ‘고전음악부터’ 듣는 것이 음악 교육의 바람직한 코스라고 생각하는 저자는, 하지만 “기회가 닿는 대로 처음 좋아하게 된 것이 있으면 그것부터 즐기면 그만”이고, 그렇게 한 장르에 친화하게 되면 인접 장르로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발현된다고 한다.
인문적 소양의 완성을 향한 <바른 글쓰기>
이렇게 길러진 인문적 소양이 발현되는 방식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글쓰기일 것이다. 물론 글쓰기가 생업과 직결된 경우가 아니더라도, ‘문사철예’ 즉 인문학에 대한 견식見識이 강조된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기대되는 바는 ‘글읽기의 좋아함’을 넘어 ‘글쓰기의 좋아함’이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말하기의 문자文字 결정인 글쓰기는, 논술이 대학입시의 중요 시험과목에 들 정도로 그 무게가 강조됨에서 알 수 있듯,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살이에서 남들과 소통할 수 있는 필수 무기이자 ‘내가 나다움’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간 우리 사회가 쏟아낸, 산만큼 많았던 공사公私 인쇄물들이 제대로 읽히지 않았음에 대해 ‘글쓰기 방식의 답답함’을 지적한다. 예컨대 국민소통용 정부문건들이 사실fact 나열 위주의 사회과학적 글쓰기 방식만을 판에 박은 듯 따랐던 탓에 무미건조 일색이 되고 말았던 관행을 꼬집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예시를 들어 자연스런 공감으로 이끌고 있다.
“글쓰기 문체에서 어떤 대안이 있을까. 이를테면 혹독한 전투를 치른 장수가 그 참상을 ‘사망 몇 명, 부상 얼마’로 보고함은 자못 사회과학 방식의 사실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 사실을 말함에 앞서 ‘싸움은 바로 지옥이었다’는 비유의 말을 앞세웠다면 그 치열했음과 비참했음을 실감시켜 주고도 남지 않을까. 아무도 본 적도, 아무도 경험한 적도 없는 만큼 지옥이 분명 사실의 말이 아니어도, 의미전달에서는 무척 효과적인 진실truth의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 인문적 소양을 갈망하는 이들을 위한 독본讀本으로서 이 책은 기획되었다. 크게 「인문적 소양이란?」 「글쓰기에 관하여」의 두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문적 소양이란?」에서는 ‘인문적 소양’이란 무엇을 말하고,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인문 교육과 우리 문화^예술, 고전의 지혜, 인문학적 소양을 어떻게 기를 것인지, 그리고 인문학을 통한 다른 세상 바라보기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간결하면서도 설득력있는 문체로 알기 쉽게 서술되어 있다. 「글쓰기에 관하여」에서는 글쓰기의 패턴과 양상에서부터 글쓰기의 순서, 시작과 끝맺음, 우리말의 특성, 시제, 단락 나누기, 퇴고 등 실제 글쓰기에 도움이 될 여러 노하우를 요령있게 기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