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노래로 만들고 불러온 북뮤지션 제갈인철의 문학과 인생 이야기를 담은 독서에세이. 저자의 삶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했던 26편의 한국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스무 살에 최인호의 소설을 읽고 문학에 매료된 사연부터 사업 실패로 절망에 빠진 그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 조경란의 소설들, 2007년에 처음으로 소설을 읽고 노래를 만들게 된 계기, 북콘서트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삶을 위로하고 힘을 북돋아준 문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석주 시인, 권지예, 정한아, 박상률 소설가가 추천하는 책!
소설을 노래하는 한 남자의 뜨거운 고백이 시작된다
이상한 가수가 있다. 장정일 성대모사를 하고, 조경란 팬클럽 회장을 자처하는 ‘소설 덕후’.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 밤에는 문학 노래 작곡에 골몰하는 이중생활의 사나이. 회사에서는 아무도 그의 정체를 눈치 채지 못했다. 마치 슈퍼맨처럼. 바로 북뮤지션 제갈인철의 이야기다. 남의 이야기, 남의 작품의 노래만을 만들어온 그가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문학은 노래다』는 문학이 인생을 구원한다고 믿는 한 남자의 진솔한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문학이 외면 받는 시대, 여전히 문학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고백하는 문학 예찬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에서 창작가로 거듭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무 살에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을 읽고 마법처럼 문학에 빠져든 이야기부터 사업 실패로 절망에 빠진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문학 이야기, 2007년 정한아의 『달의 바다』를 읽고 만든 노래를 계기로 시작된 북뮤지션 생활,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준 소설들, 북콘서트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까지 저자의 삶에 원동력이 되어준 문학, 사람, 노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채로운 인생 이야기만큼이나 저자가 소개하는 문학작품의 스펙트럼은 무척 넓다. 박경리, 이청준, 박완서 등의 원로작가에서부터 김영하, 천명관, 박민규, 한강, 정한아 등의 젊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이 지나온 길을 더듬는가 하면, 성인소설부터 청소년소설, 동화, 시, 에세이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문학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더듬은 문학작품의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미처 몰랐던 한국문학의 다채로운 매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북콘서트 현장이나 회사 출장 길 위에서 시간을 보냈던 저자는 지방의 숙소 이곳저곳에서 틈틈이 글을 써냈다. 그렇게 이동한 거리가 지구 두 바퀴에 이른다. 힘겹게 써낸 글을 통해 저자는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문학의 힘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문학, 생이 주는 모욕에 대한 거룩한 답변”
당신도 문학에서 위로받을 수 있기를…
저자는 문학에서 인생을 본다. 소설이나 영화 못지않은 극적인 인생을 살아온 그다. 그는 10여 년 전 총성이 오가는 멕시코 한복판에 떨어졌던 아찔한 기억을 김영하의 『검은 꽃』을 보면서 다시 떠올리기도 하고, 간절하게 원하던 아기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던 시절의 불행했던 마음을 오정희의 『돼지꿈』을 매개로 토로하기도 한다. 이청준의 『눈길』에서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시골 풍경의 고향을 발견하고, 도시화와 재개발로 와해된 공동체의 흔적을 찾는다. 존경받던 사업가에서 공장의 화재와 어음부도로 인해 몰락해버린 저자의 아버지가 막걸리 배달을 하며 다시 삶을 재건하는 과정은 그 어떤 소설보다 깊은 여운과 감동을 남긴다.
저자에게 문학은 “생이 주는 모욕에 대한 거룩한 답변”이자 “인생을 담는 거울”이었다. 그가 읽은 문학에는 가족, 사랑, 연애, 우정, 청춘, 늙음, 상실, 꿈과 현실 등 인생의 모든 문제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문학을 읽어갈수록 하나의 주제로 귀결됨을 깨닫는다. 바로 ‘사람’이다.
“문학을 읽어갈수록 거기서 나오는 모든 화살들이 하나의 과녁에 꽂히는 것을 느꼈다. 그 과녁의 이름은 ‘사람’이었다. 사회는 사람과 사람이 만난 곳이고, 역사는 사람과 시간이 만난 것이다. 따지고 보니 이 세상 모든 이치, 모든 존재는 사람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사람을 닮은 문학과 문학을 닮은 사람의 만남을 위해 그는 수많은 노래를 만들고, 공연을 해왔다. 그가 부른 노래는 깊은 상실을 겪은 사람, 방황하는 청춘, 가혹한 교육현실에 치이는 청소년, 부모의 꿈을 강요받는 어린이들에게 위로의 순간을 선사했다. “혼자 슬퍼하면 상실이고 함께 슬퍼하면 위안이다”라고 말하며 저자는 오늘도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할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 책 말미에 수록한 ‘부록―함께 부른 노래들’에는 본문에 나온 노래들의 기타 악보가 실려 있다. 음표를 따라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면 현장의 분위기를 한결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국문학에 위기가 찾아왔다고 한다. “요즘 독자들은 한국 소설을 읽지 않는다”라는 말이 빈번하게 들려오는 시기에, 저자는 여전히 한국문학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노래한다. 당연하다. 삶의 절벽에서 그를 구원해준 것도 한국문학이었고, 그토록 원하는 예술과 생활의 공존을 가능케 한 것도 한국문학이었다. 자신의 삶을 일으켜 세운 문학의 힘을 보다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한 남자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에 공감한다면, 우리네 삶을 닮은 한국문학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