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종보다 우리글을 많이 사용하는 언론계의 현직 저널리스트가 논리적인 우리글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지은이가 언론계의 현업에서 자기 글을 쓰거나 남의 글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우리글의 사용법에 대해 사색하고 고민하고 판단한 것들을 다양한 예문과 함께 설명한다. 교과서류나 국어학자의 글 같은 데서는 접하기 어려운 생동감 있는 문제제기와 간명한 논의 및 결론제시를 통해 우리글 바로 쓰기의 지름길을 열어준다.
지은이가 이 책의 표제를 <글은 논리다>로 하자고 고집한 것은 그 표제 그대로 “글은 논리”라는 지은이 나름의 신념 때문이었다. 출판사 필맥의 편집자도 그러한 그의 신념이 옳다고 보았기에 이 책의 표제에 관해 다른 대안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특히 ‘우리글’이 아닌 ‘글’ 일반이 ‘논리’라는 데 대해서는 지은이와 필맥의 편집자가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았어도 이심전심으로 통했다. 물론 이 책에서 지은이가 다룬 주제는 ‘글’ 일반이 아니라 ‘우리글’이다. 그러나 ‘글’ 일반을 논리로 여길 줄 아는 사람은 ‘우리글’도 논리적으로 쓸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이 배운 사람이나 적게 배운 사람이나 영어를 비롯해 외국어로 쓰는 글은 문법에 맞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쓰려고 애쓰는 반면에 우리글은 문법에 어긋나거나 논리적이지 않은 표현을 마구 쓰는 이상한 버릇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머릿속의 어떤 생각이 손을 통해 글로 옮겨지고 그 글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거의 순간이라고 할 정도로 크게 단축되면서 우리글이 크게 어지러워졌다. 예전에는 생각이 글로 옮겨져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글쓴이 본인에 의해서건 누군가 다른 사람에 의해서건 글이 다듬어지기 마련이었기에 요즘보다도 오히려 우리글이 깔끔하고 논리적이었다.
이 책의 내용 중 ‘글은 논리’임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부분은 ‘모든 물건에 손대지 마시오’라는 문장과 ‘정부가 이렇게 대대적인 의료개혁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전 국민 의료보험 확대와 의약품 이용 관련 시스템 개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에 대해 논의한 대목이다. 이 두 문장은 논리적이지 않기에 잘못된 문장이다. 각각 ‘어떤 물건에도 손대지 마시오’와 ‘정부가 이렇게 대대적인 의료개혁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전 국민 의료보험 확대와 의약품 이용 관련 시스템 개선이 절실한 데 있다’로 바꿔 써주어야 논리적인 문장이 된다.
“그렇게 꼭 논리를 따져야 되느냐. 뜻만 대충 통하면 되는 거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의 지은이가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전에 대충 뜻만 통하는 수준에서 우리글을 사용하거나 이해하고 마는 사람은 그 스스로가 혼란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로 인한 대가를 여러 가지로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자기가 애지중지하는 몇 개의 물건을 가리키면서 “모든 물건에 손대지 마시오”라는 말을 했는데 상대방이 그 말을 “모든 물건에 손대지”는 “말라”는 것으로 알아듣고 그중 어느 한 물건에 손댔다가 그것을 깨뜨려버린다면 사실 할 말이 없거나 얼굴을 붉히며 불필요한 언쟁을 하게 될 수 있다.
말과 글은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말은 몸짓, 얼굴표정, 분위기 등에 의해 비논리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는 보완되지만, 글은 그런 것들의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논리적이어야 한다. 가급적 간결한 표현으로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게 해주는 글, 논리상의 빈틈이나 비논리가 끼어들지 않아 오해의 소지를 남기지 않는 글, 낱말의 선택과 연결이 자연스럽고 논리적이어서 품위가 느껴지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떤 글이 그런 글인가를 오랜 세월 숙고해온 이 책 지은이의 조언을 한번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지은이가 논리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말에 특유하게 존재하는 간접인용 형식, 시제의 표현이나 주어 명시 여부에 관한 우리말과 영어의 차이, 숫자를 우리말로 표기하는 경우에 부닥치는 문제, 사역형 어미의 올바른 용법, 불필요한 중복, 외래문화의 영향 중 문제가 있는 것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지은이는 그동안 저널리스트답게 날카롭게 관찰하고 여러 모로 분석한 결과를 이 책을 통해 공개하고 설명해준다.
이 책은 이미 나와 있는 다른 우리말, 우리글 바로 쓰기에 관한 책들과 다르다. 겹치는 부분도 물론 일부 있긴 하지만 이 책의 내용 중 대부분은 지은이가 언론계의 현업에서 우리말과 관련해 부닥친 문제들에 대해 이리저리 궁리해보고 연구해본 다음 얻은 결론들을 털어놓은 것이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내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찾아낸 부분이 더 많다”며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을 굳이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